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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누가 울고 있습니까?”
  • 김유철
  • 등록 2018-07-24 11:26:57
  • 수정 2018-07-24 12: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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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퉁이 글 <바람소리>를 시작합니다. 시인의 부족한 글을 2016년 1월부터 가톨릭프레스에 연재했습니다. <붓과 시편>으로 2년간 연재했고, 2018년에는 <노자와 교회>로 만났습니다. 하반기를 맞아 7월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바람소리>라는 꼭지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그 바람 안에 성령이 담기기를 기도합니다. 김유철 두손모음


▲ 2013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취임 이후 최초 공식 행보로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을 방문해 난민과 이민자들을 만났다. 람페두사는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선이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곳이다. 제대와 독서대는 배와 방향키를 형상화했다.


5년 전, 2013년 7월


교종 프란치스코는 2013년 3월 취임 이후 외부 첫 방문지로 이탈리아 최남단 지중해의 람페두사 섬을 선택했다. 람페두사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유럽으로 가려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몰려드는 난민 위기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히는 곳이다. 교종은 그해 7월 8일 람페두사의 불법이민자 수용소에서 미사를 집전하면서 강론을 통해 난민들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을 비판하고 양심의 각성과 형제애를 촉구했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우리는 예수님께서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에서 언급하신 사제와 레위인의 위선에 빠져버렸다”며 연민의 회복과 연대를 호소했다. 교종은 강론 말미에 “누가 울고 있습니까? 오늘 이 시간 이 세상에서 누가 울고 있습니까?”라는 깊은 물음을 모두에게 던졌다. 모두가 잠든 어둔 새벽을 깨우는 범종 같은 울림이었다.


5년 후, 2018년 7월


2018년 7월 람페두사 방문 5주년 기념미사가 바티칸에서 열렸으며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구호 단체 관계자 등이 함께 했다. 교종은 “주님은 우리의 눈이 형제와 자매들의 곤란을 직시하고, 우리의 손은 그들을 구하길 원한다. 또, 우리가 많은 사람의 침묵과 공모 속에 자행되는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며 난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을 촉구했다.


교종은 또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위선이 존재한다”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안전과 존엄한 생활환경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문을 닫고, 다리 대신에 실제든 가상이든 벽을 쌓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비판하며 “오늘날 난민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연대와 자비”라며 “너무 많은 계산을 하려 하지 말고, 책임의 균등한 분담과 정직하고, 진지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프란치스코 같은 교종이 필요하고 그래서 슬프도록 복되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방문 5주년을 난민과 이민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출처=vatican.va)


난민은 도처에 있다.


“누가 울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야 하며 우리는 분명히 대답해야 한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카인에게 던졌던 “네 아우는 어디 있느냐?”(창세 4,9)는 질문과 다른 질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만약 “누가 울고 있습니까?”란 질문에 “모릅니다. 제가 우는 사람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라고 대답한다면 우린 영락없는 살인자 카인이 되는 것이며 결국 카인이 그랬던 것처럼 쫓겨날 것이다.


외롭고 고립되어 우는 사람들, 가난하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사람들, 권력과 기득권에게 삶의 모든 것을 빼앗긴 사람들, 한번 정해진 사회적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여성과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받는 사람들, 성적 소수자와 병역기피자로 낙인찍힌 사람들, 비정규직 노동자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 미등록 이주노동자로서 불안에 싸여 있는 사람들, 말할 수 없는 압박에 시달리는 청소년과 청년들. 


I see you ^.^


2008년 12월 <한겨레21> 표지에 방글라데시 출신의 마히아 이야기가 실렸었다. 마히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부모로부터 한국에서 태어나 8살까지 무국적으로 살다가 2013년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났던 아이였다. 한국말만 알고 살았던 마히아가 이제는 13세 소녀가 되어 방글라데시 디카에 살고 있는 이야기가 지난 7월 20일 <한겨레> 1면에 소개되었다. 참으로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누가 울고 있습니까?”라는 질문 앞에 자기 자신을 먼저 보라. 도처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새삼 발견하기 보다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굳어진 양심과 몰인정한 형제애와 사라져버린 연민과 더불어 가야하는 연대의 추락 한복판에 있는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누가 울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우리의 병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엔 ‘I see you’란 인사법이 등장한다. 그 말 속에는 “나는 당신의 영혼을 봅니다”란 의미가 담겨있다. 사람과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우린 무엇을 보고 있을까?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삶·예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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