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과 19일, 교황청 주교성 장관 마르크 우엘레(Marc Ouellet) 추기경이 두 명의 여성 신자를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고발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첫 번째 사건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엘레 추기경이 대교구장직을 역임했던(2003~2010년) 캐나다 퀘백 대교구를 상대로 제기된 성범죄 집단소송의 피고발인 목록에 전 대교구장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100여 명이 참여한 이 집단소송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해 교구 구성원에 의해 성범죄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참여했다.
2008년 퀘백 대교구장이었던 우엘레 추기경은 청년 사목요원(영어: pastoral agent)으로 활동했던 한 여성을 상대로 “합의되지 않은 성적 접촉”을 저질렀다.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우엘레 추기경은 인사나 포옹이라는 미명하에 어깨, 등과 같은 해당 여성의 신체를 과도하게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2020년 우엘레 추기경의 이름을 적시하지 않은 채로 교구 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2021년 추기경의 이름을 언급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퀘백 대교구는 피해자에게 관할 교구 위원회를 통해 주교성 장관의 직속상관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한을 작성할 것을 제안했고, 피해자의 서한은 교구를 통해 교황에게 전달됐다.
두 번째 사건은 캐나다 언론이 ‘마리’(Marie)라고 이름 붙인 익명의 피해자와 연관되어 있다. 해당 피해자가 우엘레 추기경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시기는 2008-2009년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사건과 마찬가지로, 2021년 1월 우엘레 추기경을 상대로 한 고발을 인지한 퀘백 대교구는 피해자에게 담당 교구 위원회를 통해 주교성 장관의 직속상관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한을 작성해볼 것을 제안했고, 이 피해자의 서한은 교황에게 전달됐다.
이러한 과정은 한 프랑스 월간지가 공개한 퀘백 대교구 측이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에게 보낸 결과 통보 서한에 잘 담겨있다.
퀘백 대교구장 제랄 라크루아(Gérald Lacroix) 추기경은 고발 5개월 후인 2021년 6월 23일 피해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가 내 손으로 직접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우엘레 추기경의 성적 비행에 관한 당신의 고발을 전달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발표한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에 따라 예비조사를 개시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 사제 자크 세르베(Jacques Servais) 카사 발타자르(Casa Bathasar) 원장에게 조사를 지시했다.
라크루아 추기경은 두 번째 피해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교황이 명령한 조사 보고서 수령 이후, 교황께서는 내게 ‘자의교서 제17조에 따른 절차를 개시하여 우엘레 추기경에 대한 고발을 궁극적으로 고려할 만한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기에’ 추기경을 상대로 한 고발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월간지 보도에 따르면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시했던 진상조사를 맡은 세르베 신부는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를 전혀 만나지 않았고, 사목요원으로 활동했던 첫 번째 사건의 피해자 역시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세르베 신부를 온라인상으로만 만났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조사를 맡은 세르베 신부와 우엘레 추기경 모두 같은 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고, 함께 저서를 발표하기도 한 사이였다는 점도 의문을 일으켰다.
2021년 12월 우엘레 추기경은 첫 번째 사건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10만 달러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두 번째 사건 피해자에 대해서는 다른 언급은 없었다.
교황청 홍보매체 < Vatican News > 보도에 따르면 우엘레 추기경은 “고발인이 비난한 행동을 전혀 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하며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제기해 나를 상대로 한 고발의 거짓을 증명하고 내 평판과 명예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우엘레 추기경의 명예훼손 고소가 있기 전인 12일, 퀘백 대교구에서 옴부즈만으로 활동하던 인물이 언론을 통해 “비밀보장 및 성실성 의무에 대한 심각한 위반”을 언급하면서 퀘백 대교구 교구청이 규정을 어기고 우엘레 추기경에게 고소를 제기한 여성의 신원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는 “관련 인물의 평판과 사생활 및 개인정보 기밀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제5조).
우엘레 추기경을 고발한 피해자를 고소하겠다는 발표가 이뤄진 약 한 달 뒤인 지난 13일에는 익명으로 남아있던 해당 피해자가 캐나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실명(파멜라 그롤로, Paméla Groleau)을 공개하고 우엘레 추기경에 대한 고발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뤄진 지난 23일 우엘레 추기경은 변호인단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한 입장문에서 “나는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고 조사과정에서 투명하게 행동했다”며 “조사 때 언급했듯이 나는 이 여성을 상대로 비난을 받을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