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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교구장에 ‘다양성 가운데 일치’ 중시하는 예수회 사제 임명
  • 끌로셰
  • 등록 2021-05-18 20:19:26
  • 수정 2021-05-18 20: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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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차우 주교지명자(사진출처=Asianews)


사회에서는 중립인 사람은 없다. 만약 내가 중립이라고 당신에게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의견을 듣고 받아들인다. 사람들 사이에 다리가 놓여 사람들이 서로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있어야 한다. - 2020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7일 스티븐 차우(Stephen Chow Say-yan) 예수회 사제를 가톨릭 홍콩 교구 주교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4일 스티븐 차우 주교지명자의 주교서품과 착좌식이 이루어지면 2019년 1월 마이클 융(Michael Yeung) 주교 선종 이후로 공석으로 남아있던 홍콩 교구에 2년 반 만에 교구장이 임명되는 것이다. 


융 주교 선종 이후 지금까지 고령의 전 홍콩 교구장 통 혼(John Tong Hon, 81) 추기경은 홍콩 교구의 교구장서리(apostolic administrator sede vacante)를 맡아왔다.


스티븐 차우 사제는 1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9년 민주주의 시위 이후로 갈라진 교구의 향방에 대해 “큰 계획은 없다”면서도 “일치란 획일성과 같지 않다. 내가 최근 학교에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것은 다양성 가운데서의 일치”라고 자신의 교구장으로서의 각오를 밝혔다.


차우 사제는 이와 함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우 사제는 홍콩에서 열리는 1989년 중국의 대규모 시민 학살 사건이었던 천안문 사태 추모식에 수차례 참여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홍콩 정부가 친민주주의파의 결집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집회를 금지한 상황에서 올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위 참여 여부는 법령을 따르겠다면서도 “어떤 측면에서든 1989년 삶의 여정에서 떠나간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천안문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 Reuters >는 이번 홍콩 교구장 임명을 두고 “이전 주교 후보군들은 홍콩 가톨릭 신자들에게 있어서는 중국과 너무 밀접하거나, 또는 2019년 홍콩을 휩쓴 친민주주의 시위 가운데 이들이 앞장섰다는 사실로 인해 중국 당국이 용인할 수 없는 이들로 여겨졌다”며 차우 주교지명자가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가톨릭교회 분위기는 대체로 차우 주교지명자에 긍정적 반응이다. 


아시아 가톨릭교회 전문 매체 < Ucanews >는 차우 주교지명자를 “홍콩 가톨릭 신자들을 일치시킬 수 있는 착한 목자”라고 표현했다.


2년 반 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던 홍콩 교구장직에 스티븐 차우 사제 임명을 두고 해당 매체는 “신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라며 “홍콩에는 주교의 권한을 온전히 갖추어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공동체에 장기적 관점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젊은 지도자가 하루 빨리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그가 예수회라는 사실을 두고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지금까지 교황청이 입을 꾹 다물어온) 홍콩의 불안한 상황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교황청의 홍콩 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침묵을 넌지시 비판했다.


교육과 학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차우 주교지명자는 2011년 기존에 군부대로 쓰였던 부지에 예수회 대학을 짓고자 했으나 친중파 렁춘잉(Leung Chun-ying) 홍콩 정부의 거부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차우 사제는 이외에도 홍콩과 가우룽에서 예수회가 운영하고 있는 와얀 남자중학교(Wah Yan College)의 교장을 맡고 있다. 이에 관해 < Ucanews >는 “가톨릭 학교의 자유가 홍콩 교구가 이 시기에 마주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차우 사제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사회가 분열되었다고 지적했다.


차우 사제는 당시 “사회에서는 중립인 사람은 없다. 만약 내가 중립이라고 당신에게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말일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다른 의견을 듣고 받아들인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에 다리가 놓여 사람들이 서로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있어야 한다. 다리가 된다는 것은 짐을 짊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내 말이 양측에 달갑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양측을 중간에서 만나게 해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미래란 없다”고 말했다.


교황청 전교기구 매체 < Asianews >도 스티븐 차우 사제의 주교 지명 소식을 전하며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입장과 친중파 사이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솔로몬과 같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도 역시 홍콩 신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전하며 홍콩 교구장으로 거론되었던 다른 인물들이 비교적 뚜렷하게 친민주주의파 또는 친중파 가운데 어느 한 측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던 상황에서 스티븐 차우 사제를 골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우 주교임명자는 교육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적 요소를 추구하면서도 중국 본토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차우 사제가 이처럼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만큼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그를 “아주 균형 있는” 인사로 평가했다.


프랑스 일간지는 “교육이 중국과 친민주주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립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중국 정부는 홍콩, 특히 300여 개가 넘는 가톨릭계 학교에 적용되는 학문의 자유를 무효로 돌리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가톨릭계 학교들은 대항의 본산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차우 주교지명자(61)는 예수회 중국관구장(중국관구는 중국 본토를 비롯해 홍콩, 마카오, 대만을 관할 - 역자주)을 역임했다. 차우 사제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심리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하고 1984년 예수회에 입회했다. 


그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아일랜드와 홍콩에서 신학과 철학을 수학한 뒤에 1994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2006년 인간발달·심리학을 연구하여 교육학 박사를 취득하고 이듬해 예수회에서 종신서원을 했다.

 

차우 주교지명자는 예수회 중국관구장직과 함께 2020년부터는 홍콩 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부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홍콩 가톨릭교회 신자 수는 약 40만여 명으로 홍콩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1) 예수회 :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교회의 재건을 위해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가 세운 수도회다. 사제를 양성하는 성직수도회인 예수회는 다른 수도회들과 달리 교육을 중시하는 수도회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탄생 배경으로 통상 일반 수도회들이 청빈, 정결, 순명을 서원하는 반면 예수회는 여기에 더해 교황에 대한 순명을 서원이 있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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