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편교회의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위한 공동합의적 여정(시노드)을 준비하는 예비 문건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예비 문건은 ‘함께 걷는다’는 의미를 가진 ‘시노드’라는 표현에 맞게 공동합의적 여정의 뿌리와 정신을 공고히 정립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이번 예비 문건은 시노드 주최와 기획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구체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편람(vademecum)과 함께 발표되었다.
문건을 살펴보면 비록 기존의 상향식 의사전달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나, 교회 구성원과 교회가 속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문건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안한 교회의 ‘아조르나멘토’(쇄신) 발자취를 따르는 여정은 선물이자 의무”라며 “함께 걸어나가며, 걸어온 길에 대해 함께 숙고하면서 어떤 과정이 일치를 체험하게 하며, 참여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지를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공동합의적 여정에 있어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여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일치,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2021년 10월부터 지역, 대륙, 보편 순으로 진행된다. 2021년은 지역, 2022년은 대륙, 최종적으로 2023년에는 지역별로 취합된 의견이 교황청으로 취합되어 논의된다.
문건은 이점에 대해 “오늘날 교회가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해주는 이 ‘함께 걸어감’이 다양한 층위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구체적 현안과 의견이 보편교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신뢰 위해 교회 내부 자정작용 있어야
코로나19를 비롯한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여러 위기와 이로 인해 선명히 드러난 불평등과 같은 사회 문제를 두고 “개인과 공동체가 투쟁과 고통의 경험을 새롭게 이해하는데 교회가 동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교회가 인류의 일부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성직자 성범죄, 권력남용, 교회 내부의 불평등 문제 등에 자정작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건은 “우리는 교회 자체도 신앙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과 교회 안까지 파고든 부패와 맞서야 한다는 사실을 감춰서는 안 된다”며 “너무 오랫동안 교회는 피해자들의 부르짖음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 이는 깊은 상처이자, 치유하기 힘든 상처이며 우리가 아무리 용서를 구해도 충분치 않을 일”이라고 참회했다.
특히 “교회 전체는 역사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성직자중심주의에 물든 문화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 결과로 여러 가지(권력, 경제, 양심, 성 관련) 남용이 생겨났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신앙의 언어가 싹트고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로 지난 1월 여성에게 시종직과 독서직이 허용된 사실을 언급했다. 문건은 이러한 조치가 2018, 2019년 시노드에서 “청년들이 보여준 교회 안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극단주의 극복 위해 공동합의성 공고히 해야
문건은 오늘날 전 세계에 퍼진 극단주의가 교회 안에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건은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태도를 취하며 교회 안까지 분열과 반목을 조장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건은 “분열을 조장하여 공동의 여정을 가로막는 함정은 종교적 엄격함, 도덕적 복종의 형태, 또는 정신의 식별보다 더욱 효율적이라 자부하는 속세의 정치적 식견의 유혹으로도 나타난다”고 지적하며 교회 내에서 라틴어 미사만을 진정한 미사로 취급하거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극단적 보수주의나 낙태 등 교리에 어긋나는 여러 정책들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성체성사를 거부하며 성사를 ‘무기화’하는 일부 미국 주교들이 보이는 정치적 행동을 경계했다.
교회가 이러한 극단주의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교회를 구성하는 주요 원리로서 공동합의성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건은 “우리가 부르심을 받은 이 여정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각자 서로 배우는’ 공동합의적 교회의 얼굴과 모습을 재발견하는 것”이라며 “오늘날 교회에서 공동합의성을 실천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구원의 성사’요, ‘하느님과의 내밀한 일치와 모든 인간의 일치를 드러내는 징표이자 수단’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문건은 이러한 구성원리로서의 공동합의성이 교회 생활, 교회 구조와 제도에서 모두 드러나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의 신뢰도는 무너지는 것”이라며 “교회의 신뢰도가 구조와 절차 가운데서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으면, 공동합의성이라는 방식은 급격히 망가져 그 의도와 열망이 한낮 수사로 전락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공동합의적 과정과 행사가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이는 공허한 형식적 절차로 비춰지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