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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한 줄로서 그의 생을 기록했다
  • 김유철
  • 등록 2019-10-29 11:56:18
  • 수정 2019-10-29 13: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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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식 신부님 선종은 군사독재시절을 기억하는 민주진영의 큰 슬픔이다 ⓒ 김유철



세상은 한 줄로서 그의 생을 기록했다



당신이 지상에서 떠나자

슬퍼할 틈도 없이

사람들은 부산스러웠습니다


어떤 인연이 있었냐고

숨은 이야기와 알려지지 않은 사진이 있냐고

사람들은 여기서 묻고 저기서 기웃거리는 동안

당신은 소리 없이 첫 제의를 다시 입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늘을 보듯 고개 숙인 채 

땅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당신은 

수줍은 미소로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인연들과 

잊힌 사람들이 제단의 촛불 아래서

그 날과 그 순간을 지금여기처럼 

되새김질하는 사흘을 보내고

첫 제의 입은 당신을 주님제단 아래 눕혔습니다


“예, 여기 있습니다.”

그 날처럼 당신 목소리가 성당에 울리고

땅을 향해 누운 첫 날과

하늘 향해 누운 첫 날은

주님이 당신을 가슴에 안은 같은 날이었습니다


세상은 한 줄로서 더듬거리듯 당신 생을 적었습니다

‘민주화에 헌신한 사제 김영식 잠들다’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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