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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힘을 내자. - (지성용)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기도로 아침을 열며
  • 지성용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6-14 16:56:26
  • 수정 2019-06-14 17: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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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는 막말과 혼란, 살인과 방화, 헝가리에서 유람선이 침몰했다는 소식...


불안한 일상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온갖 악재들이 우리의 마음을 편하지 않게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했던 우리들의 노력은 모두 헛된 일들이었는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막막함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여러 가지 충격적인 현상들에 마음이 분주해 지지만 사실 이 모든 일들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하나의 원리가 있다. 


정치인들의 끝날 줄 모르는 싸움과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와 직권남용, 무너진 사법정의, 조현병 환자들의 묻지마 살인이나 난동, 방화와 난무하는 성범죄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범인은 바로 ‘자본’이다.


▲ 조셉 케플러(Joseph Keppler), `The Bosses of the Senate`, 1889년


자본은 이윤을 추구한다. 지옥까지라도 따라갈 자세로 자본은 고약하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무한경쟁이다. 경쟁에서 낙오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나 재활의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는 ‘경쟁을 자유롭게, 제한 없이 허락하라!’는 슬로건이 신자유주의 철학이다.


정치인들이 저렇게 포악질을 부리며 권력의 부나비로 자리를 틀려고 하는 것은 거대자본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법들을 만들어 일신의 안락과 부를 꿈꾸는 욕망 때문이다. 


법조인들이 저렇게 불의하고 불공정하게 가진 자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이윤에 장애가 되는 모든 규칙과 게임의 룰을 승자독식의 체계로 만들어 주기 위해 사회적인 합의를 교묘하게 해석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진주아파트의 안인득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그의 ‘조현병’이나 그의 정신분열은 사회적인 좌절과 실패, 낙오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희망하고 욕망하던 모든 것들이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그에게는 재생의 기회가 주어 지지 않았고 ‘낙수효과’는 있지 않았다. 그의 분노는 임계점에 올랐고 그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며 세상에 대한 복수와 증오의 칼을 품고 살아왔던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세상은 부조리하고 불의하고 불공정하고 무의미하고, 때로는 전도서의 말씀처럼 ‘헛되고 헛되다 세상 모든 것이 헛되다!’는 말씀이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은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싸울 수 있을 때 인간이다. 불의에서 정의를 말할 수 있을 때 인간이고 불공정한 룰을 공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무의미에서 의미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인간이며 헛되고 헛된 세상을 보다 의미 있게 가치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인간에게 더 많은 과제들이 생겨난 것뿐이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싸워야 한다. 바꿔야 한다. 변해야 한다. 보다 공정하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 하나를 품고 걸어가야 한다. 그래야 인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초월은 어디 먼 산 속에 들어가 숨어 기도하며 세상을 피해 있는 것이 아니다. 초월은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변화시키며 세상을 뛰어넘는 사유와 실천과 삶으로 사랑을 완성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이리라.


힘내라! 세상이 아무리 우리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나는 교황의 집무실에 걸려있는 이 글을 읽고 기도하며 오늘 아침 다시 힘을 내어 내가 가야할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무실에 있는 글



소란스럽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침묵 안에 평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포기하지 말고 가능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도록 하십시오.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진실을 말하고,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들 역시 할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요.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사람들을 피하십시오. 그들은 영혼을 괴롭힙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이 하찮아 보이거나 비참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더 위대하거나 더 못한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계획한 것뿐만 아니라 당신이 이루어 낸 것들을 보며 즐거워하십시오.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당신이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으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변할 수밖에 없는 시간의 운명 안에서 진실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상의 일에도 주의를 쏟으십시오. 세상은 속임수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미덕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지는 마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위해 애쓰고 있고, 삶은 영웅적인 행위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본연의 모습을 찾으십시오. 가식적인 모습이 되지 마십시오! 사랑에 대해서 냉소적이 되지 마십시오. 아무리 무미건조하고 꿈이 없는 상태에서도 사랑은 잔디처럼 돋아나기 때문입니다. 


나이 든 사람들의 충고는 겸손히 받아들이고, 젊은이들의 생각에는 품위 있게 양보하십시오. 갑작스러운 불행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면 영혼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쓸데없는 상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많은 두려움은 피로와 외로움에서 생겨납니다.


자신에게 관대해 지도록 노력하십시오, 당신은 나무나 별들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자녀입니다. 당신은 이곳에 머무를 권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우주는 그 나름의 질서대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과 평화롭게 지내십시오. 당신이 그분을 어떻게 생각하든, 당신의 노동과 소망이 무엇이든 시끄럽고 혼란한 삶 속에서도 영혼의 평화를 간직하십시오.


서로 속이고, 힘들고, 꿈이 깨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늘 평안하고 행복하려고 애쓰십시오.


- 맥스 에흐만(Max Ehrmann), '간절히 열망하는 것들'




[필진정보]
지성용 : 천주교 인천교구 용유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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