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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빵을 늘린 기적에 ‘늘리다’는 표현은 없어”
  • 끌로셰
  • 등록 2019-06-24 17:30:16
  • 수정 2019-06-26 1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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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News)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주일(23일, 그리스도 성체성혈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세례와 성체성사의 핵심인 ‘축복’과 ‘나눔’을 통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멜키체덱이 아브라함에게 복을 빌어줌으로써 아브라함을 통해 다른 모든 사람들이 축복을 받은 일과, 예수께서 빵과 물고기를 늘리신 기적에서 보듯이 “축복을 통해 복이 넘쳐흐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축복이란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라면서 “축복은 단순히 아름다운 말을 하거나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담아 말하는 것, ‘복됨’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신도들에게 가정, 성당, 미사 안에서 언제나 축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면서 사제를 비롯한 성직자들에게는 “축복을 받은 이들로서 우리는 똑같은 사랑의 기름부음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축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께서 빵을 늘리신 기적에서 중요한 것은 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빵을 주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빵은 단순히 소비재뿐만이 아니라, 나눔의 방식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빵을 늘리신 이야기 안에서는 놀랍게도 ‘늘리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여기에 사용된 동사는 ‘떼다’, ‘주다’, ‘나누다’ 이다. 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나눔이 강조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이득을 늘리려 한다”며 “그 목적은 무엇인가? 주기 위함인가 갖기 위함인가? 나누기 위함인가 쌓기 위함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복음의 경제는 함께 나눔으로써 늘어나고, 우리를 먹여 살리며 일부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생명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결국 “예수께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적든 많든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줄 때 그것이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수께서는 놀라운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보잘것없는 것을 자기 손으로 쪼개고, 내어주며, 나누어줌으로써 기적을 행하신 것이다. 사랑은 작은 것으로도 큰 것을 만들어낸다.


성체성사가 이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면서 “빵 조각 안에 하느님이 담겨 있는 것처럼, 쪼개어지고 나누어진 빵, 즉 우리가 받는 성체성사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고방식을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네가 저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가진 것이 거의 없어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내놓는다면, 그 보잘것없는 당신의 것이 예수님이 보시기에 큰 것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⑴ 그리스도 성체성혈대축일 : 성령 강림 대축일 후 제2주일.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를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하는 날. (천주교용어자료집)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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