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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하는 마음으로 ‘공소’의 모습을 담았다 - 7월 14일까지 서울 류가헌갤러리서 ‘공소순례’ 사진전 열려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7-10 18:41:11
  • 수정 2019-07-10 18: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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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회의 모태이자 민초들의 삶이나 신앙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간직된 곳 (…) 이러한 공소가 농촌 인구가 줄고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세상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면서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 김주희 사진가 작가노트 중 


공소(公所)는 본당보다 작은 단위 교회로 한국 천주교회 신앙 공동체가 이뤄진 곳이다. 본당과 달리 사제가 상주하지 않아 미사 집전을 할 수 없으며, 평소 공소 교우들은 공소예절을 행한다. 


1969년 기준으로 전국 공소 수는 1,906개였지만,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고령화되면서 그 수는 점차 줄어들어 2018년에는 729개 공소만이 남아있다.  


▲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공소순례> 사진전 ⓒ 문미정


전라북도 출신인 김주희(가브리엘라) 사진가는 많은 공소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북 지역의 공소들을 사진에 담기로 마음 먹었다.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부안의 ‘덕림공소’를 시작으로, 전북 96개 공소 중 70여 군데를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공소 사진들을 모아 <공소 순례>라는 제목으로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사진전이 열렸다. 


침묵 속에서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 


▲ 김주희 사진작가 ⓒ 문미정


9일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류가헌 갤러리에 방문하자, 김주희 작가는 사진전을 방문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흰색 벽 위에 걸린 액자 속에는 금방이라도 누군가 나올 것 같은 생활감이 서려진 공소와 신자들의 발길이 끊겨 침묵이 내려앉은 공소 모습이 보였다. 한쪽 벽면에는 임실의 ‘삼길공소’ 벽에 그려진 성화가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김주희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성당건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공소 교우들이 힘을 합쳐 유지해온 것이니 만큼 그 신실함과 경건성은 대성당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빛의 기도’라는 제목으로 성당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지만 이후 공소로 눈을 돌리면서 순례하는 마음으로 공소를 담기 시작했다. 


사진전에서는 ‘빛’이란 단어가 많이 눈에 띄었다. 김주희 작가는 이 빛은 '은총'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빛으로 표현하는 예술이기에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빛이고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 성당이었다고 말했다.


▲ 부안 `덕림공소`에서 찍은 십자가상. 십자가 앞뒤에 예수님이 있다. ⓒ 문미정


사진 촬영을 하면서 “고통 속에서는 침묵을 하지만 침묵 속에서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덕림공소 십자가 사진에서 평화나 은총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밤에 가서 여러 빛을 쏘아 표현했다.


<공소순례>라는 사진전 이름이 그렇듯이 김주희 작가에게는 여러 공소를 찾아다녔던 일이 순례 그 자체였다. 처음과 마지막 촬영을 했던 덕림공소는 김주희 작가에게 특별이 의미있는 곳이다. 


침묵의 어둠 속에서 공소의 빛을 촬영하는 동안 나는 순례자였다. 순례길을 걸으며 불완전한 내 자신을 탐색하는 동안, 그 빛이 무의식의 어둠을 밝혀주었다. - 김주희 사진가 작가노트 중


어느 날은 늘 열려있던 공소 문이 잠겨있어서 열쇠를 구하러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공소에 들어서게 됐다. 김주희 작가는 그때 침묵 속에서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먼지가 가라앉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침묵 속에서 십자가를 촬영했다.


김주희 작가는 단순히 현상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나 느낌이 담기도록 찍고 싶다고 했다. 순례하는 마음으로 촬영한 공소 사진들을 보며 관람객들이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는지 물었다. 


▲ 진안 `두원공소`는 2016년 12월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문미정


그는 진안의 ‘두원공소’에서 공소가 너무 오래 되어 갈라진 벽 사이로 비치는 빛에 초점 맞춰서 찍었다면서, 그 빛을 관람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관람객들이 자신이 느낀 것처럼 침묵 속에서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과 공소 공동체의 의미를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소순례> 사진전은 7월 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 갤러리 지하1층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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