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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들을 이용한 교황청 파벌 싸움”
  • 끌로셰
  • 등록 2018-08-28 18: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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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전 교황대사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Carlo Maria Viganò)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범죄를 은폐했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고,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성명서에 이름이 언급된 관계자를 비롯해 성범죄 조사 관련 단체 등의 반응은 성명서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다. 


시카고 대교구장 블레이즈 수피치(Blase Cupich) 추기경은 자신이 맥캐릭 추기경의 영향력으로 주교성 위원으로 임명되고 추기경에 서임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성명서에서 자신이 추기경으로 서임된 후 주교성 위원으로 임명되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그 반대 순서”라고 사실 관계를 정정했다. 그러면서 “내 임명과 관련해 비가노 전 교황대사와 나눈 대화라고는 그가 나에게 임명 사실을 알려주려고 전화한 것 뿐”이라면서 비가노 대주교가 이런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상당수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교회 성범죄 문제를 ‘동성애’ 문제라고 주장한데 대해서 수피치 추기경은 비가노 대주교가 언급한 2011년 발간된 존 제이 형사 대학(John Jay School of Criminal Justice)의 연구를 직접 인용하며 비가노 대주교의 주장이 해당 연구의 결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료 데이터는 동성애적 정체성을 가지거나 성인과 동성애적 행동을 보인 사제가 양성애적 성향이나 행동을 보이는 사제들보다 아동에게 성적 학대를 가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가설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Causes and Context, 2011, p. 119) 


성명서에 언급된 뉴아크 대교구장 조셉 토빈(Joseph Tobin) 추기경 역시 “성범죄 생존자들의 치유에 기여한다고 볼 수 없는 고발”이라고 표현하며, “성명서에 나타나는 사실적 오류, 빈정거림과 우려스러운 이념이 우리로 하여금 모든 학대로부터 아동과 약자를 반드시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확신을 강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교황대사 주장의 철저한 조사가 진실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미 대륙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 명단을 관리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주교들의 은폐 책임을 묻는 Bishopaccountability.org 역시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비가노 대주교의 요청대로 사임하지 말고 성직자 성범죄 퇴치를 위해 “훨씬 더 공격적인 접근방식”을 택하라고 제안했다.


국제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연대 단체 ECA(Ending Clergy Abuse)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충격적인 주장의 진실이 밝혀지거나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와 별개로 비가노는 자기 형제 주교의 성적 비위를 은폐하는데 공모했던 일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폭로를 “교회 권력 투쟁의 지렛대로 성직자 성범죄 파문과 그 피해자들을 이용하려는 교황청 파벌간 내부 싸움”이라고 규정하며 “성범죄 파문은 어떤 주교가 보수인지 진보인지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비가노 대주교가 2012년 5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대신해 교황청 전교기구 행사(Pontifical Missionary Societies)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비가노 대주교가 상을 전한 사람 중에 맥캐릭 추기경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비가노 대주교가 말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맥캐릭 추기경에게 처벌을 내렸다”고 주장한 2009-2010년 이후라는 점에서 스스로 성명서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셈이 됐다. 


칠레 성직자 성범죄 ‘카라디마 사건’의 피해자 후안 카를로스 크루즈는 자신의 트위터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범죄 파문에 빠르고 확고히 대응하는 것과는 별개로 비가노 대주교는 피해자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 그는 동성애자를 비난하고 권력을 취하려고 희생자를 이용하는 극단적 보수주의자를 대표하는 광인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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