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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
  • 김유철
  • 등록 2020-01-28 09: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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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건너갔다. ⓒ 김유철



그와 나



그는 건너갔다

쏟아놓은 말들과

그 말이 일으킨 하얀 포말들을 

뒤로 하고

하늘의 묵묵黙黙이 있는 곳으로

그는 노 없이 건너갔다


그를 따라 

내 말을 따라다니는 거짓과

내 발걸음을 따라다니는 위장막을 떼려

외나무다리 건너듯

숨죽여 건너가려는 나


그는 몸을 내어놓고 있다

하늘의 黙黙앞에 

그는 그의 몸을-하얀 목을 내어놓고 있다


시시한 시를 쓰는 도중에도

자라목마냥 움츠린

나를,

그가,

그의 하늘이,

묵묵黙黙히 보고 있다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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