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원전이 모두 정지해도, 전력 공급이 가능할까? 2011년 후쿠시마사고가 터진 후 일본정부는 당시까지 전력의 30%를 공급하던 54개 원전을 3년간 올스톱했다. 안전점검을 위해서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상정해볼 필요가 있다. 원전부품의 불량이 현장에서 심각한 위험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판단되거나, 전시의 드론공격의 위협을 생각하면 그런 상황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원전 올스톱 해도 전력공급에 문제 없어
필자의 그 물음에 김대경 엔지니어(아시아개발은행컨설턴트, (전)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는 답한다. “원전이 모두 정지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현재 한국의 발전 설비 현황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전력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원자력 공백을 채울 충분한 발전 설비가 있기 때문이다.” 라고 답한다. 그는“2023년 전국의 발전설비용량은 약 144.4GW에 달하며, 이 중 원자력 발전은 24.65GW로 약17%다. 원전이 모두 정지하더라도, LNG(43.3GW), 석탄(39.2GW), 신재생에너지 및 기타 발전원(31.8GW)을 통해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총 119.77GW의 발전 설비를 모두 가동함으로써 최대 전력 수요인 91.56GW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태양광이나 풍력은 기후조건에 민감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LNG와 석탄 발전 설비를 최대한 가동하면 6~10%의 예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산업체, 병원, 대형 상업시설 등에 설치된 비상용 자가용 발전기는 약 34GW의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어서 원전정지시 피크 시간대에는 비상용 발전기가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실 당시 원전 올스톱의 3년간 일본경제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핵으로 전기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게다가 원전은 그 자체가 열오염원이고 막대한 온배수가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면서 탄소저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구출할 태양광에너지와는 전력계통 운영에 있어서 적대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기후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원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무시되고 있는 국민주권
원래 원전과 같은 위험시설에 대한 의사결정은 국민주권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구촌 국가들은 이를 무시해왔다. 원전사고의 위험은 국민 전체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인데다 핵폐기물은 후손의 희생을 강요하는 존재다.
상식으로도 단일임기의 정권이 이를 추진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조차 국민에게 동의를 구한 적이 거의 없다. 원리적으로 이는 국민주권 상의 중대한 침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핵폐수무단투기는 국민들이 직접 책임질 사안이지만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파괴다.
작년부터 줄기차게 반대를 주창해온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GLOMA, Global Citizens’ March to Stop Nuclear Wastewater)은 2주 전에 미국의 한인동포들과 함께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낭독한 바 있다.
미국 백악관 앞 GLOMA 성명서(2024-10-7)
일본정부는 멜트다운된 원자로속에 엉켜 있는 핵폐수를,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에 이 순간에도 버리고 있습니다. 벌써 8차례에 걸쳐 6만 톤 넘게 버렸습니다. 하지만 작년 여름 매사츠세츠주 그리고 뉴욕주의 주정부는 핵발전소를 식힌 냉각수 오염수에 들어있는 극히 소량의 방사능조차 투기를 금지했습니다. 중국정부는 일본수산물 수입을 전면금지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연방정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쁜 짓을 보고도 나쁘다고 하지 않을 때 우리의 진짜 위기가 있습니다. 일본정부의 행위는 우리의 정신마저 파괴합니다. 미국연방정부가 용인해주고 있는 행위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우리는 항의하고 응징해야 합니다. 저희는 작년여름 서울에서 도쿄까지 1600킬로미터를 한국과 일본의 시민이 함께 걸으면서 항의했습니다. 올해는 교토와 오사카 그리고 7월에는 뉴욕의 유엔앞까지 행진하면서 세계시민선언서의 내용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LA를 거쳐 워싱턴DC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함께 워싱턴DC 도심을 지나 백악관까지 1.8마일을 걸으면서 미국시민 우리의 강렬한 메세지를 전해야겠습니다! 모두 힘차게 항의하고 행진합시다!
마지막으로 함께 구호 외칩시다.
STOP Dumping NUCLEAR WASTEWATER! (핵폐수 버리지 마!)
GLOMA Statement in front of the White House (2024-10-07)
The Japanese government is dumping nuclear wastewater entangled in melted down nuclear reactors into the ocean, the mother of all life. It has already dumped over 60,000 tons on eight occasions. However, last summer, the states of Massachusetts and New York banned the dumping of even the extremely small amount of radioactivity contained in the contaminated water that cooled the nuclear power plant. The Chinese government has completely banned the import of Japanese seafood. But the US federal government is going completely the opposite way. What on earth is going on?
When we see bad things and do not say bad things, that is when we are in real danger. The Japanese government's actions are destroying even our spirit. The actions that the US federal government is tolerating are confusing us.
We must protest and punish. Last summer, we protested by walking 1,600 kilometers from Seoul to Tokyo with Korean and Japanese citizens. This year, we marched to Kyoto, Osaka, and in front of the UN in New York in July, and delivered the contents of the World Citizen Declaration. And then we came to this place in Washington DC, through LA. Today, let's walk 1.8 miles through downtown Washington DC to the White House and deliver our powerful message to the American people! Let's all protest and march powerfully!
Lastly, let's chant together.
STOP Dumping NUCLEAR WASTEWATER!
매달 첫 토요일마다 인사동에서 행진을
한편, 서울은 이미 국제도시다. 장기체류 중인 지구촌 각 나라의 사람들도 많다. 지난 5월, 6월 인사동에서 필자가 많은 지구촌시민들로부터 핵폐수투기STOP 서명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리하여 이제부터 서울에서도 정기적으로 부당한 국가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퍼포먼스를 펼치고자 한다.
매달 첫 토요일 오후 1시30분~3시의 1시간 반 동안 인사동 거리를 행진하면서 핵폐수투기STOP을 세계시민들이 함께 외치는 것이다. 첫 행진은 오는 11월 2일(토)이고 그 다음은 12월 7일(토)이다. 2025년으로 넘어가면 1월 4일, 2월 1일, 3월 8일, 4월 5일, 5월 3일이다.
모이는 장소는 1호선 종각역 11번 출구 앞이다. 인사동 거리를 걸으면서 메시지를 외치고, 1.2km를 걸은 후 일본대사관 앞에 도착하여 자유발언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세계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우리에겐 나쁜 짓을 막을 권력이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권력과 진보(Power & Progress)’라는 저서에서 말하듯, 민중에겐 ‘길항(拮抗)권력’이 있다. 나쁜 거악에 맞서 막아내고 쟁투하는 권력이다. 그 힘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이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발휘해야 온전한 권력이다.
국토미래연구소장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