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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빈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 끌로셰
  • 등록 2019-06-18 1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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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3일 제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World Day of the Poor) 담화를 공개했다. 올해 11월 17일로 지정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교황은 “가련한 이들의 희망은 영원토록 헛되지 않으리라”(시편 9, 19)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느님께서 이런 불공평을 두고 보시나? 어째서 가난한 이들을 돕지 않으시고 이들이 모욕당하게 내버려 두실 수 있나? 가난한 이들을 압제하는 자들의 행실을 벌하는 대신 이들이 번성하게 하실 수 있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담화에서 위와 같은 “오래된 질문”을 묵상했다. 


교황은 “심각한 사회적 불균형으로 이어진 대규모 경제 성장의 시대에 시편이 지어졌다”면서  “당시는 오만하고 사악한 이들이 가난한 이를 사냥하고, 그들이 가진 얼마 되지도 않는 것들까지 차지하고 이들을 속박하려고 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오늘날도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시편에 나온 사회적 속박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피난, 전쟁 등으로 인해 무너지는 가정, 근시안적 정책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 여러 유형의 폭력 피해자들 그리고 이민자와 노숙자들에게서 이러한 불균형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배를 채울 것이나 입을 것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다른 사람들이 필요 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린 물건들을 뒤지는 모습을 얼마나 자주 보았나”라면서 “이런 추문에 동조한 이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은 채로 가난한 이들은 버려진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심지어 가난한 이들은 자기 빈곤조차도 용서받지 못한다며 “언제나 이들을 향한 판단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내 ‘가난한 사람은 이래야 한다’며 가난한 자들을 구속하려고 하는 사고방식을 비판했다.


교황은 이처럼 “엄청난 빈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제철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끝도 없이 일할 수밖에 없는데도, 이들은 황당할 정도로 낮은 임금을 받는다. 이들은 서로를 동료라고 느끼게 하지 못하는 불안하고 비인간적인 조건 속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들은 실직 수당, 각종 혜택, 심지어는 병가조차도 쓰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수가 참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며 “가난한 이는 행복하여라”(루카 6, 20)라는 “이 모순적인 말씀의 의미는,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일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며 “주님의 몸을 만지고 우리 각자가 진정한 복음화라 할 수 있는 봉사에 헌신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상승을 비롯한 가난한 이들의 성장을 촉진하는데 헌신하는 것은 복음 선포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그리스도 신앙의 현실과 역사적 정당성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주님의 제자들이 진정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눈에 보이는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할 섬김의 모델로서 “옆집 성인”(saints next door)이라는 모습을 강조했다. “분명 가난한 이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음식을 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오겠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따뜻한 한 끼보다 더한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 손을 잡고 위로 올라와야 한다. 한 마디로 이들에게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구체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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