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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서품은 평생 가는 것, 그러나 독신제는 하나의 가르침”
  • 끌로셰
  • 등록 2023-03-14 1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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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임기 10주년을 맞아 각국 언론들과 인터뷰에 나섰다. 그중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발언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아르헨티나 언론 < Infobae >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낙인 찍고 어떤 식으로든 단죄하려는 움직임이 이롭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안건에 대한 발언에 앞서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클라우디오 우메스(Cláudio Hummes) 추기경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면서 “그는 1차 투표 때 내 뒤에 앉아 있다가 내게 다가와서는 ‘겁내지 마시오. 성령은 이렇게 움직이시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2차 투표에서 내가 선출되었을 때, 우메스 추기경은 일어나 나를 품에 안으며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시오’라고 말했다. 그에 나는 감동했다. 그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자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관련 질문에 교황은 “교회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이라며 “각자 자기가 가진 힘으로 주님 앞에서 자기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란 죄인의 교회”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교황은 “성인들의 교회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선의를 가진 사람을 내가 누구라고 판단하겠는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럴 때는 복음의 핵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을 부르셨고 각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대로, 하고자 하는 대로 하느님과의 관계를 해결했다. 우리가 원할 때도 있고, 그럴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주님께서는 언제나 기다리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사제서품은 평생 가는 것, 이와 달리 독신제는 하나의 가르침


사제독신제와 관련해서는 남성과 여성의 조화를 강조하면서도 사제독신제가 사제서품과 같이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교황은 사제독신제에 관해 “마초이즘(machoism)은 악한 것이다. 때로는 독신제가 마초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여성과 함께 일할 줄 모르는 사제는 뭔가 부족한 사제이며, 성숙하지 못한 사제다. 교황청은 과거에 아주 마초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문화의 일부였지, 누구의 잘못은 아니었다. (…) 여성들에게는 남성과는 다른 시간, 기다림, 인내의 감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다른 교회에서처럼 사제가 결혼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성직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가톨릭교회에는 이미 기혼 사제들이 있다. 동방교회에서는 사제가 혼인을 한다. 교황청에도 (동방교회 출신) 기혼 사제가 한 명 있으며, 오늘도 그를 마주쳤다. 그에게는 아내와 아들 하나가 있다. 사제의 혼인에 모순된 것은 없다. 서방교회에서의 독신제는 한시적인 규정이다. 이는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영속적인 사제서품처럼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임시적이다. 사제서품은 평생 가는 것이다. 이와 달리 독신제는 하나의 가르침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제독신제는 수정될 수도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그래서 모든 동방교회 구성원이, 물론 원하는 이들이 결혼을 하는 것이다. 서품을 받기 전에 혼인 또는 독신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모디 총리가 무언가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많은 지도자가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 그룹이 잘 진척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니카라과의 독재에 관해서는 “우리에게는 감옥에 갇힌 주교가 하나 있다. 그는 아주 진지하고 능력 있는 주교”라며 “그는 증언을 위해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의 독재를 두고 “이는 마치 1917년 (스탈린의) 독재나 1935년 히틀러의 독재와 같다. 이것은 흉악한 독재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니카라과 요한 바오로 2세 대학을 “관련 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폐교시켰다. 이에 앞서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해 3월 교황대사를 추방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유럽연합 대사마저 추방(페르소나 논 그라타)했다.


“더욱 사목적이고, 더욱 정의롭고, 더욱 열린 교회를 상상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시노드에 참여하는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있다.”


같은 날 공개된 아르헨티나 언론 < La Nación >과의 인터뷰에서는 시노드 관련 발언이 화제가 됐다.


교황은 ‘20년 후의 가톨릭교회의 모습’에 관해 “더욱 사목적이고, 더욱 정의롭고, 더욱 열린 교회를 상상한다”고 답했다.


교황은 “문을 여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문을 열고 길을 나아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라며 “예수를 드러내는 핵심어는 바로 ‘모두’이다. 그것은 사목적 개방의 핵심이다. 모든 사람이 집 안에 있다는 것이다. 소란스럽기는 해도 모든 사람이 집 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를테면 예전에는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다는 사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었다. 그래서 아마존 시노드에서 여성이 어째서 투표권이 없는지를 질문하게 된 것이다. 여성이 2등 신자라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노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이 주어질 것이다. 참관인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시노드에 참여하는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있다. 모든 사람, 모든 사람에 투표권이 있다. 이 ‘모든 사람’이라는 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직전 시노드까지는 주교와 남성 수도자 장상들에게만 시노드 의사결정에 관한 투표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번 시노드 진행 과정에서 프랑스 출신 여성 수도자 나탈리 베카르(Nathalie Becquart) 수녀가 시노드 주무 부처에 사무국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시노드 논의과정에 참여하는 다른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질 것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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