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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의 증거가 뭐냐?
  • 지요하
  • 등록 2018-03-28 15: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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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얘기를 들을 적마다 몇 해 전 대전의 한 모임 자리에서 어느 시인과 언쟁을 벌였던 일이 떠오르곤 한다. 그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내가 참다못해 반박을 하면서 그에게 천안함 폭침의 ‘증거’를 대보라고 했다. 그는 천안함이 동강난 것 자체가 증거라고 했다. 북한군의 어뢰 공격을 빼놓고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천안함의 절단 침몰은 결코 북한군의 어뢰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내 ‘설명’을 그는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웠다. 마침내 언쟁이 험악한 지경까지 이르러서 좌중이 모두 일어서며 두 사람의 싸움을 말렸다.  


좌초에서 폭침으로 둔갑한 천안함


▲ 인양 당시의 천안함 모습 (사진출처=끝나지 않은 전쟁)


가끔 방송에 나와서 ‘천안함 폭침’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신문사 논설위원이라는 사람도, 대학교수라는 이도 손쉽게 천안함 폭침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 보수 야당의 당직자들은 천안함 폭침을 입에 달고 산다. 


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기이한 의문이 들곤 한다. 저들은 정말 천안함 폭침을 믿는 것일까? 믿는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믿는 만큼 천안한 폭침의 ‘증거’들을 명명백백하게 제시할 수 있을까? 


나는 천안함 폭침을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아직 한 번도 분명한 증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이 내세우는 과학 논리는 내 눈으로 볼 때는 논리가 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단지 북한이라는 대상만이 머리에 가득 존재할 뿐이다. 


어쩌면 북한에 대한 과도한 경계 심리 때문에, 또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따른 어떤 계산에 의해 천안함의 진실을 잘 알면서도 ‘폭침’을 주장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식인이나 정치인이나 천안함 폭침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그 ‘폭침’을 철저히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걸치고 있는 지식인의 너울은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단순성과 협소함의 표징일 뿐이다. 


교회에 가서 열심히 기도하면서 사이비 목회자가 무슨 엉뚱한 말을 하더라도 오로지 아멘으로만 응답하는 단순 무지한 신도들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얼마 전 군 복무 중 휴가를 온 조카와 점심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름 있는 대학을 나와 ROTC 장교로 복무하는 조카도 천안함 폭침을 굳게 믿고 있었다. 나는 조카에게 천안함 폭침의 증거가 뭐냐고 물었다. 조카에게 증거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오로지 폭침이라는 단어만을 반복적으로 입에 올릴 뿐이었다. 내가 폭침의 증거를 대보라고 재차 말하자 조카는 엉뚱한 답을 했다. 


천안함의 폭침으로 46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는데, 천암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이 버젓이 대한민국 땅으로 들어오는 이 현실이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감하고도 막막할 뿐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은 헛웃음을 지으면서 “얘가 세상을 살아가고 나이를 먹다보면 차차 눈도 뜨게 되고 시야도 확장되겠지요.”라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 


잔해 한 점도 찾지 못한 KAL858기


▲ 평택 해군 기지 안의 천안함 (사진출처=EKNews)


나는 그날 조카에게서 ‘군대’라는 집단을 보는 듯했다. 조카의 그런 시각과 태도는 군대의 집단성과 특징을 반영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군대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의 소산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것을 생각하자 어떤 공포감으로 괜히 몸이 곱송그려지기도 했다. 


나는 거짓과 사기의 달인인 이명박이 천안함도 조작했음을 잘 알고 있다. 2010년 3월 26일 밤의 천암함 침몰에 대한 KBS의 첫 보도는 분명 ‘좌초’였다. 그 좌초가 ‘폭침’으로 둔갑하는 순간 나는 억지 ‘조작’의 냄새를 맡았다. 


연일 천암함 폭침 보도를 접하면서 불현듯 1987년의 KAL858기 폭파 사건도 떠올리곤 했다. 제13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 한창이던 1987년 11월 29일 KAL기 폭파사건 보도를 접하는 순간부터 전두환과 노태우의 지시에 의한 안기부 공작임을 직감했다. 그것에 대한 발설로 주변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천안함 좌초가 북한의 폭침으로 둔갑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또 1987년의 KAL기 사건이 이명박 일당에게 힌트를 준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KAL기 사건은 국민을 완벽하게(?) 속이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KAL기를 생각하면 천안함 조작도 얼마든지 성공이 가능한 일이었다.


1987년의 KAL기 폭파는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1980년의 광주학살을 감추려는 전두환과 노태우의 공작이었고, 2010년의 천안함 사건은 그해 6월의 지방선거를 겨냥한 이명박의 조작이었다. 


KAL858기도 천안함도 국민을 속이는데 있어 그야말로 성공을 거두었고, 그 성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 천인공노할 성공이 계속 이어진다면 또다시 그런 사건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때는 내가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을 철저히 속인 두 사건 모두 재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함.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음.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 수상.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함. 공주영상정보대학 문창과 외래교수,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공동대표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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