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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에 관한 신학적 성찰
  • 이기우
  • 등록 2023-09-27 11: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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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간 목요일(2023.9.28.) : 하까 1,1-8; 루카 9,7-9


오늘 독서에서 들으신 하까이 예언서는 에즈라 시대에 활약한 하까이 예언자가 주님의 집을 지으라고 독촉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한 말씀을 기록한 책입니다. 여기에는 바빌론에서 귀환한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 성전을 지으려 하자 예루살렘을 관리하던 페르시아 관리들과 그 인근 사마리아 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성전 건축을 반대하고 방해함으로써 성전 건축이 중단되고 말았던 저간의 사정이 깔려 있습니다.


결국 당시 페르시아를 다스리던 다리우스 임금에게 재차 청하여 성전 건축을 재개할 수는 있었지만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한 긴장 속에서 흉작까지 겹치는 바람에 귀환한 유다인들 사이에서 성전 건축의 의지는 한풀 꺾여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까이는 유다인들의 신앙심에 호소하며 외쳤습니다. “주님의 집이 무너져 있는데, 너희가 지금 판벽으로 된 집에서 살 때냐?”(하까 1,4).


그런가 하면 오늘 복음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헤로데 영주로부터 참수 당해 죽임을 당한 뒤에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몹시 당황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그가 예수님을 만나 보려고 하였다는 말이 이어지는데, 이는 그분마저 죽이려 들였다는 뜻입니다(루카 13,31). 실제로 이런 살의(殺意)를 전해들으신 예수님께서는, “가서 그 여우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 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루카 13,32-33) 하고 반응하셨습니다. 당신 생애의 최후가 임박한 것을 감지하신 예수님께서는 죽기를 각오한 마지막 복음선포 즉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 죽음을 준비하셨습니다.


물리적으로 비유하자면,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오실 길을 닦았고 그 길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통해 이스라엘을 새로 불러 모으심으로써 영적인 성전을 짓고 계셨습니다. 하까이 예언자의 독촉으로 예루살렘 성전은 겨우 지어질 수 있었지만 그 성전은 물리적으로만 주님의 집이었을 뿐 영적으로는 무너져가는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요한 복음서 2장의 증언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당시 복마전으로 여겨지던 예루살렘 성전의 장사치들을 쫓아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요한 복음사가가 증언하듯이, 예수님께서 다시 세우시겠다던 성전은 부활하신 당신의 몸이었습니다(요한 2,21). 십자가와 부활의 진리로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공동체야말로 예수님께서 거하시는 주님의 집이었던 겁니다.


이 중요한 뜻이 담긴 예수님 말씀을 알아들을 길이 없었던 사두가이들은 이 성전정화사건을 계기로 예수님을 성전모독혐의로 제거할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마흔여섯 해나 걸려 지은 예루살렘 성전을 겨우 사흘 안에 세우겠다고 큰 소리치는 예수님을 두고 성전정화사건을 목격했던 당시 유다인들도 미친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주님의 집은 물리적으로도 영적으로도 필요합니다. 물리적인 성전이 영적으로 무너져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성령께서 계시는 신앙인들의 몸이나 공동체야말로 성전이라고 강조한 바도 있습니다(1코린 6,19). 이런 뜻에서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에페 1,23)이라는 신학이 발전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교회는 바로 신앙인들의 공동체입니다(1코린 12,27).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 안에서도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이 영적으로 참다운 성전이라는 의식은 약한 것 같습니다. 성령께서 현존하시는 신앙인들의 공동체가 성전이요 교회라는 의식 역시 약해 보입니다. 압도적인 사회 여론 역시 교회는 그저 건물이거나 개신교와 동의어일 따름이고, 그래서 “교회에 다닌다”는 말은 개신교 신자라는 말과 같은 뜻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떤 천주교 신자들은, “나는 성당에 다니지 교회에는 다니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나는 천주교 신자이지 예수 믿는 사람이거나 그분의 제자는 아니며, 그리스도의 몸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 이 시대에서 정당한 교회 의식은 심각하게 요청되고 있는 현 상황입니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한국 교회의 그리스도인들 안에서 발견되는 바, 성전에 대한 관념이나 교회에 관한 의식은 구약의 하까이 시대 수준이거나 예수님 시대 사두가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전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의미에서나 성령께서 계시는 공동체라는 의미에서 주님의 집을 다시 지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그분께서 이르신 말씀을 믿게 되었습니다(요한 2,22).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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