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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를 돕는자가 주인공이 되어선 안된다
  • 끌로셰
  • 등록 2018-06-19 17: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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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HOLY SEE PRESS OFFICE >의 6월 14일자 보도자료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 편집자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4일 “여기 가련한 이가 부르짖자 주님께서 들으시어”(잠언 34, 7)를 주제로 제2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The World Day of the Poor) 담화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흔히 ‘가난한 이’라고 부르는 많은 우리 형제자매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소외의 다양한 환경을 마주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이 잠언은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진정 가난한 이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면서 그들의 부르짖음을 듣고 그들의 필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배제’로 가난한 이들의 마음이 무너졌다고 지적하며, “주님께서는 존엄성을 탄압 당한 사람의 목소리와 거짓된 정의에 박해당하고, 이름값도 못 하는 정책에 억압받으며 폭력에 위협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신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제로 삼은 시편 구절에서 나타나는 것은 “경청하고 환영해주시는 아버지에 대한 헌신과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 사랑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잠언 34장에서 나타나는 가난한 이의 태도와 가난한 이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의 특징을 보여주는 세 가지 행동을 꼽았다. 


첫 번째 행동은 ‘부르짖음’으로, 교황은 “빈곤이라는 조건은 천국을 넘어 하느님에게 닿는 부르짖음”이라고 정의했다. 


하느님의 존재에 닿는 이러한 부르짖음이 어째서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지를 자문해보자.


교황은 “오늘 같은 날 진정으로 우리가 가난한 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진중한 마음의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깨닫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청 중의 침묵”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기 얘기를 너무 많이 하면,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체로는 훌륭하고 필요한 많은 제안들이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제안을 실행하는 이들을 기쁘게 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교황은 “자기 자신만을 소중히 여겨서 자신을 직접 낮추지 않고도 한낱 이타적 행위만으로 충분하다고 믿게 되는 문화에 깊게 빠져있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두 번째 행동으로 ‘응답’을 꼽았다. “주님께서는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을 듣기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에 응답해주신다”고 설명하며, “그분의 응답은 모든 사랑을 쏟아 가난한 이의 조건을 함께 짊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하느님의 응답은 구원의 개입이기도 하지만, 그분을 믿는 이들이 인간 본성의 한계 속에서 이같은 일을 해주기를 호소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가난한 이의 날은, 가난한 이들이 자신의 부르짖음이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교회 전체가 내놓는 작은 응답이 되고자 한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 관한 신자들의 관심이 보조(assistance)와 같은 행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사람의 최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랑의 관심’(loving attentiveness)(복음의 기쁨 199항)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세 번째 행동으로 ‘해방’을 꼽았다. “빈곤이란 스스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 자만, 욕망과 불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인간만큼이나 오래된 악이자 순수한 이들의 발목을 잡고 사회적 차원에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 죄”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불행히도 가난한 이들을 배척하면서 이들에게 입 다물고 참으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며 이러한 목소리를 ‘불협화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목소리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혐오”로 인해 생겨난다고 비판했다. 


가난한 이들을 궁핍한 이들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불안과 불안정을 야기하고 자기 일상과 분리된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마음과 삶의 문을 열어 그들을 친구이자 가족처럼 대하는 형제자매들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이들 돕는데 있어 일등이 되기 위한 경쟁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그보다는 하느님의 응답이자 인접성의 징표가 되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성령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난한 이들에게는 주인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한 선행을 숨기고 잊어버릴 줄 아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진정한 주인공은 주님과 가난한 이들”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의 말은 믿음이 낳는 자연스러운 결말”이라며 “현세적이고 현재에만 매여 있는 삶의 관점이 낳은 우리의 무관심을 뒤흔드는 것이 바로 가난한 이들”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서로에게 손을 뻗으면 신앙이 강해지고 사랑의 원동력이 된다. 또, 우리 희망이 주님께로 향하는 여정을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구원의 만남을 이루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가난한 이에게 빚을 진 사람들임을 알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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