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멕시코 가톨릭교회의 요청에 따라 성직자 성범죄 대응책 마련을 위해 특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멕시코주교회의(CEM, 의장 로헬리오 카브레라 로페스 몬테레이 대주교) 입장문에 따르면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페레르(Luis Ladaria Ferrer) 추기경은 멕시코주교회의에 말타 대주교이자 신앙교리성 차관보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와 조르디 베르토뮤(Jordi Bertomeu) 몬시뇰을 파견했다.
이 두 고위성직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으로 2018년 칠레 가톨릭교회 주교들이 단체로 사표를 제출할 정도로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카라디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칠레에 파견되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2,3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시클루나 대주교와 베르토뮤 신부는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현지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했다. 이를 검토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해자들에게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의 부족으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죄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60명의 남자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여러 명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마르시알 마시엘(Marcial Maciel) 신부가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Legion of Christ)를 창립한 곳이다.
지난해 12월 21일,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는 수도회 설립 때부터 2019년까지 수도회와 연관된 성범죄 사례를 전수조사하여 피해자 175명, 가해 성직자 33명, 가해 수도자 77명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멕시코주교회의는 이번 특사가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사법 및 교회법적 조치에 임하여 우리 교회 안에서 어떤 사건도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성범죄 사건 대응 방식을 개선하는데 유용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교황청 공보실장 마테오 브루니(Matteo Bruni)는 이번 특사의 목표가 “기술적 조언, 형제적 도움”이라며 “멕시코 가톨릭교회가 이미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과정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대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사는 3월 20일부터 27일까지 파견되며 이 때 두 특사는 멕시코 각 주교들과 수도회 장상 등을 만나게 된다.
주 멕시코 교황대사 프랑코 코폴라(Franco Coppola) 대주교는 이에 맞추어 대사관을 통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자 하는 이들의 요청을 접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폴라 대주교는 특사 파견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멕시코 주교들의 성직자 성범죄 은폐 신고가 접수 되었다고도 밝혔다. 멕시코 주교회의는 최근 10년간 271명의 사제가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가톨릭 일간지 < Crux >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위성직자들의 말을 빌려 적어도 절반 이상의 멕시코 주교들이 은폐까지는 아니더라도 성범죄 고발을 잘못 처리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표된 성직자 성범죄 관련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는 성직자 성범죄의 직접 은폐뿐만 아니라 ‘민간당국 조사 또는 교회법적, 행정적, 형사적 조사에 개입하거나 이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행동 또는 태만’도 신고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