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여성혐오 범죄 3주기를 기억하면서 교회성폭력의 공동체적 해결을 다짐하고 기도하는 예배가 16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타종 소리가 울리면서 10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침묵 속에 기도를 했다. 이날 예배는 기도, 강론, 성찬례 등을 모두 여성들이 이끌어갔다.
주님! 더 이상 여성들이 남성중심사회의 희생자로 살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당당한 하나님의 자녀요,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꾸는 제자입니다.
이제는 교회가 가해자를 옹호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성폭력이 발생하는 고리를 끊고 피해자의 존엄을 보장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게 하소서.
함께 책임지는 교회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교회가 다시 사회에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정의를 비처럼 내려 주십시오.
여성혐오와 성폭력으로 얼룩진 사회와 교회의 모습을 고발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면서, 피해자와 함께 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기도가 이어졌다. 특송으로 래퍼 호락이 ‘원래 그런거야’, ‘이분법’을 부르면서 여성혐오와 가부장적인 사회를 비판했으며, 향린교회 교우들은 ‘고문’이란 노래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향린공동체 성정의위원회 조은화 목사는 “강남역 여성혐오 범죄 이후, 성폭력에 침묵하기 보다는 조금 더 세상을 향해 말하려하고 연대하려는 힘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그간 이어 온 미투 운동은 혐오와 차별에 맞서며 평화와 평등을 위해 애쓴 시간”이라고 말했다.
조은화 목사는 성폭력 피해자가 꽃뱀으로 의심받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으며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고 회복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서지현 검사의 말을 떠올리면서 “성폭력 사건 해결은 단순히 가해자 잘못으로, 생존자 혼자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겨둘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들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가해자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성폭력 생존자들의 삶이 힘들어지고 사건을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체가 파괴되는 일도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와 교회에서 제대로 된 비판능력, 처벌 능력을 갖춰야 하고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은 극악한 범죄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구조적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복’은 성폭력이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성폭력 생존자를 우선으로 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는 일, 공동체가 지지 그룹이 되어 재정마련과 생존자와 지속적으로 동행하는 일 등을 통해서 함께 희망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화 목사는 교회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 과정이 가부장적인 틀이라는 힘의 저항에 많이 부딪힐 것이며, 더 많은 준비와 힘을 모아 사건에 대처하고 해결해가기를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NCCK여성위원회 민숙희 대한성공회 사제와 성정의실현을 위한 기장 교역자모임 김모란 목사가 공동으로 성찬을 이어갔다. 날은 어두워졌지만 제단 앞은 예배에 참석한 이들이 밝힌 불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이는 우리가 함께 평등과 평화의 물결을 만들고, 평등하지 못한 폭력과 차별이 계속 되는 묵은 땅을 갈아엎고 함께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교회성폭력의 공동체적 해결과 정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다함께 낭독하며, ▲교회성폭력 해결을 위해 책임질 것 ▲교회성폭력 정책과 지침 마련, 해당절차에 따라 문제 해결할 것 ▲피해자를 보호하고 공동체를 회복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