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30일, 헝가리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 및 평화협정을 위한 교황청 측의 비공개 ‘임무’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다.
‘러시아 정교회와 헝가리가 중개자로 나선다면 평화협상 진전과 교황청-러시아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나’라는 질문에 교황은 “그 모든 것에 관해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나는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가지 임무가 진행 중인데, 아직 공개된 임무는 아니다.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자. 해당 임무가 공개될 때 그에 관해 언급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비밀 평화 임무’ 언급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은 ‘아는 바가 없다’며 양측 모두 부정했다. 하지만 지난 3일 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추기경은 해당 ‘비밀 임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교황께서 말씀하신대로”라고 자세한 사항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파롤린 추기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임무에 관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에 “놀랐다”며 “소통 내용이 관료체제로 인해 전달되어야 할 곳까지 전달되지 못했을 수는 있겠으나, 내가 알기로는 그들도 전부터 인지하고 있다. 양국 모두 (임무에 관해)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교황은 앞서 지난달 29일 헝가리 순방 중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교구 대외교회부 부장을 지냈으며 지난해부터 헝가리 관구장주교를 역임 중인 일라리온 알페예프 주교와 예고되지 않은 ‘깜짝’ 만남을 가졌다. 주헝가리 교황대사관에서 이뤄진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 관계자와의 만남은 20분간 이뤄졌으며, 이 자리에서 교황은 일라리온 주교를 포옹하고 가슴 십자가에 입을 맞추는 등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다른 기자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라리온 주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현명한 인물이며, 우리가 교회일치를 말하려면 ‘이것은 좋고 저것은 싫다’와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키릴 대주교와는 전쟁 시작 이후 일라리온 주교의 후임인 안토니 주교의 중개를 통해서 한 번 밖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여전히 안토니 주교의 중개를 통해 키릴 대주교와 관계를 맺고 있다. 전쟁 때문에 키릴 대주교와의 만남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우리는 꼭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방 중에 자연스럽게 빅토르 오반 헝가리 총리도 만났는데, 오반 총리는 ‘러시아의 유일한 유럽 우방’으로 일컬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에 귀국한 이후인 지난 3일 현재 러시아 정교회 대외교회부 부장인 안토니 주교를 공개적으로 만나면서 대러시아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안토니 주교는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반알현에서 안토니 주교에게 러시아 정교회 주교들이 착용하는 장신구의 일종인 ‘파나기아’(panagia)를 선물로 받았다. 안토니 주교는 지난 2일 “단기 실무 방문차” 로마를 찾아 교황청 동방교회부 장관 클라우디오 구제로티(Claudio Guerotti) 대주교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