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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열망이 오로지 소비와 일치할 때 마음은 병든다” - “내 신앙의 여정은 어디쯤에 와있는가 스스로 질문해야”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2-01-13 15:30:25
  • 수정 2022-01-21 22: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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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에서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간 이유를 묵상하며 우리가 듣는 말씀과, 행하는 전례가 폐쇄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죽은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예수를 만나러 간 동방박사들의 순례는 어디에서 출발했는가? 무엇이 이 동방 사람들을 길에 나서게 했는가?”라고 질문했다.

 

동방박사들은 이미 자신의 사회에서 학식과 명성을 얻어 유복한 삶을 살고 있었기에 “떠나지 않을 아주 좋은 이유”가 있었다며 “문화, 사회, 경제적 안정에 도달했으니 자기가 아는 것과 가진 것에 만족하고 조용히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와 반대로 이들은 의문과 징표에 동요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를 “건강한 동요”라고 표현하며 “이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열망할 줄 아는 것이 바로 동방박사들의 내적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열망한다는 것은 우리 안에 타오르며 우리로 하여금 즉각적이거나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을 추구하게 하는 불씨를 살리는 것이다. 삶은 ‘모두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넘어서는 신비로서, 저 너머를 바라보도록 이끄는 것

 

교황은 그런 점에서 “우리가 열망하는 바가 바로 우리 자신이 된다”며 “우리의 시선을 넓혀주고 습관이라는 장벽 너머로, 소비에 몰두한 삶 너머로, 반복적이고 피로를 느끼는 신앙 너머로, 다른 이들과 선을 위한 일에 나서고 책임을 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공포 너머로 이끄는 것이 바로 열망”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관습을 핑계로 모든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를 들어 교황은 “차고 같은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우리를 나아가게 해주는 열망의 도약 없이, 차고 안에 세워진 채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마음을 데워주지 않고, 삶을 변화시키지 않는 규범적, 외적, 형식적 종교에 너무 오래전부터 갇혀있던 것이 아닌가? 우리의 말과 전례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하느님께 가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가, 아니면 자기 얘기만 하며, 자기 자신에게만 말을 거는 ‘죽은 언어’가 되었는가?”라고 질문했다.

 

어떤 신자 공동체가 더 이상 열망하지 않고, 피로감에 젖어 우리를 침범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복음의 기쁨에 놀라는 대신 그저 일을 관리하는데 그치는 모습은 슬프다. 어떤 사제가 열망의 문을 걸어 닫는 것도 슬프고, 그가 사제로서 기능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도 아주 슬프다.

 

이렇게 찾아오는 신앙의 위기는 “하느님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시는지를 궁금해하지 않은 채로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데 만족하는 습관과도 연관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는 모든 것을 갖추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공동체만을 추구하게 된다. 마음을 닫은 사람들, 마음을 닫은 공동체, 마음을 닫은 주교들, 마음을 닫은 사제들이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그렇기에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내 신앙의 여정은 어디쯤에 와있는가?”라고 질문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 신앙은 차고에 있는가 아니면 길을 떠나고 있는가? 우리 마음이 여전히 하느님에 대한 열망으로 생동하는가? 아니면 습관과 실망으로 하여금 하느님에 대한 열망을 꺼트리게 두고 있는가?

 

교황은 특히 우리가 신앙을 변화하지 않는 무언가로서 바라보며 이를 습관적으로 ‘소비’하려는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방박사들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방박사들은 별이 떠오를 때 길을 떠났다며 “신앙이란 움직이지 않는 방어막이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을 찾고 여정 가운데서 식별하는 황홀한 여정이고, 끊임없이 뒤흔들리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삶과 마찬가지로 신앙에서도 항상 매일 다시 떠나야 함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교황은 “동방박사들은 언제나 질문을 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들은 우리에게도 질문이 필요하고, 마음과 양심에 생겨나는 의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해답보다는 질문으로 말을 걸어오신다. 그러니 아이들의 질문, 의심과 희망 그리고 동시대인들의 열망에 함께 동요하자. (하느님께 향하는) 유일한 길은 의문을 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악의를 품고 자신들에게 아기 예수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말했던 헤로데를 따르지 않았던 동방박사들의 모습을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권력의 어두운 논리에 맞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신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신앙은 오늘날에도 수많은 ‘헤로데’들이 죽음의 씨앗을 뿌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죄 없는 이들을 수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서 몰살시키고 있는 사회에서 정의와 형제애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동방박사들이 꿈에서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마태 2,12) 돌아갔던 모습 속에서 “모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성령의 창조성”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열리는 공동합의성 시노드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편교회가 이러한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이것이 “서로 경청하는 가운데 함께 걸어감으로서 성령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가르쳐 주시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열망은 여러분을 경배로 이끌고, 경배는 여러분의 열망을 새로이 해준다. 하느님에 대한 열망은 하느님 앞에서만 자라난다. 예수께서는 소비의 독재라는 병을 치유하신다. 열망이 오로지 소비와 일치할 때 마음은 병든다. 반대로 하느님께서는 이기주의라는 병을 치유하시고 우리가 그분과 형제들에 대한 사랑에 마음을 열게 하심으로서 열망을 드높이시고, 정화하고, 돌보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발견했을 때 ‘땅에 엎드려 경배했다’(v. 11)는 표현을 들어 “우리가 경배하기를 즐길 때만 새로운 열망이 생겨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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