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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점과 보수 언론의 의도
  • 김유철
  • 등록 2019-10-15 11:59:35
  • 수정 2019-10-15 18: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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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2019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지명하고, 9월 9일 임명되기까지 그리고 나서 현재까지 날들이 지나가는 동안 한국사회는 자유한국당발 1라운드와 검찰발 2라운드의 주연을 바꾸어가며 진행 되었다. 앞에 말한 1, 2라운드의 진행과정을 언론은 언론 본연의 자세를 내버리고 과열 보도, 무분별 보도, 묻지마 보도, 마구잡이 보도, 걸면걸린다식의 보도 등 질릴 정도로 전개하였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언론’을 진보 혹은 보수라는 진영논리로 말했지만 보수는 악랄하게 악의에 찬 보도를 이어나갔고, 진보언론이라고 불리던 매체들은 어느새 좀비로 변한 듯 했고, 기생언론은 기성언론을 베껴 쓰는 일을 감행했고, 유튜브를 이용한 개인방송은 이전투구 그 자체였다. 사실 웬만큼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마저도 ‘뭐가 뭔지’ 모를 정도가 오늘의 언론판이다.


▲ 지난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표창원 의원이 조국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언론보도량을 지적했다.


현재의 언론, 특히 보수언론의 본질은 ‘공론’이라는 공공적 행위가 아님이 분명하다. 공공의 신뢰나 객관적 관점이라는 제스처도 별다른 의미 없이 하는 말이거나 배우고 익힌 의미가 없어지길 바라는 과장된 몸짓일 뿐이다. 마치 예수를 따르는 자들에게 ‘사랑’이 시나브로 의미가 없이 사라진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래서일까, 집회를 빙자한 난동질 현장에서 “예수여!”를 부르는 무리들이 출몰하는 것을 목격하기란 어렵지 않다.


‘조국논란’을 넘어서‘조국광풍’이 현재도 여전하지만 언론을 통해서 쏟아진 수없이 많은 의혹들 중 무엇이 ‘조국’이 법무부장관을 수행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의 여부는 사라졌고,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사실은 마치 판결 받은 범죄인 양 도배되어 조국의 가족 모두-모친, 처, 딸, 아들, 동생, 동생의 전처, 5촌 조카, 심지어 망자가 된 부친까지-는 일망타진된 ‘가족범죄집단’처럼 언론에 의해 조리돌림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라는 무소불위의 펜과 카메라는 걸러지지 않은 채 쉬지 않고 많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끝을 향한 보수언론의 의도는 무엇일까? 


■ 조국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점 


1. 국민의 수준을 I.Q 두 자리 이하로 만드는 경마장 보도들

급조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의 시국선언 서명숫자를 어떠한 팩트 체크 없이 중계하는 경마장식 보도 행태들은 아주 고전적 보도다. 익히 알고 있듯이 드라마에 나온 가공의 대학교 이름이 성명서에 나오거나 동의하지 않은 교수들도 속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정교모의 보도 자료에 나온 그대로를 ‘받아쓰기’ 하면서 속내를 드러내는 기사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 최순실 사태 넘어선 규모의 교수들, 조국 시국선언 >(중앙일보. 9월 19일)과 같이 전 정권의 정권부패범죄를 숫자와 단순 비교하려 하는 것은 특정한 의도가 있는 나쁜 접근법이다. 그 숫자비교마저 가짜뉴스였다.


▲ 최강자 정치인의 퍼포먼스를 투쟁 이미지로 만든 것은 언론이다.


2. 사회적으로 최약자가 자신이 처한 절실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단인 삭발을 정치적 퍼포먼스로 만들었다. 사회적 최강자인 정치인의 행위를 투쟁의 이미지로 만든 것은 언론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9월 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의 삭발은 어떤 신호탄으로 비춰졌는지 심지어 지역 정치인들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마치 눈도장, 아니 공천장을 향한 뻔한 짓거리를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하였다.


3. 서울대학교 생활정보 커뮤니티(스누라이프) 익명게시판의 글이 학생여론으로 둔갑하여 민족지를 자부하는 신문의 제목이 되어 < “내로남불 폴리페서, 교수직 사퇴하라” 법무장관 거론 조국 겨눈 서울대생들 >(7/31. 동아일보) 나오는 현실은 전형적인 따옴표 저널리즘의 단면이다.


4.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조국 일가에 대하여 속보로 등장하는 ‘피의사실 공표성 보도’는 알 권리와 인권침해의 뜨거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 죄에 대해 언론은 보수 진보할 것 없이 알 권리라는 무기로 맞서며 언론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내로남불’의 불편한 진실은 언론이 스스로 중심 잡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는 현행법에 위배된다. 그러기에 수사하는 주체가 스스로 피의사실을 흘리는 것을 수사기술로 여기는 부분을 규제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에 대한 그동안의 고민과 개혁의 필요성을 진영논리나 ‘내로남불’로 치부해 버리면 모든 것은 헛수고가 되고 만다. 그 일을 지금 언론이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에 대해 언론은 보수 진보할 것 없이 비슷한 반응이다. 


5. 위에 말한 피의 사실을 수사기관 즉 검찰이 흘리는 것을 언론은 흔히 “알려졌다” “전해졌다”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속보에 목말라하는 기자들의 생리를 이용한 정보제공자는 정보의 몸통을 절대로 한 번에 주지 않는다. 마치 애완견을 길들이듯이 조금씩 조끔씩 흘리면서 결국 자신의 손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개’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언론 비평에서는 ‘살라미전술’(Salami Tactics)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언론은 정보의 ‘배달꾼’ 혹은 정보를 냉큼 받아먹는 ‘개’가 아니라 언론 그 자체여야 한다. 정보 유출자는 조각난 정보를 노출시켜서 그것이 유죄라는 여론이 만들어지기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 주차 중인 조국을 속보로 전하는 8월29일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6. 기자들은 현장 ‘뻗치기’ 경쟁을 하면서 속보라는 것을 실어 나른다. 한마디로 언론이 저질로 가는 병폐중 하나다. < 방배동 자택을 나서는 조국 >(9/1 국민일보) < QM3 주차중인 조국 >(8/28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란 기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심지어는 < 청문회…화장실 두 번 갔다 >(9/2 MBN 8시 뉴스)는 보도나 < 조국 텀블러 매일 바꿔…정체성 흔들림 >(8/15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 조국 넥타이와 셔츠 그리고 파일색깔 > (8/20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보도는 언론이 아니라 심령술사 같은 보도였다.


7. 속보 경쟁에 빠지지 않는 것이 꺽쇠를 사용한 < 단독 >이라는 말이다. 남들은 모르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이 ‘단독보도’인데 과연 그러한 단독은 가치 있는 보도였을까? 단독보도는 거의가 조국 가족의 신상 털기에 열을 올렸다. < 단독/부산대 의전원 소개서 5만 원에 팔아 >(8/21 채널A) < 단독/동생 ‘영어 동아리 스펙’ 챙긴 누나 >(9/5 채널A)이 전형적인 예다. 그러한 단독의 출처는 어디였을까? 또 다시‘개’가 되는 순간이다.


■ 나가면서


8월 이후 몰아친 ‘조국’ 논란에 대한 보수언론의 행태를 모두 담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언론은 언론을 넘어서 직접 정치를 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조국 지명을 철회하거나 사퇴를 요구했고, 의혹에 대한 체크보다는 진영 논리로 더욱 공고해 졌으며 어떠한 논란이든 유일한 해석은 언론이 한다는 오만한 태도가 현재의 보수 언론 행태이다.


‘조국’ 논란을 불 지르고 스스로 연기를 피우는 동안 한국사회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보다 언론의 기능이 무엇인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한국 언론 사망을 말하기도 하고 가짜뉴스 천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민들은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외친다. 이 광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할 수 없지만 언론은 알권리를 내세워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과연 이것을 우리가 언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계급사회를 경쟁사회라고 부르는 보수언론, 적폐를 관행으로 부르는 보수언론, 토호세력을 지역유지로 부르는 보수언론,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부르는 보수언론, 사회적 약자가 죽어도 운수소관으로 돌리는 보수언론, 그들의 의도는 남북이 계속 대치상태에 있고, 정당이 서로 등지고 있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한반도가 주변국가에 계속 예속되어 있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검은 이익을 대물림하며 정치권과 보수언론의 유착은 더 큰 먹이를 향해 나가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적폐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총선과 대선을 극대화의 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공동·공통의 대응이 필요한 임계치가 다가오고 있음을 절감하며 다시 촛불을 들어 함께 시대를 밝힐 때다. 


▲ ⓒ 김유철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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