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 리베라시옹 >에 따르면, 최근 리옹 대교구장 필립 바르바랭(Philippe Barbarin) 추기경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피에르 비뇽(Pierre Vignon) 신부가 리옹 교구법원 판사직에서 직위해제 됐다.
나는 양심에 따라 행동했기에 내가 한 일에 대해 아무런 후회가 없다.
< 리베라시옹 >은 비뇽 신부를 두고 ‘내부고발자’라고 표현하며 “주교들로부터 아주 매몰차게 쫓겨났다”고 지적했다. 비뇽 신부는 해당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번 결정에 유감을 느끼나 이를 받아들인다”고 말하며 “나는 양심에 따라 행동했기에 내가 한 일에 대해 아무런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 리베라시옹 >은 비뇽 신부에 대한 처벌이 매우 ‘은밀히’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리옹 교구법원장인 니콜라 드 보카르(Nicolas de Boccard) 신부는 비뇽 신부에게 이메일을 보내 “주교들이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2018년 11월 1일부터 인사이동을 다시 했다. 주교들이 당신을 포함시키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부터 당신은 교구법원 판사가 아니다. 나는 이러한 결정에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직위해제 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뤽 크레피(Luc Crepy) 주교는 “그런 결정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 리베라시옹 >에 답했다.
여전히 변화할 수 없는 모습과 치명적인 성직자중심주의 안에서 경직되어 있는 가톨릭 관계자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를 대표하는 단체 파롤 리베레(Parole Libérée) 대표 프랑수아 드보(François Devaux)는 비뇽 신부의 직위해제에 대해 “여전히 변화할 수 없는 모습과 치명적인 성직자중심주의 안에서 경직되어 있는 가톨릭 관계자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직위해제는 처음으로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를 초대하여 이야기를 듣겠다고 한 프랑스 주교회의 정기총회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 그 진정성을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비뇽 신부 직위해제 이틀 전에는 바르바랭 추기경과 마찬가지로 교구 신부의 성범죄를 사법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프랑스 오를레앙(Orléans) 전 교구장 앙드레 포르(André Fort) 주교에게 실형 1년이 구형되었으며, 검사는 이 구형에 대해 “가톨릭 교계제도에 전기충격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성범죄 신고 의무 위반 혐의로 사법 재판에 회부된 필립 바르바랭 추기경은 사법 당국에 ‘프레나 사건’ 베르나르 프레나 신부의 비위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2019년 1월 7일에 재판이 열린다. 프레나 사건은 베르나르 프레나(Bernard Preynat)라는 사제가 1980-90년대 남자아동 스카우트 수십 명을 성추행한 사건이다.
2016년 신고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바르바랭 추기경은 이미 리옹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올 10월에서 내년 1월로 연기되어 열리는 이번 재판은 프레나 사건 피해자들이 공동 고발인을 이루어 다시 제기한 사건으로, 바르바랭 추기경을 비롯해 현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페레르(Luis Ladaria Ferrer) 추기경도 출석 요구를 받았다.
라다리아 추기경은 당시 사건 처리에 관해 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교황청은 치외법권을 들어 해당 요구를 거부했다. 프랑수아 드보 대표는 “교황청이 프랑스와의 조약을 근거로 외교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건에서 라다리아 추기경이 외교 치외법권의 보호를 받는다고 답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 조르주 퐁티에(Georges Pontier) 대주교는 “이들은 교회의 이름으로 판단을 내리고, 주교들의 이름으로 판단을 내리는 만큼 신뢰가 깨졌을 때 그런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