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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기자들에게 “사람을 직접만나 소통하라” - 세계 소통의 날 담화, ‘와서 보라’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전달된 방식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1-26 16:22:39
  • 수정 2021-01-26 19: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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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제55차 세계 소통의 날 담화에서 언론과 더불어 정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체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서 보시오’(요한 1, 46)는 나타나엘이 율법과 예언자들이 기록한대로 예수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믿지 못하자 필립보가 한 말이다. 


교황은 “예수와 제자들의 감동적인 첫 만남에 ‘와서 보라’는 권유는 모든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다”면서 “역사가 되는 삶의 진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는 편리한 전제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직접 만나 함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제나 우리에게 놀라움을 가져다주는 현실 속 제안들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문 편집부와 인터넷, 교회의 일상적인 설교와 정치·사회적 소통과 같이 투명하고 정직하기를 바라는 모든 소통 방식에 ‘와서 보라’는 메시지를 제안한다며 “이는 요단강과 갈릴레아 호수에서의 첫 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리스도교 신앙이 전달되어온 방식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포착하지 못하고 미리 만들어진 정보를 우선시하게 되면서 조사와 취재가 설 자리를 잃고 질이 낮아지고 있다.


교황은 최근 언론들의 행보를 이같이 지적하며 “이러한 편집부의 위기는 단 한 번도 길거리에 나가 ‘신발 바닥이 닳도록 뛰며’ 이야기를 찾거나 어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서 신문사 컴퓨터 앞에 앉아, SNS에서 찾아 만든 정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모든 도구는 우리가 알지 못했을 것을 가서 보게 해주거나, 퍼지지 않았을 사실을 알리고, 이루어지지 않았을 만남을 가능케 해줄 때만 유용한 것”이라며 언론이 모든 정보의 장인 인터넷에 흡수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세상 밖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와서 보라’는 말을 듣고 나타나엘이 가서 보았을 때 그의 삶이 바뀌었다며 “그리스도교 신앙은 전해 들은 말이 아닌 경험을 통해 얻은 직접적인 지식처럼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와서 보라’는 말은 현실을 깨닫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며 모든 선포를 확인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


교황은 이처럼 ‘와서 보라’는 말은 현실을 깨닫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며, 깨닫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도록 하며, 그의 증언을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선포를 확인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세계 각지의 전쟁, 탄압, 빈곤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종종 큰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는 수많은 언론 전문가들의 용기와 헌신” 덕분이라며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러한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은 언론과 사회 전체와 더불어 인류에게 큰 손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와서 보라’는 말 없이는 “모든 위기를 부자의 눈으로만 바라보며 ‘이중장부’를 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백신의 문제, 전반적인 치료의 문제와 최빈곤층의 소외 위험을 생각해보자”면서 “지구적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차이가 코로나19 백신 분배 순서의 기준이 되어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이 마지막이 되고, 원칙적으로는 모든 사람의 보건권을 천명하고도 그 진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기술의 발달로 “우리 모두가 전통 매체가 무시했을 사건들을 증언하고 시민으로서 이에 기여하고, 더 많은 이야기들, 특히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수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며 “인터넷 덕분에 우리가 보는 것,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하고 증언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검증 없는 사회적 소통의 위험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적 의식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식별 능력과 더 성숙한 책임 의식을 길러내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소통과 정보, 가짜뉴스를 폭로함으로서 이를 통제할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비대면 소통이 늘어난 팬데믹 시기에 “사람은 말로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눈과 어조, 몸짓으로 소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예수께서 하신 말씀의 효과는 예수의 눈빛과 행동, 심지어는 예수의 침묵과 떼어놓고 볼 수 없었다. 제자들은 그분의 말씀을 들었을 뿐 아니라 그분이 말씀하시는 것을 지켜보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계를 향해서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인용하며 교황은 “오늘날 얼마나 많은 텅 빈 말들이 공공 영역, 민간 업계와 정치계에 넘쳐나는지 생각해보자”고 자성을 촉구했다. 


“그라티아노는 온 베니스의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은 헛소리를 끝도 없이 지껄이지. 그 가운데 사리에 맞는 말은 두 섬의 밀 겨 속에 감춰진 두 낱의 밀알과 같다네”(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역. 「베니스의 상인」. 민음사. 2010.)


다음은 제55차 세계 소통의 날 기도문 전문이다. 


주님, 저희에게 스스로에게서 벗어나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저희에게 가서 보는 법과 듣는 법, 

편견을 갖지 않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저희에게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는 법, 이해하는데 시간을 들이는 법,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법, 피상적인 것에 시선을 뺏기지 않는 법, 

진리와 눈을 속이는 외관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저희에게 이 세상 속 당신의 거처를 알아볼 수 있는 은총과 

우리가 본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직함을 주소서.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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