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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로 통한 이름없는 여성들…“가톨릭여성, 자신의 이름을 찾자” - 20일,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승격 3주년 강연 열려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7-22 18:21:32
  • 수정 2019-07-22 18: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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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승격 3주년을 기념하면서 지난 20일, 가톨릭여성신학회가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공개강연을 열고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가톨릭여성신학회는 2017년에 창립 20주년을 맞아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승격 공개 강연과 미사를 개최해왔고, 올해 그 세 번째 강연으로 여성을 둘러싼 패러다임의 해체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에 비추어 한국 가톨릭 여성들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규정되는 여성 패러다임’, 어떻게 해체해야 할까


김정은 한국교회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성차별, 성폭력이 한국사회에서 반복되는 원인을 ‘패러다임’에서 찾았다. 한번 형성된 패러다임은 그 시대, 그 사회를 장악해서 여러 오류들이 발견돼도 쉽게 해체되지 않지만 한번 해체된 패러다임은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 여성이 고통 받는 원인을 여성 스스로 규정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되는 여성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했다. 여성이 남성들에 의해서 혹은 제도, 권력에 의해서 여성의 역할, 범위, 지위 등이 계속 규정되는 패러다임이 깨지지 않는 이상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정은 한국교회사연구소 선임연구원 ⓒ 문미정


여성에 대한 규정을 수단과 제한적 역할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수단으로서 여성은 ‘성적 수단’ ‘무상 노동자’ ‘무상 생산자’로 규정된다고 봤다. 여성이 수단으로 규정되면서 드러난 최근의 갈등은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라면서, 임신과 출산‧육아에 있어서 여성이 이를 수행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문화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톨릭교회가 여성의 존엄, 생명권, 가정의 존엄을 주장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교회의 제도와 문화에 있어서 여성을 수단화하지 않았는지 성찰하고 그에 따른 대안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한적 역할로 규정되는 여성에 대해서도 살폈다. 본당의 모든 평신도는 성사 생활, 봉사 활동, 각종 신심 단체 등에 참여하고 성직자들의 사목 교역에 협력하기도 하지만 이 사목 교역에 협력하는 사람 대부분은 남성으로 이뤄져있다. 신자들이 할 수 있는 사목 교역 협력 중 본당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협력은 ‘강론’과 ‘성체분배’로, 대부분 남성이 맡는다는 것이다. 


여성소위원회라는 제한된 영역이 아니라 인간 발전과 연대, 공동선이라는 큰 틀에서 활동해야


교회법 규정과 평신도의 사제 교역 협력 문제에 관한 훈령을 살펴보면서 ‘여성’ 평신도를 배제하는 항목이 없음에도 여성 평신도가 강론과 성체 분배 협력에서 배제됨을 지적했다. 


김정은 선임연구원은 패러다임을 해체하기 위해 인식의 전환과 실천적인 제안을 했다. 여성의 본질과 존엄에 대한 인식, 섬김(봉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 여성을 바라보는 모성-동정의 이분법적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을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산하 여성소위원회라는 제한된 영역이 아닌, 인간 발전과 연대, 공동선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폭넓게 조사‧연구되고 그에 따른 통합적‧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국위원회 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 아닌 ‘자신의 이름’ 찾아야 


▲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최혜영 수녀 ⓒ 문미정


가톨릭여성신학회 회장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는 마리아는 우리나라의 영자, 영희처럼 흔한 이름으로, “평범한 여성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여성들의 이름이 없어서 다 마리아로 통했다”면서도 “지금은 여성들의 이름이 굉장히 중요하고, 여성의 주체성과 자발성이 중요한 시대에 자기 이름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계속 바뀌는데 교회는 여전히 성경에 나오는 여러 마리아를 뒤섞어서 쓰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은 베다니아의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는 다른 인물이고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만 알아가도 중요한 첫걸음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혜영 수녀는 “추상적인 여인이 아니라 개개인의 마리아를 드러내고, 목소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교회가 마리아를 사도로 재조명하는 것은 목소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결단”이라고 짚었다. 


6세기에 네 복음서에 등장하는 마리아를 모두 동일시하는 주석이 발표된 이후, 마리아 막달레나는 죄 많은 여인이었다가 예수를 만나 참회한 인물로 알려졌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일곱 마귀에서 풀려났다는 내용(루카8,2)은 성적 문란의 죄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해석은 서방교회 저술가나 그리스도교 예술, 전례문에도 영향을 줬으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최혜영 수녀는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사도로서의 마리아 막달레나를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주체적인 한 개인’으로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낸 개성 있는 인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머니가 집안에서 했던 일이 얼마나 수고롭고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고,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교회 여성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새롭게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영 수녀는 한국 가톨릭교회가 가부장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초대교회가 간직했던 수평적이고 평등한 교회, 생명을 낳아 기르는 살림의 교회, 하느님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어우러진 온전한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공동체가 젠더 감수성을 높여야 하며 여성 평신도에게 신학 공부를 개방, 권장하고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 깨어나 십자가와 부활의 증인, 복음을 선포하는 예수 제자로서의 사명을 고취할 때라고 말했다.


여성이 함께 이야기 하다 


▲ 참석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다. ⓒ 문미정


강연 이후 100여 명의 참석자들이 각각 팀을 만들어 우리 주변의 고통 받는 여성들, 가톨릭 여성으로서 교회에서 기여하고 싶은 역할, 여성신자로서 교회 안에서 겪는 어려움, 주교‧사제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다. 


한 팀은 여성사제직‧부제직과 사제 평가 제도를 도입해서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팀은 여성들의 롤 모델이 적은 것이 문제라면서, 여성들이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 문미정


토론회를 마무리하고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주례로 감사 미사가 봉헌됐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강론에서 예수님의 용서와 사랑을 ‘칠판’에 비유했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을 위해 판서를 지웠다면서, 다 지우고 나면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가 지은 죄를 바라보시는 방법인 것 같다”면서, “마치 우리가 아예 죄를 짓지 않은 것처럼 한번 지워버린 죄는 다시 찾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이 끝나고 천국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 예수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내 사랑의 복음을 선포해준 당신들을 환영합니다’라며 우리를 행복하게 맞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2016년 6월 10일, 로마 전례력상 7월 22일에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 축일 승격을 발표했으며, 한국 가톨릭여성신학회는 2017년부터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 축일 승격 공개 강연과 미사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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