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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가톨릭,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기억해야” - ‘한일 가톨릭교회의 화해와 협력’ 주제로 세미나 열려
  • 강재선
  • jse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11-01 13:19:13
  • 수정 2019-11-01 13: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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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강대학교에서 ‘동아시아 기억의 연대와 평화 : 한일 가톨릭교회의 화해와 협력’ 세미나가 열렸다.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와 신학연구소가 개최한 이날 세미나에는 한일 주교 교류모임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얽힌 한일 관계 안에서 양국 가톨릭교회가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행한 노력들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룩하는데 있어 가톨릭교회가 가지는 독창성이 강조되었다.


단절의 벽을 넘기 위해선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 준비가 필요하다


▲ 강우일 주교 ⓒ 강재선


기조 강연을 맡은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한일 양국 주교단의 교류사를 세세히 짚었다. 


강우일 주교는 한일 주교 간 교류가 일본 가톨릭교회의 전쟁범죄 속죄와 1990년대 들어 위안부 문제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공론화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설립되는 등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일 주교들이 20회 넘게 만나며 다양한 역사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마츠우라 고로 주교 ⓒ 강재선


강우일 주교와 함께 기조강연을 맡은 일본 나고야교구장 마츠우라 고로 주교는, 한일 관계 사이에 “단절의 벽을 넘어가는 것이야 말로 가톨릭교회의 사명”이라며 “그 벽을 무너트리지는 못하더라도 구멍이라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츠우라 주교는 올해 8월, 일본 젊은이 11명을 데리고 한국에 와서 민주화를 포함한 한국 역사를 두루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 한일 청년 모임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면서 “단절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길이지만, 그 전제로서 ‘상대를 알고 이해하고 싶다,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가톨릭,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기억하려 노력해야


일본 원조수도회 미요시 치하루 수녀는 일본가톨릭교회가 한일 관계에 어떤 태도로 임해왔고, 오늘날 어째서 한일주교교류모임 등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일본가톨릭교회 일부에 한일 관계에 대한 무관심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미요시 수녀는 일제강점기 당시 3.1운동 때 대구교구의 드망즈 주교, 뮈텔 주교 등 한국가톨릭교회가 독립운동을 방해한 것을 두고 당시 일본가톨릭교회가 “조선의 가톨릭교회가 조선총독부에 순종한 것을 긍정했다”고 지적했다.


▲ 미요시 치하루 수녀 ⓒ 강재선


특히 일본주재 교황사절 비서 하야사카 큐노스케 신부는 드망즈 주교가 3.1 운동 당시 신학생들에게 참여를 엄금한 것을 두고 “현명하다”고 말했다며 “당시 일본 가톨릭교회는 3.1운동을 ‘폭동’, ‘폭거’라고 불렀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 가톨릭 신자들의 지도적 존재였던 히라야마 마사쥬가 쓴 저작에도 ‘조선에 있는 10만여 명의 조선인 가톨릭 신자들 중, 단 1명도 ’만세소동‘(3.1운동)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가톨릭신자들이 어떻게 국가주권에 복종하는 신념을 품어야 하는가를 더할 나위 없이 잘 보여준, 조선 역사상, 혹은 세계 역사상에서 특필해야 할 일이다’라고 기록했다”며 “이 저작에 대해 사이토 마코토 총독이 서문을 썼고, 로마 교황청은 사이토 총독이 가톨릭에 호의적이었음을 평가하여 교황 비오 11세는 사이토에게 훈장을 수여했다”고 지적했다.


미요시 수녀는 이후 일본가톨릭교회가 1973년 야당지도자였던 김대중 납치사건, 김지하 시인 및 지학순 주교 구명운동 등에서 시작해 한국 및 한국가톨릭교회와 연대하기 시작해 1984년 처음으로 가톨릭교회로서는 공식적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한 조선침략과 대일본제국에 의한 한반도 식민지 지배를 언급하고 사죄의 뜻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1986년에는 아시아주교협의연맹(FABC) 총회에서 사라야 나기 대주교가 ‘전쟁책임’을 고백했다는 점도 짚었다.


미요시 수녀는 한일주교교류모임과 더불어 이러한 역사 속에서 “기억의 개찬(수정)이나 망각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거기에 호응하는 움직임 가운데 일본 가톨릭교회는 일본이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기억하려는 노력을 착실히 해나가야만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연대만으로는 한일 갈등을 해결할 수 없어


▲ 최영균 교수 ⓒ 강재선


수원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최영균 신부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을 통해 주교들이 한일 관계 갈등 해결에 나서는 것이 다른 주체들이 평화 실현을 위해 나서는 것보다 나은 점이 있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평화를 가장 큰 가치로 삼는 종교가 갈등 해결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최영균 신부는 한일 갈등의 중심에는 동아시아 전체를 일본으로 바라보는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성과 열강이 사라진 동아시아에서 생겨난 지역질서의 재편이 있다고 짚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또는 정부가 주도하는 연대만으로는 한일 갈등을 해결할 수 없고 “시민그룹 차원에서 동아시아 내부의 국경을 넘어서는 협력과 더불어 시민그룹과 공적제도들 간에 교차하고 통합되는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런 관점에서 “한일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의 가치를 정착시키기 위해 연대하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최 신부는 “종교적으로 평화란, 사회에 대한 본질적 역할로 이해돼 왔다”며 종교, 즉 가톨릭교회라는 거시적 관점에서도 한일 갈등과 같은 문제해결에 종교가 참여하는 것이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19세기 이후 평화가 이데올로기화되면서 전쟁을 정당화하는 목표로 여겨지고, 20세기 중반이 되면서는 핵무기 등의 개발로 전쟁 자체의 정당성이 무력화되면서 “상처 입은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전쟁과 군비확충은 비평화적이고 모순적인 것으로 간주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톨릭교회의 관점에서 “평화의 이념과 가치는 평화와 관련된 대상들에 대한 규범적 강요가 아니라 대화적 성격을 담지한다”며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가 아닌 “양측의 이야기를 다 듣고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과연 어떤 방향이 바른지를 모색하는 대화의 길”이 한일주교교류모임을 통해 드러난다고 말했다.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동아시아 기억의 연대와 평화’ 세미나는 첫날, 독일-폴란드 주교단이 나치 정권의 전쟁범죄와 관련해 주고받은 서한을 다시 읽고 이를 한일 관계의 거울로 삼는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에는 한일 가톨릭 주교단을 중심으로 한일 관계 및 동아시아 평화 모색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며,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나고야교구장 마츠우라 고로 주교가 기조 강연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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