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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주교회의, “독립운동에 제 구실 못했음을 고백” - 3.1운동 100주년 기념 담화, 과거 반성·세계 평화 이바지 다짐
  • 강재선
  • jse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2-20 18:44:03
  • 수정 2019-02-22 18: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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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독립운동 과정에서 천주교회가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했다며 과거사를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반성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담화문에서 “백 년 전 많은 종교인이 독립운동에 나선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면서 “그러나 그 역사의 현장에서 천주교회가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였음을”고백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당시 한국 천주교 지도부가 “일제의 강제 병합에 따른 민족의 고통과 아픔에도, 교회를 보존하고 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교분리 정책을 내세워 해방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외면한 채 신자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금지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제8대 조선 교구장이었던 귀스타브 뮈텔 주교는 3.1운동에 참여한 대신학생들을 ‘약탈자’, ‘산적’으로 비하하며 이들을 퇴학시키거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의 종부성사를 받아주지 않는 등 독립운동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바 있다.


김희중 대주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 천주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찰하며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천주교인들도 기억하고자 한다”며 “한국 천주교회의 지난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던 그들을 본받고 따르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신분과 계층, 이념과 사상, 종교가 다르더라도 우리 민족은 독립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고 목숨까지 바쳤다”면서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의 다름이 차별과 배척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 세상, 전쟁의 부재를 넘어 진정한 참회와 용서로써 화해를 이루는(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00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9항 참조)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김희중 대주교는 “신앙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 한반도에 참평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천주교회가 과거사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반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주교회는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쇄신과 화해’라는 과거사 반성문건을 대림 첫 주일에 공식 발표하고 참회미사를 봉헌한바 있다. 그러나 해당 문건은 천주교 전래 이후 교회가 저지른 각종 잘못을 포괄적으로 반성하는 형식이라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음은 기념담화 전문이다. 



3·1 운동 정신의 완성은 참평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 우리는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각계각층에서 활동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독립운동을 재평가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 년 전에 많은 종교인이 독립운동에 나선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역사의 현장에서 천주교회가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조선 후기 한 세기에 걸친 혹독한 박해를 겪고서 신앙의 자유를 얻은 한국 천주교회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런 까닭에 외국 선교사들로 이루어진 한국 천주교 지도부는 일제의 강제 병합에 따른 민족의 고통과 아픔에도, 교회를 보존하고 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교분리 정책을 내세워 해방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외면한 채 신자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금지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신자들에게 일제의 침략 전쟁에 참여할 것과 신사 참배를 권고하기까지 했습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며 한국 천주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찰하며 반성합니다. 그리고 당시 교회 지도자들의 침묵과 제재에도, 개인의 양심과 정의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천주교인들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기억하려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의 지난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과 좌절에도 쓰러지지 않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던 그들을 본받고 따르기 위함입니다.


3·1 독립 선언서는 우리 민족의 독립이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단계라고 했습니다. 신분과 계층, 이념과 사상, 종교가 다르더라도 우리 민족은 독립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고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 마주한 민족의 또 다른 고통, 곧 분단과 전쟁, 오랜 대립과 갈등을 겪었으며, 이제 이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참평화를 이루기 위한 과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의 다름이 차별과 배척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 세상, 전쟁의 부재를 넘어 진정한 참회와 용서로써 화해를 이루는(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00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9항 참조)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과거를 반성하고 신앙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 한반도에 참평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2019년 3월 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⑴ ‘마지막 도유’(extrema unctio)를 번역한 말로, 세례를 받고 의사 능력이 있는 신자가 병이나 노쇠로 죽을 위험에 놓였을 때 받는 성사를 뜻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병자성사’라 부른다. (천주교 용어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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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총 1 개)
  • 참세상2019-02-21 11:59:49

    김희중대주교님의 "양심선언"을 지지합니다. 보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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