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7일 교황청에 파견된 외교사절들과의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교황청의 역할은 “모든 사람을 돕고자 하는 진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인류와 관련된 문제들에 귀를 기울이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메시지와 함께 교황은, 교황청 외교사절들에게 각국의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인권과 세계 평화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특히, 교회 안에서 “평화롭고 화해를 이룬 사회로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며 베트남과 중국의 예시를 들었다. 베트남 가톨릭교회는 최근 교황청과 만나 상주 교황사절(Resident Papal Representative)의 임명을 논의했다. 중국 가톨릭교회는 지난 9월 교황청과 주교 임명권에 대한 잠정 협정을 맺으며 관계 정상화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자간 외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당사자 간의 선의와 믿음, 상대를 공명정대하게 대우하려는 마음과 논쟁에서 비롯되는 피할 수 없는 타협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데 필요한 “다자간 외교(multilateral diplomacy)”의 필수조건이 “당사자 간의 선의와 믿음, 상대를 공명정대하게 대우하려는 마음과 논쟁에서 비롯되는 피할 수 없는 타협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라면서 “이 중 한 요소라도 빠지게 되면 그 결과는 독단적 해결책의 추구가 될 것이며 결국에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다자간 외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로 일부 국가의 국가주의 경향성, 장기화된 분쟁에 대한 다자간 외교의 무기력, 근시안적이고 정파적인 합의에 의한 국가 정책 수립 등을 지적했다.
교황은 이렇게 자기 이익만을 염두에 두는 경향성이 다시금 도래함에 따라 “점차 다자 체계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으로 신뢰의 상실, 국제 정치의 신뢰 위기 그리고 가장 약한 이들의 점진적 소외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근시안적 정책 태도를 비판하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접근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진 인간의 초월적 차원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 인간 존엄의 존중은 진정 평화로운 공존의 필수 전제”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그때서야 법은 사회 정의를 이루고 민족 간의 형제적 유대를 키울 수 있는 필수 도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외에도 외교사절들에게 “가장 약한 이들의 보호”를 강조하며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분쟁, 이민자와 난민 수용 문제, 아동 인권과 여성 폭력 문제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한반도로부터 긍정적인 신호가 도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국을 대표하는 이들에게 “민족 간의 다리, 평화를 짓는 이(builders of peace)”가 되어달라고도 요청하며 지난 성탄 우르비 에트 오르비 메시지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베네수엘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의 장기화된 국제 분쟁의 해결을 기원했다.
특히 교황은 이 대목에서 “교황청은 한반도에서 진행 중인 대화를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 대화에서 건설적인 태도로 더욱 복잡한 문제들을 다뤄, 모든 한국 국민들과 지역 전체에 발전과 협력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항구적 공동 해결책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국 사절들에게 인류의 “공동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살상 무기의 확산 및 사용을 자제하고 최근 탄소배출 감축계획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마친 COP24를 들어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