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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언니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 [기자시선] 교회언니들의 불금 파티에 함께한 후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3-12 11:41:28
  • 수정 2019-03-15 10: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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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서울YWCA에서 `교회언니들의 불금파티`가 열렸다. ⓒ 문미정


세계여성의 날, ‘교회언니들의 불금파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선배기자와 서울YWCA로 향했다. 대강당은 2030 교회언니들로 가득했고 드문드문 교회오빠들 모습도 보였다. 


백소영 언니(기독교사회윤리학 전공. 강남대 기독교학과 교수), 이은애 언니(구약성서신학 전공. 성결대 객원교수, 이화여대 강사), 이주아 언니(기독교교육학 전공. 충북대, 이화여대 강사), 김희선 언니(기독교상담학 전공. 이화여대 강사, 기독교장로회목사, 목회상담가)를 필두로 불금파티에 참여한 2030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겪은 성차별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회 성차별을 ‘성차별적 설교(남성중심적 성서해석)’, ‘여성혐오적 교회문화(언어, 행동)’, ‘목회자/교회지도자에 의한 성폭력’ 세 범주로 나눠서 네 명의 교회 언니들이 먼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고 성토했다. 


▲ ⓒ 문미정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쥐고 자신의 언어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은 상대방을 판단하고 단죄하려고 하지 않았기에 모두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로 경험을 이야기했다. 함께 분노하며 탄식하지만 동시에 웃음도 끊이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교회 안에서 외모 지적을 받고 평가받는 등 상처를 받아 여성들만 있는 교회를 찾아갔다. 하지만 도망 왔다는 생각에 괴로운 마음이 들고 두고 온 여자 후배들을 생각하면 다시 교회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솔직히, 아직 무섭다’고 말한다. 


“비행기가 위기 상태에 있으면 불시착을 해야 하는데 이때 위에서 산소마스크가 떨어진다. 그런데 옆에 사람 도와준다고 내꺼 안 챙기면 그 사람도 죽고 나도 죽는다. 그래서 원칙은 누군가를 구하려면 내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 너부터 산소마스크를 써라.” 


불금파티를 진행한 소영언니는 참석자들에게 이 같이 조언했다. 


한 데 모인 교회 언니들은 자신의 일처럼 분노하며 용기를 낸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교회에서 상처받고 외로웠을 이들이 이곳에서 위안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럽다, 그리고 외롭다 


▲ ⓒ 문미정


‘…이 중에 성당언니들은 정말 우리뿐이야?’

‘그런가본데요…’


불금파티가 점점 무르익을수록 외로워졌다. 우리는 언제쯤 눈치 보지 않고 여성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사회민주화와 함께 천주교회 안에서도 여성들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한국사회에 미투운동이 시작되고 젠더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되어 각계각층에서 여성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천주교회 안에서는 그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동행한 선배기자는 손을 번쩍 들고 교회언니들 틈에서 ‘성당언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체계적이고 매우 견고하게 남성중심적인 가톨릭교회 구조에서 무기력한 가톨릭 여성들이 무엇부터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모두 같은 그리스도교인들이지만 서로 처한 환경이 다르다보니 다들 조심스러워 했다. 은애 언니는 “여기 오신 게 그 출발이다.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 와서 이야기 하셨다. 성당언니도 교회 언니와 손잡고 함께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격려와 위로를 전했다. 


성당언니들, 다들 어디서 뭐 하세요?


기독교상담학, 기독교교육학, 성서신학, 기독교사회윤리학을 전공하고 각자 전문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언니들은 교회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다가 아니었다. 앞에 나선 네 명의 언니들은 뒤에도 교회언니들이 앉아있다고 소개했다. 뒤를 돌아보니 중년의 교회언니들이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이날의 “언니”는 단순히 손윗사람인 여성을 높여 부르는 호칭을 뛰어넘어 끈끈하게 연결된 ‘여성들의 연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교회언니들의 불금파티는 부러우면서도, 새로운 자극과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어딘가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당언니’들을 찾아 나설참이다. 다양한 소리를 내는 성당언니들의 신명나는 파티를 상상해본다. 우리의 파티가 무르익을 때쯤 교회언니들을 초대해 함께 가자고 손도 내밀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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