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독일에서 벌어진 성직자 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교구장직 사임 서한을 제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례적으로, 사임수락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전에 사임 요청 서한을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허락했다. 다음은 지난 4일, 뮌헨-프라이징 대교구 홈페이지에 공개된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의 대교구장직 사임 서한 전문이다.
2021년 5월 21일
교황님,
독일 가톨릭교회가 위기의 순간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물론 이 상황에는 독일을 비롯해 전 세계에 걸쳐 여러 이유들이 있습니다만 여기서 자세히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기는 우리의 개인적 실패, 우리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보편교회 전반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지며, 이는 비단 최근만이 아니라 지난 몇 세기에 걸친 사실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는 낭떠러지에 도달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제가 품고 있는 파스카 희망에 따르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파스카 신앙’은 우리 주교들의 사목에도 적용됩니다. 살고자 하는 사람은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는 사람은 살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저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묵상해왔고 파스카시기에 힘입어 교황님께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직 사임을 수락해주실 것을 청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핵심적으로 제게 있어 과거 교회 관계자들이 저지른 성범죄라는 재앙에 책임을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난 10년간의 조사와 감정들에서는 계속해서 개인적 차원의 실패, 행정적 실수, 그리고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논의에서는 일부 교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관점에서 공동책임이 있으며, 제도교회에도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성범죄 위기 상황에서 개혁과 쇄신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저는 위와 의견이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하나는 개인적인 책임이 있는 실수, 다른 하나는 보편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필요로 하는 제도적 실패입니다. 제 생각에 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환점은 ‘공동합의적 여정’ 뿐이며, 이는 교황님께서 진정으로 ‘독일 가톨릭교회에 보내는 서한’에서 강조하셨듯 ‘영의 식별’을 가능케 하는 여정입니다.
저는 42년 간 사제로, 25년 간 주교로 살아왔고, 그 가운데 20년은 큰 교구의 교구장을 지내왔습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교회와 속세의 인식 가운데 주교들의 평판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끼며, 어쩌면 주교들에 대한 평판은 지금 완전히 바닥에 떨어진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 책임을 다하는데 있어 개인의 실수와 실패가 담긴 기록이 존재할 때만 대응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주교로서 우리가 교회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질책들을 과거와 당시의 담당자들에게 미루는 식으로 ‘묻어버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특히 침묵하고, 태만하며 교회의 평판에 과도하게 집중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죄의식과 책임을 느낍니다. 2002년 이후에서야, 이어서 2010년부터 더욱 강력하게 성범죄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아직 완성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태만과 무관심은 분명 과거에 우리의 가장 큰 잘못이었습니다.
독일 주교회의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아동성범죄에 관한 학술 프로젝트 이후(MHG 연구) 저는 뮌헨 대성당에서 우리가 실패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우리’는 누구일까요? 분명 저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제가 개인적인 결론을 여기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이 제게 점차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이 저의 사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여 저는 독일뿐만 아니라 보편교회의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을 위한 개인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우선하는 것이 직무가 아니라 복음의 사명임을 보이고 싶습니다. 이 역시 사목의 일부입니다. 그렇기에 제 사임을 수리해주실 것을 강력히 청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즐겁게 이 보편교회의 사제와 주교로서 생활할 것이며, 교황님께서 적절하다고 판단하시는 대로 언제나 사목에 참여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사목에 더욱 전념하여 교황님께서 끊임없이 권고하셨듯 교회의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데 헌신하고자 합니다.
순명과 평화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교황님께 순명하며
추기경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