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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성범죄 사태···가톨릭 신자들은 인내심을 잃었다”
  • 끌로셰
  • 등록 2018-08-17 19:13:17
  • 수정 2018-08-20 17: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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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호주 멜버른에서 성직자 성범죄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출처=THE AGE)


문제아로 보일지언정, 본당 신부에게 말하고, 주교에게 편지를 쓰고 교황대사에게 당신의 분노를 표현하라. 


최근 시어도어 맥캐릭(Theodore McCarrick) 추기경의 아동 성범죄 및 펜실베니아 주 대배심의 조사보고서로 인해 미국 가톨릭 신자들이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가운데, 미국 가톨릭 전문지 < America > 편집장 제임스 마틴(James Martin) 예수회 신부는 < New York Times >에 글을 실었다.


마틴 신부는 특히 “그리스도인은 분노를 이용해 교회의 악을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틴 신부는, “가장 분노한 사람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이라면서 “이들의 삶은 성폭력으로 인해 파괴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접적으로 성범죄에 영향을 받지 않은 가톨릭 신자들 역시 가해 사제와 이들의 범죄를 은폐한 주교들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밝히며, “많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2002년 성범죄 스캔들 이후 교회가 ‘변했다’고 믿었기에 이번 일에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노가 교회를 분열시키기 때문에 그리스도적이지 않은 비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는 선하고 건강한 것이다.


▲ 예수회 제임스 마틴 신부 (사진출처=Chicagocatholic)


마틴 신부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채찍을 휘두르시며 환전상들을 쫓아낸 일화를 들어 “분노란 예수님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란 예수님이 인도하시는 가운데 가톨릭적인 삶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수님의 분노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보신 후의 반응”이라고 설명하며, 자신을 십자가에 매단 로마 병사들에게 화 내지 않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한 장면을 예로 들었다. 마틴 신부는,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화는 한마디로 이타적이며 건설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가톨릭 신자들이 느끼고 있는 분노가 “하느님의 분노”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하느님께서는 “인간 감정을 통해 세상 속에서 살아계신다”고 밝혔다. 


설령 문제아로 취급받는 한이 있더라도, 진정한 변화를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움직이십시오.


결국, 마틴 신부는 가톨릭 신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 “당신 분노의 소리를 들으십시오. 이를 통해 당신이 생각하기에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러한 범죄를 일으켰던 성직자의 부패를 근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움직이십시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당 신부에게 말하십시오, 주교에게 편지를 쓰십시오, 교황대사에게 당신의 분노를 표현하십시오”라고 제안했다. 결국 “설령 문제아로 취급받는 한이 있더라도, 진정한 변화를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움직이십시오”라고 조언했다.


▲ 미국 보스턴 대교구장이자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 션 오말리 추기경 (사진출처=ABC)


한편, 미국 보스턴 대교구장이자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 션 오말리(Sean O' Malley) 추기경도 성명서를 내고 펜실베니아 주 조사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말리 추기경은 “말로 표현이 안 될 때가 있다”면서 “미국 가톨릭교회가 지금 그런 시기”라고 말했다. 펜실베니아 주 대배심이 발표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아동과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추악한 실패로 인해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특히,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게 만든 실책을 저지른 교회 지도층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제 양성 방식, 사목 지도 방식, 민간 당국과의 협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신자들은 인내심을 잃었고 사회 역시 우리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오말리 추기경은 이 같이 진단하며 “교회로서 우리는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게 도와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용기 있게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바로 (성범죄) 생존자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가톨릭교회의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에 대해서도 “여전히 생존자들이 지고 가는 기억과 기록 그리고 다른 모든 성범죄 사실은 교회 안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 되며, 이는 가장 많은 관심과 주의를 요하는 평생 임무”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이러한 현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미래에 가톨릭 공동체와 사회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되찾는 기회가 있을 것.


이러한 아동 성범죄에 대해 “우리가 맞이한 위기는 성직자의 죄와 실패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성직자)에게 필요한 회개, 투명성 그리고 해명 의무는 평신도의 참여와 이들의 주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평신도 참여를 통해 성직자 중심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교회가 이러한 현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미래에 가톨릭 공동체와 사회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되찾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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