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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판사들에 “편파성과 부당한 압력을 거부해야”
  • 끌로셰
  • 등록 2019-02-15 15:29:48
  • 수정 2019-02-15 18: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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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News)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9일 이탈리아판사협회 설립 110주년을 맞아 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의 실현의 핵심은 정의를 실현하는 이들의 ‘독립성’과 ‘때와 방식’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 정의를 실현해야 할 판사들에게 교황은 “태도와 행동으로 공직 생활에 바르게 임하여 모든 사람이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제일 가치인 정의를 꾸준히, 결단력 있게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의는 가끔 입는 정장이나 행사를 위해 입는 옷과는 달리 언제나 입어야 하는 속옷(inner robe)이며, 여러분들을 감싸고 있는 이 정의는 구체적인 결정과 더불어 그 의도와 목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의를 ‘주덕’(Cardinal virtue)으로 소개하며 신중함(prudence), 용맹(fortitude), 절제(temperance)가 정의라는 덕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사회 안에서 정의란, ‘받침점이자 연결점’이라며 “정의 없이는 더이상 열리지 않는 문이나 이리저리 흔들대며 삐걱대는 문처럼 모든 사회생활은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교황은 “각자에게 각자의 것을 돌려주는 일을 행하는데 있어 정의는 평화 실현의 핵심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안락사, 낙태 등의 생명윤리와 관련된 법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이민·난민 문제 등에 대한 세심한 고려를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념에 앞서 현실을 먼저 바라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실은 그저 존재하나, 생각은 만들어지는 것”(『복음의 기쁨』 231항)이라며 “언제나 현실을 파악하려는 여러분들의 노력이 올바른 때에 이루어지고, 정확히 전달되며, 심층적 연구와 최신 정보를 유지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에 기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법전에 쓰인 문자 그대로의 법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법 이외의 지식을 이용해 대화 할 수 있기를,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더 잘 이해하고 필요할 때 능수능란하게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법 해석을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택, 관계, 보직임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편파성을 배척하는 것, 정의 실현의 때와 방식에 영향을 주기 위한 부당한 압력, 지시, 직접적 유혹을 거부하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위해서는 ‘외적 독립’과 ‘내적 독립’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적 독립이란 판사로서 무정파적 태도를 갖는 것, “선택, 관계, 보직 임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편파성을 배척하는 것”을 뜻하며, 내적 독립이란 “개인적 이득을 추구하는 일을 벗어나 ‘부당하게 정의 실현의 때와 방식에 영향을 주기 위한 압력, 지시, 직접적 유혹’을 거부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의는 제때, 올바른 방식으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람들, 특히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몸에 와 닿으며, 이들에게 안도와 위안을 주기도, 망각과 차별의 상처를 남기기도 하는 것은 정의가 실현되는 때와 방식”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으로 판사들에게 성, 문화, 이념, 인종, 종교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떠나 “각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려 노력하고, 판결을 내려야 할 사람을 ‘선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정의 실현이 점차적으로 ‘포용’적인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덕 가운데 가장 근원이 되고 으뜸으로 여겨지는 덕. 기독교는 주덕으로 믿음·소망·사랑을, 동양에서는 인(仁)·의(義)·예(禮)·지(智)를 중요시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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