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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학 3 (김창규)
  • 김창규 목사
  • 등록 2015-07-21 09:58:52
  • 수정 2015-08-19 09: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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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곤봉에 맞아 죽은 자


부활절이 한참 지나고

아니 무등산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날

빛고을에 꽃들이 예쁘게 피는 한낮에

공부수대 군인에게 맞아 죽은 사람이 있네

머리를 내리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오르고

또 한 쪽에서는 대검으로 배를 쑤셔 죽이는

천인공로 할 일이 생겨서 울지도 못해

차마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숨어서 보았네

아버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주막에서 술 한 잔을 하고 있는데

난리가 쳐들어 왔다는 말 들었네


오,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군홧발에 밟히고 총칼에 학살당하는

여기는 남도의 가장 슬픔이 배어있는 곳

그 도청 문화의 전당 앞 흰 구름 두둥실

거기 한 영혼이 손짓하고 있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웃음 짓던 모습은

간곳없고 가슴에 한 클릭의 총알이 박힌 채

해는 떠서 서산으로 지는 구나

무등산에 달이 뜨거든 그것이 내 얼굴인 줄 아시오

억울해 눈감지 못하는 나에게

그대 푸른 청춘을 맡겨주오 반드시 살아서

진실을 말해주오

굳이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역사는 알지

그 하수인들이 학살자들이란 것을

미친놈이 체육관 대통령이 되어서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날을 벌써 잊었단 말이오


곤봉에 맞아 죽은 자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네

아직 우리가 살아 있어야 할 이유를 드네

친일파와 유신독재 자재들의 뿌리를 뽑지 않는 한

비극은 끊임없이 게속 될 것이네

무등산에 다시 부활의 하나님이 나타나

광주를 품에 앉아 주시는 날

내 이름을 불러주게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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