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수복)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독서·복음 해설
  • 김수복
  • 등록 2018-06-01 11:00:40

기사수정



제1독서(탈출 24,3-8) 해설

<이는 주께서 너희와 맺은 계약의 피다>


하느님의 제단 위에 그리고 백성에게 동일한 피를 뿌림으로써, 모세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피로 맺은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나타낸다. 혈연을 중시하던 그 시대에 똑같은 피에 속한다는 것은 상호 뜻을 존중하고 도와주며 노예 상태에 떨어진 동족을 속량해야 하는 의무를 지우는 것을 뜻했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들에 대하여 그 같은 의무를 당신 자신에게 지우신다. 하느님의 아들이 몸소 사람으로 와서 하느님이 당신 사랑의 계약에 충실하심을 입증하신다.


한편 인간들은 하느님이 맺어 주신 그 계약에 의하여 하느님이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 계약에 의하여 인간들은 더 이상 제멋대로 날뛰거나 남을 이용하고 해쳐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위해주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시편(115) 해설 

<구원의 잔을 들고서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나이다>


이 시편은 죽을병을 고쳐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찬미가다(참조. 3-4절). 하느님께 은혜를 입은 시편 작가가 주님이 자기에게 행하신 바를 공적으로 밝힌다. 그 때문에 그는 구원의 잔을 높이 들고 감사의 제사를 바친다.


오늘 전례에서 이 같은 표현들은 자연적으로 성찬의 잔을 연상시키고, 참된 감사의 제사인 미사성제를 연상시킨다.


제2독서(히브 9,11-15) 해설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깨끗하게 한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신비와 그리스도께서 당신 아버지께로 되돌아가시기 위해 ‘떠나가신’ 신비를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신비를 설명하기 위해 다소 강한 상징들이 사용되곤 했다. 히브리서를 쓴 저자도 대사제가 속죄 제사 때 홀로 지성소에 들어가려고 성전의 장막 뒤로 사라진다는 비유와 상징을 사용한다.


대사제는 장막 뒤로 사라지지만, 분명히 지성소에서 자기와 백성이 지은 죄 때문에 속죄하는 제사를 봉헌하고 있다. 대사제는 속죄하는 제사를 다 바친 다음 지성소에서 나와 평상시에 하던 자기 생활을 계속하지만, 예수님께서 한 번 하느님 영역 안으로 들어가신 행위와 사실은 결정적이며 ‘한 번이자 마지막이고 영원한’(12절) 들어가심이다.


마지막으로, 대사제는 하느님 앞에 혼자서 나아가지만, 예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 가운데 첫 열매(맏이)로서 당신과 더불어 다시 태어난 온 인류를 살아 계시는 하느님 생명 안으로 끌어들이신다(15절).


성령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우리 양심이 깨끗해지고, 영원한 죽음을 안겨 주는 불의한 행실을 끊게 되고, 인간들 한가운데 엄연히 살고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 모시고 섬기게 된다.


복음(마르 14,12-16.22-26) 해설


히브리인들이 전통적으로 바치던 파스카 제사 잔칫상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제정하고 그 성사가 종말론적 잔치임을 선언하신다


무교절 첫날, 곧 해방절 양을 잡는 날은 파스카 잔치를 벌이는 전야제 앞날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전 앞마당으로 어린 양을 데리고 들어가 사제 앞에 제물로 바치고 피를 받아 제단 발치에 쏟아 부었다. 그래서 복음서 저자는 그 날이 ‘파스카 어린 양이 제물로 바쳐지던 날’이었다고 말하고,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과 더불어 ‘파스카 잔칫상’에 둘러앉아서 규정된 예절에 따라 어린 양을 바치셨다고 말한다.


그러나 잔칫상에 앉으신 예수님께서는 옛 예절을 한없이 풍요롭게 만들고 그 예절에 전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신다. 예수님께서는 누룩 없는 빵을 축복하고 쪼개어 나누어 주심으로써 당신 몸, 곧 당신 자신 전부를 내주고 바치고 나누어 주시는 성사를 세우고, 또한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고 감사를 드리고 축복한 다음 당신 피, 곧 피를 쏟아 죽게 될 당신 자신 전부를 내주고 바치고 나누어 주시는 성사를 세우신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그 새로운 잔치는 종말론적 잔치이다. 그 새로운 잔치로써 구약의 잔치가 결정적으로 완성된다. 성체성사는 그 결정적인 종말론적 잔치를 미리 앞당겨 맛보게 하며 예언하는 잔치이다. 그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서 새로 마실 그 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예수와 예수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은 새로운 파스카의 술을 마실 것이며, 천상 잔치에 참여할 것이며, 하느님과 모든 사람과 모든 백성과 완전한 친교를 맺게 될 것이며, 새로운 세상에 속하게 될 것이다.


묵상


성찬의 신비

봉헌과 희생 제사


창세기에 멜키세덱이 빵과 포도주를 하느님께 봉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교부들은 멜키세덱이 제사의 재료로 사용한 빵과 포도주를 성찬례를 예고해 주는 상징으로 본다. 그리고 히브리서에 의하면(7,1-13), 멜키세덱이 사제이신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주는 인물로 나와 있다. 왕이요 사제인 멜키세덱이 바친 제사가 승리에 대한 감사의 제사였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제사도 당신의 승리에 대한 감사의 제사이다.


따라서 멜키세덱의 봉헌은 그리스도의 제사를 미리 보여 주는 아벨의 제사 및 아브라함의 제사와 견줄 수 있는 제사이다. 미사경본에서도 아벨의 제사와 멜키세덱의 제사를 함께 기억한다.


구약의 제사에서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은 흔히 희생되거나 태워졌다. 사실 하느님은 “당신의 친 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셨고”(로마 8,32),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다.”(요한 3,16)


계약의 피


탈출기 24장은 히브리서 9장 및 마르코 복음서 14장과 연관되어 있는 대목으로서 성찬의 또 다른 측면을 비추어주고 있다. 그 대목에 하느님과 당신 백성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의 예식이 묘사되어 있다. 그 예식은 백성이 주님이신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겠다는 약속과 피의 예절로 되어 있다. 모세가 세운 제단은 계약의 상대방인 하느님을 가리켰다. 먼저 제물의 피를 제단 위에 붓고, 그 다음에 백성 위에 뿌렸다. 이렇게 하여 똑같은 피가 계약의 쌍방을 얽어매었다. “이는 계약의 피다….” 하느님이 당신 백성에게 당신의 피붙이처럼 마음을 쏟으시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성찬을 거행하면서 모세의 예절 형식을 따라서 “이는 새로운 계약을 맺는 내 피니라”고 말씀하신다. 이 새로운 계약은 하느님과 모든 사람(인류 전체)이 맺는 완전하고 결정적인 계약이다. 이 새로운 계약에서 인류는 ‘서로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겠다고 맹세한다. 맹세한 대로 인류가 지상의 모든 것을 나누면서 한마음 한뜻이 될 때 하느님은 인류 가족을 지상낙원에서 사는 가족으로 변하게 하실 것이다. 그리고 지상낙원에서 사는 그 가족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 그 초월적인 본모습이 드러나고, 영원히 결정적으로 하느님의 나라에 속하게 될 것이다.


생명의 빵


생명을 주는 빵은 하느님의 외아들이시다. 하느님의 말씀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시다. 오직 그리스도께서만이 참 생명인 하느님 자녀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실 수 있다. 이 참 생명의 유대가 아니면 증오와 분열과 전쟁을 피하여 인류를 화해하게 하고 뭉치게 할 수 있는 길이 결코 없다. 인간이면 하나도 빠짐없이 그리스도 자신이신 참 생명(하느님 자녀로서의 생명)을 나누어 받은 귀중한 인간이라는 복음이 아니고서는 인류가 한 가족을 이룰 수 없다. 그 복음에 따르지 않고서 어떻게 내 것과 내 자신을 남에게 바칠 수 있겠는가? 자신을 바쳐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그 복음에서가 아니면 어디서 찾을 것인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안에 머물겠노라” 그리스도의 생명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서로 형제가 된 인간은 모두 그 생명의 요청에 따라 그리스도처럼 인류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몸 바쳐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성찬과 인류의 일치


마태오 복음서에는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 5,23-24)라는 말씀이 나오고, 요한 복음서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성찬례의 근본 요소와 목적이 인류의 화해와 합심에 있음을 나타낸다.


인간은 개별적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인류공동체 안에서 인류공동체로서 구원받는다. 인류를 사랑하고(인간을 인간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사랑하고) 인류의 품에 들어 고락을 함께 하고 잘못을 함께 견디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 있으면 한시바삐 바른 길로 돌아서고, 사람들의 잘못 때문에 생긴 고통을 견뎌내고 기다리는 ‘아파하는 사랑’이 예수다운 사랑이고 부족한 인간들이 서로 부축하며 나아갈 수 있는 일치의 길이다.


하느님이 인류 공동으로 함께 개발하여 함께 누리라고 주신 능력, 자질, 자원 등 지상의 모든 선물을 마치 자기 것인 양 차지하고 빼앗길까 봐 방어하면서 혼자 누리는 소수 사람들의 불의(不義)의 결과로 인류 대부분이 가난과 굶주림과 비참의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렇건만 인간에게는 어디까지나 선택과 결단의 자유가 있는 만큼, 참을성 많은 인류 대부분은 자기네 수난을, 소수의 불의한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돌아서게 하여 나눔의 기쁨을 누리게 하려는 고통으로 여겨야 한다. 그리하여 기필코 인류가족의 완전한 일치를 기약하고 투쟁하는 고뇌와 고통으로 삼아야 한다.


화해와 일치의 제사인 예수님의 십자가 제사는 오늘도 인류의 발걸음 안에서 장엄하게 바쳐지고 있으며, 그 효과는 불의할 때의 우리 같은 사람들의 돌아섬(회개, 개심)으로 나타나고 급기야는 인류 공동체의 일치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제1독서(탈출 24,3-8)

<이것은 주님께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


모세가 백성에게 와서 주님의 모든 말씀과 모든 법규를 일러 주었다. 그러자 온 백성이 한목소리로 “주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실행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모세는 주님의 모든 말씀을 기록하였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산기슭에 제단을 쌓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에 따라 기념 기둥 열둘을 세웠다. 그는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 몇몇 젊은이들을 그리로 보내어, 번제물을 올리고 소를 잡아 주님께 친교 제물을 바치게 하였다. 모세는 그 피의 절반을 가져다 여러 대접에 담아 놓고, 나머지 절반은 제단에 뿌렸다. 그러고 나서 계약의 책을 들고 그것을 읽어 백성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모세는 피를 가져다 백성에게 뿌리고 말하였다.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 


시편(115)

구원의 잔 받들고서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나이다 


제2독서(히브 9,11-15)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깨끗하게 하십니다>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이루어진 좋은 것들을 주관하시는 대사제로 오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사람 손으로 만들지 않은, 곧 이 피조물에 속하지 않는 더 훌륭하고 더 완전한 성막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염소와 송아지의 피가 아니라 당신의 피를 가지고 단 한 번 성소로 들어가시어 영원한 해방을 얻으셨습니다. 염소와 황소의 피, 그리고 더러워진 사람들에게 뿌리는 암송아지의 재가 그들을 거룩하게 하여 그 몸을 깨끗하게 한다면, 하물며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 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얼마나 더 깨끗하게 하여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는 새 계약의 중개자이십니다. 첫째 계약 아래에서 저지른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속량하시려고 그분께서 돌아가시어,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약속된 영원한 상속 재산을 받게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복음(마르 14,12-16.22-26)

<이는 내 몸이요, 이는 내 피다>


무교절 첫날 곧 파스카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가서 차리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 두 사람을 보내며 이르셨다. “도성 안으로 가거라. 그러면 물동이를 메고 가는 남자를 만날 터이니 그를 따라가거라. 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집의 주인에게, ‘스승님께서 ′내가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음식을 먹을 내 방이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하여라. 그러면 그 사람이 이미 자리를 깔아 준비된 큰 이층 방을 보여 줄 것이다. 거기에다 차려라.” 제자들이 떠나 도성 안으로 가서 보니, 예수님께서 일러 주신 그대로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니 모두 그것을 마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 




[필진정보]
김수복 :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10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고, 그 동안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6년을 수료했다. 40년 동안 5개 언어에서 성서와 신학 관련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노동자였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손자 넷이 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