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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를 상대로 한 성직자 성범죄 원인 분석
  • 끌로셰
  • 등록 2019-01-18 16:13:00
  • 수정 2019-01-25 15: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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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느비에브 메드비엘 수녀 (사진출처=Diocèse de Créteil 영상 갈무리)


프랑스 가톨릭 일간지 < 라크루아 >와의 인터뷰에서 파리가톨릭대 윤리신학 명예교수 주느비에브 메드비엘(Geneviève Medevielle) 수녀는 성직자들이 수녀들을 상대로 저지르는 성범죄의 원인을 “처음에는 영적이었던 관계”로 분석했다.


성범죄가 발생하는 공동체들의 결점은 인류학적, 사회학적, 정신분석학적 고찰의 부재’에 있다.


메드비엘 수녀는 지난 해 칠레, 인도, 프랑스 등지에서 수녀들의 성범죄 피해 사실이 제기된 가운데, 아프리카에도 피해자 수녀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젊은 시절에 유럽에서 성직자들에 의해 학대를 당한 수녀들의 증언을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메드비엘 수녀는 이러한 성범죄가 발생하는 공동체들의 결점이 “인류학적, 사회학적, 정신분석학적 고찰의 부재”였다며 “종교 생활에 따라 남녀가 2000년 전부터 갈라져 있었는데 이들을 한 장소에 모아 놓았을 때 이러한 지점을 숙고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연했던 수녀들의 피해 사실이 왜 이제 와서 드러났는지에 대해 메드비엘 수녀는 상황적인 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수녀들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90년 마리아 의료 수녀회(Medical Missionary of Mary) 출신으로 외과의로 활동하며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 모라 오도노휴(Maura O'Donohue) 수녀의 노력이었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고발한 것은 그 피해를 입은 수녀들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메드비엘 수녀는 마찬가지로, 성범죄 피해를 입은 수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임을 강조하기 위해 칠레에서도 지난 해 성직자 성범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수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미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 역시 미투(#MeToo) 운동 이후 수녀들에게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짚었다.


메드비엘 수녀는 수녀들을 상대로 한 성직자 성범죄가 수도 생활에 강한 열정을 품은 어린 수녀들이 ‘순종’을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드비엘 수녀는 이를 두고 “이미 어느 정도 고생을 겪은 선배 수녀들은 어린 수녀가 자율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애를 쓸 것이다. 하지만 어린 수녀가 진정 ‘자유로운 순종’(obéissance libre)을 경험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경우에는, 꼭 성적 학대행위가 아니더라도 모든 방식의 심리적 지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 어린 수녀가 성범죄 가해자와 만난 경우, 그 사제는 영적 관계를 최대한 이용해 수녀를 성적 대상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


수녀들은 대부분 고해사제, 지도사제, 주교로서 신부를 처음 만나게 된다. 메드비엘 수녀는 “이렇게 어린 수녀는 자신에게 영적 동행자로 주어진 사제를 이상으로 삼게 된다”며 “이 때 어린 수녀가 성범죄 가해자와 만난 경우, 그 사제는 영적 관계를 최대한 이용해 수녀를 성적 대상으로 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 성직자가 피해 수녀에게 ‘당신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식으로 납득시켜 성범죄 피해가 발생했을 때 수녀가 자기 탓을 하게 만든다고 분석하며 “가해자는 상황을 뒤집어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는 상황을 뒤집어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믿게 만든다.


수녀들이 쉽게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떤 수녀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 겪은 일을 40, 60, 80살 때 나에게 와서 말하기도 했다”며 “자신이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메드비엘 수녀는 이에 더해 “피해자는 신중하지 못했던 기관의 책임을 보지 못한 채, 자기 책임을 찾기 때문에 혼란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교회가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이 반영된 교육이 더욱 필요하며 “성윤리의 관점에서 심리적-애정적 성숙이 삶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련수녀 교육 담당 수녀와 장상들 역시 자신들이 어떤 사제에게 수녀들을 맡기는지를 잘 알고 “이러한 신부들에 대해 순진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메드비엘 수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핵심 중 하나인 ‘하느님 백성의 신학’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드비엘 수녀는 “당시 교황은 성직자중심주의적 교회를 고발하고 우리에게 사제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킬 것을, 즉 사제를 성(聖)의 층위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실 만큼 자기 스스로를 낮춘 하느님을 가진 강생의 종교와는 달리 고대 종교에서처럼 우리가 갈 수 없는 세상에서 내려와 그저 공포를 퍼트리는 성(聖)”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메드비엘 수녀는 “사제는 교회 공동체의 일치를 위해 자기 삶을 바치지만, 사제 역시 (별개의 존재가 아닌) 공동체의 일부”임을 강조했다.


⑴ 1994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수녀들의 성범죄 피해 사례들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오도노휴 수녀는 수녀들을 상대로 한 성직자 성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입회하기 위해 사제 추천서를 받아야 했던 사례를 들었다. 


오도노휴 수녀는 한 브리핑 자리에서 이러한 체계로 인해 “많은 문화권에서 여성이나 청소년이 남성에게, 특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 말하자면 사제에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지적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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