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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전통주의자들과 새로운 소통 방식 택하나
  • 끌로셰
  • 등록 2019-01-22 12:32:27
  • 수정 2019-01-23 17: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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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SSPX)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비오 10세회’ 문제를 주관하던 위원회를 폐지했다. 


성 비오 10세회는 스위스에서 1970년 마르셀 르페브르(Marcel Lefebvre) 대주교가 설립한 수도회다. 이들은 근대주의를 강경히 거부한 교황 비오 10세의 전통을 계승한 단체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가르침을 모두 거부한 채 트리엔트 공의회 전통만을 따르는 단체다. 


지난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의 교회 위원회와 관련한 자의교서(motu proprio)’를 발표하고 성 비오 10세회(Society of Saint Pius X)와의 일치를 위한 대화 업무를 담당했던 ‘형제회원 재일치 위원회’(Pontifical Commission “Ecclesia dei”, 이하 재일치 위원회)를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신앙교리성으로 이관한다고 선언했다. 


성 비오 10세회 설립자 르페브르 대주교는 불법으로 사제를 서품함에 따라 1975년 성 비오 10세회는 수도회 지위를 상실했고, 같은 해 르페브르 주교 역시 성무 집행 정지(suspens a divinis) 제재를 당했다. 이후 1988년 르페브르 대주교는 교황 인가 없이 4명의 주교를 서임한 이유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자의교서 「하느님의 교회」를 통해 파문(Latae sententiae)을 당했다.  


동시에 교황청은 성 비오 10세회와의 대화를 위해 재일치 위원회를 1988년 설립했다.


올해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교회일치를 위해 르페브르 주교가 불법으로 서임하여 자동 파문된 성 비오 10세회 주교 4명에 대한 파문을 철회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움직임은 가톨릭교회 내 전통주의자들을 보편교회에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르페브르 주교의 파문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앞서 2016년에는 성 비오 10세회 신부들에게 고해성사를 집전할 권한을 허가했으며, 2017년에는 이들이 집전하는 혼배성사의 유효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 비오 10세회는 로마가톨릭교회와 온전한 일치를 이루고 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들의 성사 집전, 사제서품, 주교서품 등은 위처럼 교황이 특별히 재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교회법상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들과의 논의는 베네딕토 16세 때 진전되는 듯 했으나 2012년 당시 수도회 장상이었던 베르나르 펠레(Bernard Fellay) 주교가 로마와의 일치를 위해 교황청이 제시한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새로운 가르침들은 오류들로 얼룩졌다”고 발언하면서 대화가 중단되었다.


이후 새롭게 장상으로 선출된 이탈리아 출신의 다비데 팔리아라니(Davide Pagliarani) 신부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페레(Luis Ladaria Ferrer) 추기경과 만나 대화 재개를 논의했다. 당시 수도회 측에서도 교황청과 수도회 사이의 문제는 “분명 교리적인 것”이라고 말하며 “신학적 대화를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자의교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1988년 설립된 재일치 위원회의 설립 이유와 기능, 성 비오 10세회와의 논의를 통한 발전 사항을 간략히 소개하고 로마가톨릭교회와 성 비오 10세회 사이의 문제가 더 이상 별도의 위원회를 필요로 할 만큼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교황청 홍보부 편집국장 역시 사설을 통해 이번 자의교서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며 성 비오 10세회의 특수성이 종식되고, 교회 안에서 신학적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토르니엘리 편집국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의교서에서 ‘성 비오 10세회 기관과 공동체가 그 수와 생활양식에 있어 자신들만의 안정성을 되찾았다’고 말한 사실을 짚으며 “성 비오 10세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더 이상 시급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교황청과 성 비오 10세 수도회 간의 논의를 신앙교리성에서 직접 주관하도록 명한 것은, 다뤄지는 문제들이 교리적 측면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고 명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에서 신앙교리성으로 이관된 성 비오 10세회 관련 업무가 기존 위원회 업무와 유사하게 성 비오 10세회의 ‘감독, 증진, 보호 업무’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성 비오 10세회의 자체통계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기준, 사제 637명과 신학생 204명, 예비신학생 56명, 남성 수도자 123명, 여성 수도자 200명이 있으며 전 세계에 37개국에 6개 신학교, 14개 관구, 167개 경당 등을 갖추고 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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