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UN 안보리 연설에서 정당한 전쟁이란 없으며, 인류애와 형제애에 기반하지 않는 평화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한 평화임을 강조했다.
이번 연설문은 현재 수술 후 회복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발표하는 대신, 지난 14일 교황청 국무부 외무장관 폴 갤러거(Paul Gallagher) 대주교가 대독했다.
교황은 먼저 “UN 안보리의 초청을 기꺼이 수락한 것은 우리가 인류에게 중대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평화의 자리를 전쟁이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분쟁은 커지고, 안정은 점점 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는 산발적인 제3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더더욱 광범위하게 퍼져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UN 안보리는 세계 안전과 평화를 보장할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때로 사람들의 눈에 무력하고 마비된 모습으로 비춰질 때가 있다”며 “그러나 그럼에도 교황청은 여러분들의 노력은 평화를 증진하는 핵심이다. 바로 이 이유로 나는 여러분에게 이념과 편협한 시각, 당파적 사상과 이해관계를 제쳐두고 우리 공동의 문제를 진심으로 당면하여 ‘인류를 위한 노력’이라는 단일한 목적을 배양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의 세계화된 세상은 우리 모두를 더욱 가깝게 해주었지만, 우리가 더욱 형제애를 느끼게 되지는 못했다”며 “진정으로 우리는 ‘형제애 기근’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는 수많은 불의, 가난, 불평등이라는 상황은 물론 연대의 문화가 부재하여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교황은 전쟁의 원인으로 “온갖 분쟁을 촉발해온 근시안적, 극단주의적,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지적하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역사를 역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애석해했다.
교황은 “신앙인으로서 나는 평화가 하느님이 인류를 위해 꾸는 꿈이라고 믿는다”며 “그럼에도 슬프지만 나는 전쟁으로 인해 이 멋진 꿈이 악몽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전쟁이 이윤을 우선하는 만큼 평화보다는 전쟁에 혹하기 마련이지만, 이는 항상 오로지 소수만을 위한 것이며 민족 전체의 안녕을 희생하는 대가를 치르는 일”이라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손쉬운 이윤을 거부하는 일은 더욱 복잡하고 강력한 무기를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대립보다는 만남을 증진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일은 적대행위를 지속하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평화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전쟁의 정당성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며 “이 논리가 과거 전쟁의 범위가 훨씬 제한적일 때는 유효했을지라도, 오늘날 핵무기와 대량살상 무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쟁터의 경계란 실질적으로 무한해졌기에 그 효과 역시 잠정적으로 재앙과 같은 것이 되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안착시키려면 “이제는 전쟁에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때이며, 전쟁은 정당하지 않으며, 오로지 평화만이 정당한 것이라고 말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평화에 대해서도 “여기서 말하는 평화는 안정적이고 지속되는 평화요, 전쟁 억제라는 불안정한 균형이 아닌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형제애에 기초한 평화를 말한다”며 “평화를 구축한다는 일은 열정과 인내, 경험과 혜안, 끈질김과 헌신, 대화와 외교를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경청도 필요하다.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 특히 아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젖은 눈시울이 우리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마련하는 미래는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의 재판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형제애를 중심으로 한 이번 연설은 함께 형제애 관련 문건을 발표했던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의 이름도 언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