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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성범죄 사태에 “도덕적 재앙”
  • 끌로셰
  • 등록 2018-08-17 18: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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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미국주교회의 사이트 갈무리)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최근 연달아 불거진 아동 성범죄 스캔들에 대해 입장을 발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동 성범죄를 여전히 “도덕적 재앙”이라고 표현하는 등 실질적인 ‘범죄’보다는 뉘우쳐야 할 ‘죄’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다니엘 디나르도(Daniel DiNardo) 추기경은 16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최근 보고서에서 너무나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는 과거의 죄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영적 회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영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디나르도 추기경은 맥캐릭 추기경(Theodore McCarrick)에 관한 진상 조사, 주교들에 대한 새로운 신고 채널 마련 및 성범죄 고발의 실질적인 해결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독립성, 권한 그리고 평신도 주도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캐릭 추기경 관련 조사의 경우에는 교황청에 사도적 방문(Apostolic Visitation)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사도적 방문이란 교황청에서 신학교, 교구와 같은 교회 기관을 평가하기 위해 방문자(visitor)를 보내는 행위다.


▲ 지난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교황을 만난 미국의 주교들.


주교들에 대한 새로운 신고 채널 마련의 경우 “2002년 성명서는 피해자들이 스스로 주교들에 의한 성범죄를 신고하기 위해 밟아야 할 절차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고 진단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성범죄 고발의 실질적인 해결은, 성범죄 고발을 받은 성직자가 교회법 재판을 받을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제약들을 상세히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주교들이 자신들에 대한 고발을 저지하고 조사를 방해하여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일을 방지함으로써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고발에 대한 조사를 할 때 평신도 전문가를 초빙하여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디나르도 추기경은 용서를 구하고 이러한 아동 성범죄를 “도덕적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이러한 죄(sin)와 실패(failure)로 인해 주교들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손상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다루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동 성범죄, 더 나아가 성범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형사법에 의한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를 도덕적인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를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교 혹은 추기경과 같은 지도자들이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심지어는 은폐하려는 시도가 규탄 받고 있는 가운데 “(아동 성범죄의) 핵심 중 하나가 주교단 리더십의 실패”라고 말하는 것은 은폐와 같은 적극적인 동조 행위가 문제시 된 이번 펜실베니아 주 보고서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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