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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위해 한국과 일본 가톨릭 주교 마주 앉아
  • 강재선
  • 등록 2019-10-10 16:44:43
  • 수정 2019-10-10 16: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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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한·일 관계를 뒤돌아보고 가톨릭교회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논하는 학술대회가 지난 9일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렸다. 


<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와 < 가톨릭신문 >이 주최하고 <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가 주관한 ‘한·일 관계의 역사, 그리고 기억의 치유’ 제3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한·일 관계 전문가와 양국 가톨릭교회 관계자들이 모여 근본적 원인을 진단하고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종교 역할 등을 논의했다.  


삿포로 교구장, 일본 반성 촉구하는 담화문 발표하자 항의 빗발쳐


▲ ⓒ 강재선


기조 강연을 맡은 일본 삿포로 교구장 가쓰야 다이치 주교는 한일 관계가 격화된 뒤,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시민들이 여러 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례들이 일본 매체를 통해 보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쓰야 주교는 “오히려 일방적으로 한국을 비난하는 보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만 보도되는 등, 정부와 미디어가 (한국을 비난하는) 국민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지난 3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3.1절 100주년 담화문을 발표한 것에 응답하여 가쓰야 주교가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던 일을 언급했다. 


가쓰야 주교의 담화문이 일본 검색 사이트에 노출되자, 비난과 중상모략이 담긴 항의문이 빗발쳤으며 관련 글에는 악플이 달렸다. “중앙협의회에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삿포로 교구 사무국에도 항의 전화, 편지, 이메일이 쏟아졌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쓰야 주교는 “한·일 갈등의 핵심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및 전쟁 책임에 대한 역사 인식이 있다”면서 “일부 일본 역사가들과 우익 그룹 역사 수정주의자의 의견이 마치 일본 사람들 대부분의 의견인 듯 일본 사회에 퍼지고 있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해결되지 못한 역사 문제로 벌어진 간극

 

한·일 관계 전문가들의 발제를 통해 한·일 갈등의 근본을 살펴보았다. 러시아 게르첸 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교수는 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역사적 기억’이라는 개념을 통해 동북아 전체가 세계 2차 대전 이후의 이분법적인 냉전 체제의 영향 안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동북아 전체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동북아 지역의 객관적인 상황은 변화하기 어렵지만,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이미지 형성과 연결된 부정적인 측면”들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 강재선


성공회대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는 실제로 한·일 양국의 교류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따른 국교정상화 이래로 인적 교류가 500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활발해졌음에도 양국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양기호 교수는 전반적인 갈등과 불신에 매몰되기 보다는 “미시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차분함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한일 간 강제 이용 대책, 전략물자 통제관리, 한일 위안부 해법 3개로 나누어 대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먼저 1965년 한일기본조약 당시에 청구권을 통해 수혜를 입은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하여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해가는 과정을 시도해야 한다”면서 “기금이 마련되면 공탁제도를 활용하여 먼저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나중에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면서도 “위안부 합의 제1항에 아베 총리 스스로가 통절히 사죄 반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과는 위안부 합의 결과 발표 당시 기시다 후미오 외무대신의 입을 빌어 한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합의 후 비공개적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고 밝혔으나 막상 일본 의회에서 한 중의원이 아베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부탁하자 ‘이러면 매번 사과해야 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가톨릭교회, 시민사회와 연대해 양국 시민 교류 늘려가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지금까지 종교가 해온 노력과 앞으로 해나가야 할 노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일본 주교회의 정의와평화협의회 총무이자 일본 상지대학교 신학부 교수인 미츠노부 이치로 예수회 신부는 “일본 가톨릭 교회는 천황제에 근거한 군국주의, 전체주의의 억압 하에서 바람직하지 않음에도 일본의 과거 역사적 과오에 가담하여, 한국 교회까지도 곤경에 빠트린 책임이 있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 ⓒ 강재선


미츠노부 신부는 한일 가톨릭교회가 서로를 더 잘 알아가기 위해 한국과 주교단 방문 교류, 위안부 문제, 탈원전 문제, 미군기지 문제 관련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의 서강대와 일본의 상지대 학생들의 교류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츠노부 신부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 역사 수정주의적 풍조가 강해짐에 따라 일본 가톨릭에는 교회가 사회 및 역사 문제에 관여하는 일에 무관심하거나 저항감마저 느끼는 신자가 상당수 있다”면서 “일본 가톨릭교회가 사회에 대해 소극적이고, 전 세계와 일본의 사회 문제를 복음적 가치에서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고 반성했다.


미츠노부 신부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 협정을 대신할 새로운 한·일 관계의 법적인 틀을 한국과의 대화로써 모색해야 한다”며 “새로운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야 말로 일본이 과거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길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기헌 주교, “일본 정부는 한국에 진실하게 사과해야”


▲ ⓒ 강재선


한·일 주교 교류 모임을 중심으로 가톨릭교회의 관계 개선 노력에 관해 발표한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역사 문제에 있다”면서 “따라서 역사 바로 알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교단의 교류에 따른 한·일 양국 시민, 종교인들의 우애를 돈독히 하는 것과는 별도로 식민 지배, 위안부, 강제징용, 관동대지진 대학살, 역사수정과 같은 사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헌 주교는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로 많은 고통과 상처를 입은 한국에 진실하게 그리고 정부가 바뀌더라도 역사수정 없는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 “독일 총리가 한 겸손하고 진실한 사과와 같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한·일 양국의 천주교 관계자 외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목사 등 개신교 인사들도 축사와 토론으로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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