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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여러분과 가까운 3~4%의 사람들에서 벗어나라”
  • 끌로셰
  • 등록 2021-09-24 13:00:43
  • 수정 2021-09-24 14: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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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프란치스코 교황이 곧 시작되는 공동합의성 시노드를 앞두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진 특권의식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성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동합의적 교회’의 핵심이 서로 경청하는 것이며, 여기서 ‘서로’는 단순히 신자, 성직자, 수도자들뿐 아니라 타종교, 무종교인을 비롯한 수많은 정체성들을 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동합의적 교회에서 “서로 경청한다는 것”은 “단순히 의견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말씀을 듣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교황은 “공동합의성이라는 주제는 교회론의 일부도 아니고, 유행이나 슬로건 또는 새롭게 등장한 용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본질이자 형태이고, 방식이자 사명이다. 그러므로 공동합의적 교회라는 말을 사용할 때에는 이것이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


교황은 이러한 공동합의성을 가르쳐주는 “가장 중요한 ‘교과서’”로 사도행전을 꼽았다.


예루살렘에서 로마에 이르는 사도들의 여정을 기술하는 사도행전을 두고 교황은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며, 누구도 한낱 행인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도행전의 여정은 “신앙에서 비롯되는 끊임없는 내적인 불안을 표현한다”며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해야 더 나아지는지,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도록 이끈다. 가만히 있는 행동은 교회에 좋은 상황이 될 수 없음을 가르쳐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베드로와 바오로를 두고 “지금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서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 이들이 의문을 품게 만들며, 과감하게 시도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생각을 바꾸고, 틀리기도 하며, 자신의 실수에서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어떤 열정을 증언하는 사람, 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사도들의 행위를 “문과 창문을 열고, 벽을 무너트리며, 사슬을 잘라내고, 경계를 해방시키는 것”이라 비유하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감에 있어 “지금 이곳에서 떠나가, 길을 바꾸고, 우리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며, 함께 걷지 못하게 만드는 신념들을 뛰어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로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던 베드로와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의 만남을 언급했다. 교황은 이들이 서로 다른 입장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리스도교는 언제나 인간적이고, 모든 것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온갖 차이와 거리를 조율하고, 이를 친밀함과 친근함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 그리고 바오로가 겪은 갈등과 같이 “오늘날에도 극적인 절정에 이르는 충돌이 있을 수 있다”며 상황을 바라보는 “경직된 방식”을 버리고 멀리 내다보며, 서두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와 같은 화합이 성령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교회를 이끌어가는 방식에 있어 ‘나는 너희를 고아로 내버려두지 않겠다’(요한 14,18)라는 구절이 “하느님 자리를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교회를 자기만의 역사적, 문화적 신념에 맞추려고 하는 이들을 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특권이 아닌 은총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받은 은총이다. […] 그렇다면 핵심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정체성, 나의 신앙을 어떻게 내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교황은 3년에 걸친 시노드 과정에서 첫 단계인 ‘교구’ 차원의 과정이 ‘신앙에 틀림이 없는’ 신앙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자리를 바꾸기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엄격하게 주종을 구분하고, 가르치는 사람과 배워야 하는 사람들 구분하는 교회의 모습을 극복하는 데에 많은 저항이 있다”며 “공동합의적 교회는 태양이신 그리스도가 떠오르는 수평선을 복원한다. 사목자들이 민족과 함께, 때로는 앞에서, 때로는 중간에서, 때로는 뒤에서 함께 걸어주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교황은 특히 “신앙 감각(sensus fidei)은 모든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구원의 역사 가운데서 우리 모두가 목자이신 주님의 양떼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겉치레로만 평신도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우려를 두고서 교황은 “‘신앙 감각’을 발휘한다는 것은 이런저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거나 비교하는 행위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교 내부의 위계질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더불어, 교황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에 마치 자로 잰 듯한 기준이 있는 듯이 다른 교인들을 차별하거나, 교인이 아닌 사람들과 자신을 구분하는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개념에 관해서도 배타성에 빠진 채, 이를 특권이라 여기는 경직되고 적대적인 해석법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특권이 아닌 은총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받은 은총이다. […] 그렇다면 핵심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정체성, 나의 신앙을 어떻게 내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결국 “공동합의적 여정 가운데 경청함에 있어 ‘신앙 감각’도 고려해야겠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현실화되는 그 모든 ‘예감’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성령께서는 자유로우시기에 한계가 없으시고, 소속의 한계를 받지 않으신다. 본당이 특별 모임이 아니라 동네 모든 사람의 집이라고 한다면, 문과 창문을 열어라. 그곳에 자주 드나들거나 여러분처럼 생각하는 5%도 안 되는 이들만 생각하지 말라. 모든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하라, 여러분들이 그들을 만나러 나아가 스스로 의문을 품고 그들의 문제를 여러분의 문제로 삼고, 우리가 함께 걸을 수 있도록 하면 성령께서 여러분을 이끌어주실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고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말라. 이것은 바로 구원의 대화다”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다시 한 번 구조적 개혁과 더불어 “모든 민족과 조건의 다양성”을 품은 인류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여러분과 가까운 3~4%의 사람들에서 벗어나라”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더 멀리 나아가라. 때로 이들이 여러분을 욕하고, 쫓아내겠지만 우리의 것을 강요하지 말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야 한다. 성령께서 여러분에게 말을 걸 수 있게 하라”고 말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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