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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불평등 만드는 경제·금융체계에 윤리 원칙 강조
  • 끌로셰
  • 등록 2018-05-23 12:45:12
  • 수정 2018-05-23 14: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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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HOLY SEE PRESS OFFICE >의 5월 17일자 보도자료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 편집자주


▲ 미국 워싱턴DC에서 사회적, 경제적 정의와 평등을 위한 집회를 하는 사람들 (사진출처=Wikimedia commons ⓒ Lorie Shaull)


지난 17일, 교황청 전인적인간발전촉진부서(이하 인간발전부)와 신앙교리성은 오늘날의 세계 경제 시스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문헌 < 경제와 금융의 문제 – 현 경제 금융 체계 일부 측면의 윤리적 식별에 대한 고찰 >(Oeconomicae et pecuniariae quaestiones)을 발표했다.


이번 문헌은 교황청 두 부서가 함께 발표한 공동문헌으로 총 34개 항목, 4개의 장으로 나누어져있다. 사람에 대한 고려 없는 모든 경제 행위나 관행을 비판하고 있으며, 특히 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이나 타인의 불평등을 대가로 하는 이윤 추구를 거론했다. 


금융 시장이 인류의 물질적 풍요에 점차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이 지적하며 ‘시장 역동성의 적절한 규제’와 경제 작동방식만이 아닌, ‘인간관계의 특성을 고려한 명확한 윤리적 기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경제, 금융 분야의 윤리적 기반을 마련해야만 인간의 통합적이고 실질적인 풍요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이런 윤리적 기반이 있어야 인간의 기본권과 의무를 세울 수 있는 명확하고 공통된 원칙이 세워진다고 강조하면서,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지혜에 근간을 두고 있는 이 윤리적 질서는, 공동체를 정의로운 법을 통해 규제하는 필수불가결한 근간”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제일의 의무로 모든 이에게 윤리적 원칙을 명확히 할 것을 요청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수익을 최적화 해 이득을 얻는 소비자’로만 인간을 이해하기 때문에 제한된 시각으로 본다.


또한, 인간의 필요와 경제 활동과 같은 모든 ‘재화’의 교환이 그저 ‘물건’의 교환인 양 물화하는 경향에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반세기만에 세계 경제의 풍요가 유래 없는 속도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면서도, 다양한 국가들 안에 내부 불평등도 양산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문제에 있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낡은 기준을 재검토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찬미받으소서> 189항 참조)”고 비판했다.


‘전인적 인간 발전’, ‘재화의 보편적 분배’, ‘가난한 이들을 우선하는 선택’ 없이 만들어진 이득은 정당한 이득이 아니다.


따라서 경제 체제의 발전은 양적이고 이득 중심의 기준뿐 아니라, 비물질적인 재화에도 적용되는 기준에서 산출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이익과 연대는 더 이상 적대 관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제의 강력한 프로펠러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이, 자기 스스로 통제하지 못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지적하면서, 불평등, 불균형 같은 문제가 경제이론이나 원칙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오늘날 금융 산업은 그 이기심과 권력 남용으로 공동체를 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서, 정보 부족이나 계약의 허점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십년간의 경험과 증거들을 통해, 모든 윤리와 독립된 시장의 자율성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를,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약한 자들에 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발전에서 배척되고 소외될 (『복음의 기쁨』 53항 참고)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이러한 다수에 무관심한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서만 물자와 부를 이용하고 축적한다.


이와 관련된 ‘나쁜 금융 관행’으로 가장 먼저 가상 화폐를 악용한 ‘가상 재화에 대한 투기적 거래’와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매우 짧은 시간 만에 증권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고빈도거래’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과도한 이자율 적용’ 역시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경제 체제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윤리적으로 용인 될 수 없는 것은, 이득을 취한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의 불평등을 이용하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이득을 만들어내는 것


결국, 이 모든 요인들로 인해 ‘뿌리까지 비윤리적인 문화’가 생겨났으며 이런 문화 안에서 개인은 예상되는 이익이 클 때 주저 없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는 모든 사회경제 체계의 건전성을 오염시키고 공동선의 실질적 실현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오늘날 경제, 금융 체제의 거대함 앞에서 냉소적인 태도로 ‘우리의 보잘것없는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매우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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