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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전 세계 여성수도회 장상들과 만나
  • 끌로셰
  • 등록 2019-05-15 18:04:05
  • 수정 2019-05-15 18: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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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연설이 있기는 하지만 지루할 것 같으니 읽지 않겠습니다”


지난 10일 국제여성수도회장상연합(Union Internationale des Supérieures générales, UISG)의 정기총회 마지막 날 850명의 장상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났다. 


이번 만남에 참석한 수녀들은 사전에 교황과의 질의응답 시간 없이 교황의 준비된 연설만을 듣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준비한 연설 대신 수도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 Global Sisters Report >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상에 의자 두 개를 요청해 카르멘 새멋(Carmen Sammut) 국제여성수도회장상연합 대표와 함께 앉아 40여 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새멋 대표는 여성부제직을 비롯해 수녀를 상대로 한 성폭력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 여성들의 현실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녀를 상대로 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고 엄중한 문제인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여기 로마에서도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과 정보들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수녀의 노동과 활동 역시 “굴종이 아닌 봉사”가 되어야 한다며 “당신이 성직자의 시녀가 되기 위해 수녀가 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성부제에 대해서는 지난 번 해외순방 후 기내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것과 같은 의견을 밝히며 “오늘 공식적으로 국제여성수도회장상연합 대표에게 여성부제연구위원회가 모두 동의한 얼마 안 되는 내용을 담은 결과보고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각 위원의 보고서도 가지고 있는데 어떤 보고서는 더 진취적인 논의를 하고, 다른 보고서는 어느 정도 선에서 논의를 멈추고 있다”며 “신학적, 역사적 근거 없이 교령(sacremental decree)을 내릴 수는 없으므로 이 모든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곧 위원들을 소집하여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에서의 여성 역할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답하던 교황은 “교회의 존재는 교리, 역사 전집인 덴칭거(Denzinger)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교회는 계시에 충실하여 발전해왔다”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부제 문제와 관련해 ‘해를 지나며 단단해지고, 시간이 지나며 넓어지고, 세대를 거치며 심오해진다’는 레렝의 성 빈첸시오(Vincent de Lérin)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계시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연구해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패트리샤 시먼(Patricia Siemen) 아드리안 도미니코 수녀회(Adrian Dominican Sisters) 장상 수녀는 “교황의 인간됨과 진정성에 감동을 받았다”면서도 “여성이 ‘성직’ 부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람들의 필요와 여성의 재능에 근거한 사목적 접근이 아니라 예수가 살았던 시대와 직접적 연관에 달렸다는 교황의 확언에 실망하기도 했으나 그러한 한계에만 골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먼 수녀는 “여성부제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심으로 교황이 지도부와 의사결정 기구에서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이린 맥켄지(Eileen McKenzie) 영원한 흠숭 수녀회(Franciscan Sisters of Perpetual Adoration) 장상은 “준비한 연설이 있기는 하지만 지루할 것 같으니 읽지 않겠습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부제직 검토를 촉구하긴 했지만 여성부제직연구위원회의 일원도 아닌 국제여성수도회장상연합에 여성부제직 검토 보고서를 건넨 것을 “투명성의 상징”으로 평가했다.


이외에도 참석한 수녀들은 대체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설과 수동적인 경청을 추구하기보다는 격식이나 절차를 따지지 않고, 둘러 앉아 서로간의 ‘살아있는 대화’를 하는 열린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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