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진을 출발하기 직전 ‘방사능오염수 방류중지 한일시민도보행진’을 시작하면서라는 글을 필자는 한겨레온에 기고했다. 그중 주요 부분은,
“언제부터인가 국제사회가 고장났다. 지금 지구촌을 리드해야+할 강한 나라들이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얼떨결에 UN은 만들었지만, 아직 멀었다. 원자력진흥기구인 IAEA가 언제부터 주인행세를 했는가? 이조차도 방관하는 미국이나 UN에만 지구를 맡겨둘 수는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젠 지구촌 주인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권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대응해야 한다. 행동으로 나서서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이 가능하다. 이번 한일시민 도보행진은 그 걸음의 하나다.”
그리하여 6월 18일 광화문에 섰다. 그리고 다음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선언문은 매일매일 행진 출발 때마다 참석자들이 낭독한다.
서울 경계를 벗어날 무렵 강민정 국회의원이 격려차 와서 함께 걷는다. 그는 필자의 조선일보처벌운동을 지원해주며, 국회에서의 토론회도 공동 주최해준 분이다. 올곧은 의정활동을 펼치는 소중한 분이다.
수도권을 행진하는 동안 의학전문가의 통찰이 담긴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를 소개한다.
“아산현대병원 박현서 원장
후쿠시마 핵오염수에서 가장 인체에 위험한 물질은 세슘-137(Cesium, 영어로 [씨지엄]이라고 발음)이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이다. 반감기가 무려 37년으로 길어서 사람 몸에 100그램이 한번 들어가면 37년 지나야 50그램이 남고, 거기서 37년이 지나야 25그램이 남고 거기서 또 37년이 지나도 그 절반인 12.5그램이 인체에 남아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방사선(이 경우 전자선인 베타선)이 방출된다. 인체 내에서 한평생 방출되는 베타선은 그 사람의 몸 구석구석을 지속해서 파괴한다. 특히 세포 내 DNA를 파괴하여 돌연변이, 세포파괴, 암 발생을 일으킨다.
더욱 문제 되는 것은 어린이의 생식세포 내 DNA를 파괴하여 생식기능 저하, 그 후손의 기형발생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같이 60~70대 이상의 방사선 피폭은 인류라는 종의 멸종을 일으키진 않지만,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가임기 여성의 방사선 피폭은 생식세포 DNA를 파괴하여 기형, 불임 등 인류 멸종의 지름길이다.
특히 세포분열이 활발한 젊은 인류의 생식세포는, 세포분열이 거의 없다시피 한 50대 이상 인류의 체세포에 비해 같은 양의 방사선 피폭이 되어도 수십~수만 배의 생식 세포손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한국 원자력학회나 일부 물리학자, 공학자들은 해양 생태에 무지하거나, 인체에 대해 무지하거나 혹은 양심을 저버리거나 해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닷물에 희석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먹는 건 짠 바닷물이 아니라 생선 등 바다생물이 아니냐!
세슘137, 아이오다인131등 인체에 위험한 방사성물질은 대개 무거우므로 연안의 바닥에 가라앉고, 거기에 사는 미세 해양생물은 새우 같은 작은 생물의 먹이가 되어 농축되고, 또 새우 등 작은 생물은 더 큰 생물의 먹이가 되어, 결국 정어리, 연어, 명태, 문어, 오징어 같은 비교적 큰 해양생물 체내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성 세슘 등이 그 생물이 죽을 때까지 평생 농축되고, 또 그걸 우리 아이들이 먹으면 백혈병, 갑상선암 등의 각종 암, 내분비질환, 생식기능 저하가 오게 된다.
제발 오염수가 희석되니 안전하다는 무책임한 말은 과학자로서는 해선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출발을 알리는 웹자보에 이번 행진의 후원회장인 최봉태 변호사의 메세지를 담았다.
“한국과 일본은 모든 원폭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양국은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일의 심부름꾼인 정치인들이 반동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이런 한계는 양국의 주권자인 시민들에 의해 극복되어야 합니다. 한일간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제고되는 계기가 이번 도보 순례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국의 주인들이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