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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여보시오. 벗님아!
  • 김유철
  • 등록 2019-05-09 11:20:55
  • 수정 2019-05-09 11: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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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김광석의 노래로 잘 알려진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란 노래의 1절이다. 이 노래의 원곡은 양병집이란 포크송 1세대가 불렀던 노래다. 그는 왜 이런 거꾸로 본 세태의 모습을 글로 써서 노래해야 했을까? 한국의 포크송은 1960년대 후반 무렵 청년문화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본격화 되었던 장르이다. 일제강점기로 부터의 해방과 민족상잔의 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들이 주로 불렀던 노래이고 무엇보다 60년대 이전 가요들이 담고 있던 상투성을 벗어나 세태를 풍자하거나 삶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을 띠고 있었다.


슬픈 코미디를 그리워하는 자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시경에는 300여 편의 시가 전해진다. 그 중의 대부분은 풍(風)이라 불리는 것으로서 당시 민중의 사는 이야기를 사실성 있게 전함으로써 단순한 시, 유행가에 그치지 않고 역사의 근거인 사료(史料)로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6,70년대의 포크송을 즐기던 청년문화를 독재정권들이 불온시 본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민중의 삶을 노래하는 것마저도 불온하게 보는 스스로 불안에 떨던 불쌍한 정권이었다.


슬픈 코미디 같지만 여전히 그 정권의 그림자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21세기 이 땅에도 있다. 그 허망한 권력의 냄새가 그리워서 몸부림치며 제 나라 국기와 태평양 건너의 국기와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중동국가의 국기를 흔들어대며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를 부르짖는 부류가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여보시오, 벗님아! ‘우리’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천상천하 유아독존한 ‘내’가 태어나는 것이며, ‘민족중흥’이나 ‘역사적 사명’ 때문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행복’하려고 태어나는 것이다.


심심하면-그야말로 심심하면-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들 하지 말라. 갑자기 그런 일들 하면 어떻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뭐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백팩’ 메고 다니는 사람들, 시장이 쉬는 날인지도 모르고 떼거리로 시장에서 배회하는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자기 지원군으로 보여서 웃다가 울다가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 그러나 여보시오, 벗님아! 그대들이 꿈꾸는 정권시절에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거동이 수상한 자’로 신고 대상이었다는 것을 잊지 마라.


▲ (사진출처=한겨레 장나래 기자)


번지수가 한참 틀렸어요


애초에 이름이 애매모호했던 것이 사탈이다. 마치 아파트 이름 어렵게 지어 어른들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못된 자식들처럼 ‘패스트 트랙’이라고 하는 말 자체를 알아듣는 사람이 국민의 몇 명이나 있겠는가? 더 애매한 것은 그 패스트 트랙에 지정되려면, 국회 재적의원의 반 이상, 아니면 소관 상임위원회의 반 이상 찬성으로 지정을 요청하고, 재적의원의 5분의 3이나 상임위원회의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지정된다는 말은 이 또한 얼마나 국민의 이해력이 필요한 말인가? 이러니 국민들은 저절로 바보가 되거나 정치인들의 싸움질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아무튼 그리해서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일단 패스트 트랙으로 올라탄 것이 정치개혁특위의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개혁특위의 고위공직자수사처 설립 및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그런데 그것을 빌미로 한 정당의 대표가 백팩 메고 이른바 ‘민생투어’를 한다며 정치의 장인 국회를 등지고 시장으로 나가고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장은 장이지만 시장과 광장은 정치인들이 잘못 들고 있는 번지이다.


혹여 그대가 종교에 몸담고 있다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3절이다.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세상을 돌아보라. 지속가능한 평화라는 말 앞에서, 함께 살아갈 화해라는 말 앞에서, 섬기고 받을 국민 앞에서 과연 어디에서 발걸음이 멈추고 있는 것인지, 하여 그 발걸음이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할 일이다. 혹여 종교라는 것에 몸담고 있다면 그 종교의 창시자가 지향하는 이정표가 오늘 어디로 초대하고 있는지 눈 열고 귀 열고 담아보라.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이다.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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