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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기억하며 한반도 평화를 되새기다
  • 강재선
  • 등록 2019-03-11 11:27:01
  • 수정 2019-03-11 11: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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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김수환 추기경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세미나가 열렸다. ⓒ 강재선


지난 8일,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청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10주기를 기억하는 ‘김수환 추기경과 한반도 평화’ 세미나가 열렸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산하 평화나눔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평화 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토대로 최근 급속한 진전을 이룬 한반도 평화 체제의 쟁점과 대안을 모색했다.


평화는 내가 남에게 ’밥‘이 되어줄 때 이뤄진다.


‘김수환 추기경의 평화 나눔과 실천’을 주제로 한 제1회의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남긴 말들을 통해 평화란 무엇인가를 되새겼다.


“우리는 정말 많이 변화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도 삶도 변화되어야 합니다. (···) 정치 개혁과 함께 사회정의를 실천하고 복지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안의 빈부격차나 지역감정 문제 등을 해소시키고, 우리 서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와 나라를 건설해 가야 합니다.” (전집13, p. 432)


『김수환 추기경 전집』 에 실린 글을 소개하며 김수환 추기경을 회고한 신정환 한국외대 교수는 “평화는 내가 남에게 ’밥‘이 되어줄 때 이뤄진다”(전집1, p. 381-382)는 말에서 평화의 핵심을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신정환 교수는 이를 “자기 몸을 나누는 형제애를 기반으로 한 평화 개념”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독재로 인해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사회가 비인간화되었으며 지역·계층·세대로 갈라져 싸우는 남한의 사회적 갈등을 언급하며 “통일이 외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먼저 우리 내부의 문제임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조정환 청파동 본당 주임사제 역시 고 김수환 추기경이 말하는 평화의 근간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북한 공산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자신과 다른 사상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빨갱이’, ‘용공’, ‘좌경’ 등의 딱지를 붙여 사람들이 “사회 안에 존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추기경은 바라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정환 신부는 김 추기경의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 없거나, 사회가 조용한 상태를 일컫지 않는다며 “서로 존중하고 사랑함으로써 한 나라, 한 사회 안에서는 빈부의 격차나 지역감정도 없고 (···) 또 세계적으로는 인종과 국가 피부색, 언어, 문화의 차별을 넘어 서로 같은 인류가족의 일원으로서 위하고 사랑할 줄 알 때, 그것을 ‘평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김 추기경의 발언을 인용했다.


‘김수환 추기경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환영 중앙일보플러스 대기자는 “그 무엇보다 김 추기경은 민주화에 기여했다”며 “민주화는 가톨릭의 사회사상이나 공동선의 개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도 일치했다”고 분석했다. 


남북고위급회담과 한미실무그룹이 한국 중재외교의 채널로 활용될 수 있을 것


▲ ⓒ 강재선


‘김수환 추기경의 가르침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제2회의에서는 주로 최근 제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뤄진 한반도 평화 체제의 쟁점과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는 발표들이 이어졌다.


인천대학교 중국연구소 소장 이호철 교수는 비핵화 프로세스,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남북관계 개선·발전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의 기준이 모호하며, 이미 90년대 한차례 신고·사찰·검증·폐기로 구성된 고전적 비핵화 방식이 실패한 만큼 다른 길도 염두에 두어야하며, 이와 더불어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완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며 완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철 교수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중재외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위 같은 쟁점을 해결하는데 “남북고위급회담과 한미 실무그룹이 한국 중재외교의 채널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군사력을 앞세워 강국이 되면 평화가 이룩된다는 선군평화에서 경제발전을 병행하는 병진평화로 이행했으며, 미국이 말하는 평화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안착에서 트럼프 시대가 개막함에 따라 미국우선주의적 태도에 따른 비용중심주의로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서로 평화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황지환 교수는 한국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접근법의 간격을 좁힐 수 있도록 둘의 평화 개념 합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무기 확보 이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남북관계는 북핵 문제 외의 남북경협, 군사분야 논의, 사회문화 교류 활성화 등에 집중하고, 한국은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비핵화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여 두 당사국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신자들 60여명과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한홍순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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