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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순 주교, 제임스 시노트 신부…민주항쟁의 상징 되다 - 6.10민주항쟁 33주년, 민주화 인사 19명에 훈장·포장 수여
  • 강재선
  • jse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6-11 12:44:27
  • 수정 2020-06-11 12: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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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분들


▲ 고 지학순 주교(좌)와 고 제임스 시노트 신부(우)


1987년 6.10민주항쟁(6월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가 19명의 민주화 인사들을 기억하며 훈장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 씨,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 박정기 씨,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씨를 비롯해 고 박형규 목사,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철현(조비오) 신부, 고 성유보 기자, 고 김진균 교수, 고 김찬국 전 상지대 총장,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초대 의장, 고 황인철 변호사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인혁당 사건을 폭로하여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한 고 제임스 시노트(한국명 진필세) 메리놀외방선교회 신부와 조지 오글 미국연합감리교회 목사에게는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이외에도 이순항 3.15의거기념사업회 고문, 최갑순 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 홍종흠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원로자문위원, 최우영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 고문, 패리스 하비 미국연합감리교회 목사에게 대통령 표창이 수여됐다.


▲ (사진출처=청와대)


이번 6.10민주항쟁 기념식은 민주화 인사들을 혹독히 고문하고 독재 정권의 상징으로 남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탈바꿈한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렸다. 특히 이번에 포상을 받은 민주화 인사 상당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에 직간접적 피해자이자 폭로자라는 점에서 기념식 장소의 의미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실로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훈포장은 정부가 드리는 것이지만,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와 감사하는 국민의 마음을 대신할 뿐”이라며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깊은 감사를 표했다.


민주화 운동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었던 천주교


1987년 6월에 있었던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전하는 훈장·포장 수여 명단에는 ‘천주교’가 자주 등장했다. 


먼저 천주교 원주교구장을 지낸 고 지학순 주교는 성직자로서 삶을 통해 적폐를 걷어내려 노력하고 인권운동에 앞장선 인물로 평가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박정희가 설립한 5.16장학회(정수장학회)가 60%의 지분을, 원주교구가 40%의 지분을 투자하고 있던 원주문화방송(원주 MBC)의 방송장비 가격이 부풀려진 사실을 알고 이를 항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 주교는 원주문화방송 운영 주체인 5.16장학회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자 1971년 9월 20일 교구 성직자와 평신도 대표를 모아 연석회를 열었다. 이후 10월 5일 원동 주교좌성당에서는 ‘사회정의 구현과 부정부패 규탄대회’를 열고 대대적으로 정수장학회를 규탄했다.


이처럼 정부 권력을 상대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오던 지 주교는 1972년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위원회 이사장으로 선출되고, 이외에도 가톨릭노동청년회,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가톨릭여성연합회 등을 통해 노동자, 여성, 시민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


지 주교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중앙정보부는 1974년 김지하 시인과 함께 지 주교를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인 민청학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구속한다. 지 주교는 당시 “유신헌법은 무효”라고 선언하며 결국 징역 15년 형을 선고 받았으나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 천주교계 전반의 대대적인 시위로 1975년 2월 석방된다.


한국 천주교회의 지학순 주교 석방 요구는, 이후 민주화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결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석방 이후에도 지 주교는 주교로서 동료 성직자와 신자들과 함께 3.1민주구국선언 등을 이끌며 군사정권의 폭정에 항의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인혁당 사건 폭로한 고 제임스 시노트 신부


국민포장을 받은 고 제임스 시노트(한국명 진필세) 신부는 외국인이지만 군사정권의 폭력을 고발하여 천주교 사제로서 한국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시노트 신부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1974년 민청학련의 배후로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지목하고 관련자들을 고문하여 받아낸 거짓 진술을 토대로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8명을 사형에 처한 ‘제2차 인혁당 사건’을 조지 오글 목사와 함께 폭로했다. 


이 사건은 한국사의 대표적인 ‘사법 살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혁당 관계자들을 고문했다는 사실과 이들의 구명 운동을 전개한 시노트 신부는 한국에서 강제추방을 당하기까지 했다. 1975년 추방 이후 20년 만인 2004년 정식으로 비자를 받아 한국에 돌아와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다시 한 번 외치기도 했다.


당시 함께 민주화 운동을 위해 활동했던 함세웅 신부는 시노트 신부가 자신에게 “신학교에서 항상 기도만 하고 성당에서만 지내라고 배웠는데 어느 날 방송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설교가 나왔다. ‘꿈을 가져라, 세상을 바꾸는데 투신하라’는 내용을 듣고 놀라 가톨릭 신부로서 회개했다”고 고백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5.18 군부 개입 폭로한 조비오 신부


조비오(조철현) 신부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 동참하여 시민수습위원으로 활동하며 시민군에게는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계엄군의 무력진압을 막기 위해 소위 민주화 인사들이 주도한 ‘죽음의 행진’에 참여하여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한 인물이다.


1989년 조비오 신부는 국회청문회에 나가 “신부인 나조차도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고 당시의 끔찍했던 참극을 전하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군부가 헬기로 시민을 사격했다고 증언하여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고 조비오 신부는 선종 전까지 5.18기념재단 이사장, 광주·전남 민언련 이사장 등 민주화 운동 관련 재단에서 일하며 전두환 군부의 독재와 폭력을 계속해서 증언했다.


이외에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초대 의장을 지낸 고 권종대 의장은 농산물 개방 반대 운동과 통일 운동을 전개했던 인물로, 그의 여정은 1978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회장 직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민주주의의 다양한 얼굴”을 강조하며 “민주주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얼굴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훈장 : 정치, 경제, 사회, 교육, 학술 분야에서 공을 세워, 국민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 훈장은 12종류이며 각각 5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포장 : 훈장 다음 가는 훈격으로 12종류가 있으며 등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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