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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부자 상위 50명 재산으로 가난한 모든 이들 살릴 수 있어” - 탈세·자금세탁 등은 ‘죄악의 구조’… 해결에 공동책임 강조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2-11 18:20:53
  • 수정 2020-02-11 18: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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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Media)


로마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사회과학 학술원이 주최한 “새로운 형태의 연대하는 형제애, 포용, 통합과 혁신”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이미 가진 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저지르는 경제 범죄를 “죄악의 구조”라 규탄하고 경제가 성장이 아닌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부유해졌지만 우리 주위에 가난한 사람은 늘어만간다.


교황은 전세계 평균 수입이 12,000달러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심각한 빈곤에 시달리며 먹을 것도, 잠 잘 곳도 없고, 치료도 받지 못하며, 전기와 마실 물 그리고 필수적인 보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빈곤으로 인해 사람들이 매춘과 같은 강제노동으로 내몰리고 있으나 “이 같은 현실은 절망의 원천이 될 것이 아니라 행동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며 “이는 우리가 무언가를 하도록 이끄는 현실이다”라고 격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빈곤과 그로 인한 인간 존엄의 상실이 “해결가능한 문제이며 이에 필요한 자원이 없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스스로 의문을 갖고, 우리를 행동으로 이끄는 새로운 빛으로 이러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체제가 변해야


특히 교황은, 개개인의 헌신이나 선의에만 기대 빈곤을 퇴치할 것이 아니라 “부유한 세상과 역동적인 경제가 빈곤을 끝낼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 때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를, 즉 사회 전체를 위한 사회경제 체제를 인간답게 만드는 일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사회적 불의와 폭력을 증대시키기만 하는 일부 관행을 정당화하는 체계를 촉진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쌓은 재력과 기술의 정도와 더불어 인권의 가치는 더 이상 변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죄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부의 편중이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명(의 재산)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가난한 아이들의 의료와 교육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가 ‘요지부동’을 불러왔다”고 규탄하며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죄악의 구조’라 불렀다고 전했다. 경제와 금융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될 때 “이러한 (죄악의) 구조가 팽창하는데 적합한 기후”가 된다며 생산 과정이나 실제 경제에 참여하지 않은 채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활동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늘날 죄악의 구조는 투자와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정당화되고, 반복되는 부자들의 세금 감면, 개인과 기업의 이윤을 위한 조세피난처, 때로 정부 기관을 따르지 않아 세계적 기업들이 부패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못 박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제와 사회에 발생한 이러한 피해에 대해 공동 무책임(co-irresponsability)이 있는 만큼, 혁신적이고 인간적인 해결책을 추구하는 새로운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할 공동 책임(coresponsability)도 존재한다”며 “이러한 불의를 끝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경제계, 금융계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국제적 합의 따라 빈곤 퇴치에 나서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채권금융, 채무 탕감 및 채무 재조정 촉진을 목표로 하는 정책조정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장기 채무건전성 확보를 지원하고, 채무 위기 완화를 위해 고채무빈국의 외채문제에 대응”(파트너십 17.4, 환경부『UN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 세부목표 및 지표』)한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여러분이 은행권과 금융권을 떠올려보면, 오늘날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 바로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연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연대적 경제의 수립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윤리가 “각자가 조세피난처를 폐쇄시키고, 사회를 갉아먹는 조세포탈과 자금세탁을 막고, 국가에게 기업의 이윤보다 정의와 공동선을 지켜야할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노력에 동참하는 것을 뜻한다”며 “만남의 문화를 우선시하고 새로운 국제 금융 구조의 단단한 기반이 다시 다져지는 상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는 2001년 노벨경제학 수상자이면서 교황청 사회과학원 회원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콜롬비아대 경제학 교수가 참석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불평등과 세계화 비판에 관련한 책을 다수 저술한 바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오늘날 경제 체제가 “사람이 시장에 봉사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람에게 봉사하는 시장”을 위해서는 “환경 지속성에 대한 교육과 인간을 우선순위에 두고, 순환경제의 개념에 기반한 계획과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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