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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구 단식기도회를 시작하며
  • 장영식
  • 등록 2015-07-14 12:33:59
  • 수정 2015-07-20 15: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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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식


천주교 정의구현 부산교구 사제단은 7월 13일(월)부터 7월 17일(금요일)까지 부산의 민주화의 상징인 가톨릭센터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를 시작했다.


천주교 정의구현 부산교구 사제단(대표 김인한 신부)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국가의 통치행위는 없음을 목격하게 되었다”며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불의한 권력과 자본에 의한 세월호의 참극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며,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물러설 곳이 없는 끝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기 위한 단식기도회를 가진다”고 밝혔다.


또한 단식기도회의 마지막 날인 7월 17일(금요일)은 오후 7시 30분에 시청 앞 전광판위에서 위태롭게 싸우고 있는 생탁․택시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로 단식기도회를 갈무리하기로 했다.


이날 단식기도회를 시작하는 미사에는 전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박종근(전주교구) 신부를 비롯 김인국, 나승구, 장동훈 신부 등 20여 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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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3 단식기도회를 시작하면서 여는 말


454일이 지났습니다. 세상의 시간의 길이만을 묻고 충분하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의 무게를 묻습니다. 대한민국은 그 시간의 무게에 진실의 무게와 아픔의 무게와 치유의 무게를 담아냈는지 물어봅니다.


과연 우리가 이제껏 믿어왔던 진실이 이제껏 기능하고 있었다고 믿었던 국가라는 것이, 그리고 우리가 이룩해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가, 그리고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믿어왔던 다른 사람에 대한 순수한 연대가 얼마나 허약했는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세월호를 통해 대한민국의 진짜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를 보게 합니다.


현재 국가는 민주주의 정신을 구현하는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고 있습니다. 국민도, 진실도, 정의도, 생명도, 국가권력에 의해서 질식당하고, 자본에 의한 탐욕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어 있는 참혹한 시간입니다. 여당의 대표까지도 헌법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졌습니다.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요?'라는 교황의 질문은 우리 한국 교회에 던진 질문이자 화두였습니다. 한국사회가 어디에 서있는지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교회는 세월호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고, 교회가 한국 사회의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단순히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단식기도회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모으고, 신앙적으로 고백하는 우리들이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나라의 모습을 구체화해내고자 하는 사제들의 몸짓입니다.


단식장을 며칠동안 하나하나 갖춰나가면서 신방차리듯 뿌듯해 하며 좋아하는 저를 보며 형님 신부님 한 분이 마음이 아팠다고 했습니다. 이런 현실이 싫다고 말입니다. 사제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말입니다. 기시감이지요. 가톨릭센터에서 사제들이 단식하던 때 6월항쟁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 7월 13일(월) 오후 7시 30분, 부산 민주화의 성지인 대청동 가톨릭센터 소극장에서 천주교 정의구현 부산교구 사제단의 단식기도회가 미사를 봉헌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미사에는 20여 명의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가 소극장을 가득 메웠다. ⓒ 장영식


그래서 정의구현부산교구 사제단 단식 기도회의 시작은 1990년대에서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달 이어져온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를 기점으로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이란 결국 사람이 살고 진실과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세상임을 새기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슬퍼만 하기에도 버거운데, 그들에게 분노하도록, 상처받도록, 고립안에서 외롭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울부짖음 소리가 땅을 적십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그들 홀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말입니다. 마음을 모아 기도 드립시다.


김인한 신부 (천주교정의구현부산교구사제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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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 기도회를 시작하며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다른 모든 지체도 함께 아파하지 않겠습니까?’(고린토1 12.26)


우리들의 시간은 멈춰섰습니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음을 봅니다. 시간의 수면 아래에 아직 세월호는 묵직한 침묵으로 머물고 있고, 진실을 향한 지향은 쉽게 상처받아 왔습니다. 4월 16일 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의 대한민국이 분명히 다르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4월 16일 이전의 대한민국 보다 더 깊은 소용돌이의 심연에 침몰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 세월호 특별법이 무력화되고, 시행령 또한 가해자인 권력의 논리로 펼쳐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월호를 시작으로 메르스 사태까지 더 이상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과 의도가 없으며, 가진 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며, 정권의 보호에만 머물고 있는 자신의 실체를 충분히 우리에게 이해시켜 주었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도 결국 세월호 앞에서 참모습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는 자본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탐욕과 어리석음이 빚어낸 시대의 비극임을 봅니다. 세월호를 통해 이 땅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권과 자본이 가진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절망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 ⓒ 장영식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치유의 힘은 결국 국가나 권력이 아니라 국민과 그리고 상처받은 치유자들에게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깊은 바다에 좌초된 민주주의가 부르짖고 있음을 신앙의 들음으로 깨어있고자 합니다.


우리가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는 온갖 탐욕과 부정으로 물들어 있는 지금을 되돌아보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 깊게 새기고자 함이고, 결국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회복의 첫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곳에서 사제들은 곡기를 끊고 기도를 시작합니다. 광야의 침묵에서 복음을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시작처럼, 함께 아파하며 기도하고, 비워내는 것이 우리를 길을 잃지 않고, 사람을 살게 하는 땅으로, 그리고 복음적 가치가 머물 수 있는 길임을 알기에 우리를 봉헌합니다.


▲ ⓒ 장영식


5.18일 시작된 단식기도는 팽목항에서 시작되어서 전국을 거쳐 부산에 이르렀습니다. 부산 민주화의 상징인 가톨릭센터에서 1980년대 민주화를 외치던 부르짖음이 오늘 우리 사제들의 목소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때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우리에게 다시금 묻고 있습니다.


사제는 제일 먼저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사람이며, 가장 마지막까지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깊은 탄식으로 신음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에 함께 하고자 함께 기도합니다. 더불어 모든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이 깊은 마음을 담아 함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015년 7월 13일


세월호 진실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를 시작하며

천주교정의구현부산교구사제단


덧붙이는 글

장영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다. 전국 밀양사진전 외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했고 사진집 «밀양아리랑»이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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