다음은 < Donne Chiesa Mondo >의 3월 1일자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 편집자주
교황청 일간지 < L'Osservatore Romano >에서 발간하는 잡지 < 세계 여성 교회 : Donne Chiesa Mondo > 3월호에서 ‘수녀들의 <거의> 무보수 노동’이라는 제목으로 수녀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생활 조건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익명으로 여러 수녀들을 인터뷰하고 교구나 공동체에서 수녀에게 요구하는 노동과 그에 대한 처우를 조명했다.
마리아 수녀(익명)는 수녀들이 일하고 있는 환경이 불안정 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일부 수녀들은 수도자들의 피고용인으로 일하며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저녁을 차리고, 수도자의 거처를 정리하거나 세탁기를 돌리고 다림질까지 마친 뒤에야 잠에 든다”고 지적하며 “이런 ‘봉사’에 수녀들은 정해진 (노동) 시간이 없으며 그 보상은 대체로 매우 미약하다”고 말했다.
마리아 수녀를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은, “정작 수녀들은 자신이 차린 식탁에 앉아 함께 식사하자는 초대를 거의 받지 못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도자 가운데 가사 일을 도맡는 사람이 언제나 수녀인 상황에서 한 수도자가 다른 수도자에게 이런 식으로 대접을 받은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인가? 우리의 수도 생활은 그들의 수도 생활과 다른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기사는 이탈리아 에서 자조적으로 이러한 수녀들을 ‘피자 수녀’라 부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마리아 수녀는, “이 수녀들 역시 마음속으로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복잡한 상황이 생길까봐 이야기 하기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런 수녀들은 스스로 죄의식을 느끼며, 자신을 억누르고, 결국 입을 닫게 된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메커니즘은 바르지 않은 것이며, 심지어 어떤 수녀들의 경우 그런 답답함을 견디기 위해 진정제를 복용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수녀들의 허드렛일, 오랫동안 지속된 ‘체제의 문제’
파울라 수녀(익명)는 수녀의 무보수 노동이란 “수녀들이 자신이 함께 일하는 주교나 교구와 어떤 계약 또는 협의를 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파울라 수녀는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자들에게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긴급한 문제는 “어떻게 먹고 살아갈 것이며 어떻게 공동체를 먹여 살릴 것인지”라고 말했다. 수도자와 달리 청빈 서원을 하는 수도자 특성상 사유 재산을 축적할 수 없는 까닭에 “수녀들의 수도 교육 및 전문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수녀들이 아프거나 치료가 필요할 때 어떻게 비용을 지불할 것이며 주어진 사명을 잘 수행하기 위한 자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이러한 상황의 문제점을 단순히 남성중심주의 때문만이 아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체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마리아 수녀는 한 대학 학장이 신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수녀의 지적 능력에 감탄하여 그 수녀가 계속해서 공부하기를 바랐으나 소속 수도원장이 이에 반대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파울라 수녀는 이러한 문제들이 ‘역사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녀는 오랫동안 공동체의 일원으로서만 살아왔다”고 지적하며 “수녀들이 계약 없이 일한 것도, 노동 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들이 혼란과 큰 불의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사는 이러한 열악함이 단순히 금전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남성 수도자들의 성소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오고 가는 반면 여성 수도자의 성소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 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파울라 수녀는 “이 모든 일의 배경에는 불행히도 남성이 여성보다 낫다는 의식, 특히 교회 안에서 신부가 전부이고 수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식이 있다. 성직자중심주의가 교회를 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울라 수녀는 “수녀가 병에 걸리면, 그 수녀를 수도원으로 돌려보내고 마치 우리가 상호 교체가 가능한 존재인 듯 다른 수녀를 그 자리에 보낸다”고 말했다. 또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도 별 다른 설명 없이 이들의 교육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허드렛일을 시키거나 50년 동안 로마에서 강의를 해온 수녀를 교구로 보내 성당 문을 여닫는 일을 시킨 사례 등을 들었다.
‘봉사’와 ‘무보수’ 개념을 혼동해서 생기는 ‘상징적인 폭력’
세실리아 수녀 (익명)는 이러한 수녀들이 “봉사와 무보수 개념의 혼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세실리아 수녀는 “수녀들은 마음대로 불러올 수 있는 봉사자로 여겨지며, 이로 인해 여러 권력 남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지 못하는 수도자가 가진 전문성 혹은 능력의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마리아 수녀는 이런 일이 ‘상징적인 폭력’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를 암묵적 관행의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체제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이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수도원장들 역시 이런 상황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세실리아 수녀는 그럼에도 이를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경우에는, 강연 초대를 받으면 급여를 받기를 원하며 내가 받기 원하는 급여를 주저 없이 이야기한다”고 밝히며 “우리는 부유해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적절하고 올바른 조건에서 살고자 하는 것 뿐”이라고 호소했다.
마리아 수녀는 “예수께서는 우리를 해방시키러 오셨으며 그분의 눈에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지만 실제 삶 속에서 일부 수녀들은 이러한 것을 경험하지 못 하고 있으며 매우 큰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