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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영성,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지혜로
  • 지성용
  • 등록 2026-09-25 18:10:51
  • 수정 2026-09-25 18: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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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프레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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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에 걸친 여정이 이제 끝에 이른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첫 문장은 이러했다. "AI는 인간보다 말을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보다 더 깊이 살 수는 없다." 마지막 회에서 우리는 그 "더 깊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AI 시대의 영성은 무엇이며, 한국 천주교회의 자리에서 그것은 어떤 얼굴을 띠는가.


정보가 아니라 지혜


교황청 문헌이 길어 올리는 가장 결정적인 구분은 정보와 지혜의 구분이다. 회칙 「Magnifica Humanitas」 99항은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그럴듯한 응답을 만들어 낼 수는 있어도, "마음의 지혜"는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1) 문헌「Antiqua et Nova」 5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를 그대로 옮긴다. "인공 지능에 관한 식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마음의 지혜'를 새롭게 하라."2)


이 구분은 추상적이지 않다. 지금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매일 생성형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다.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그러나 정보의 풍요가 지혜의 풍요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회칙 결론부 240항은 분명히 말한다. "모든 기술적ㆍ경제적 선택은 영성적 식별의 자리로 변형된다."3) 영성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일이 아니라, 정보의 홍수 한가운데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지를 분별하는 능력이다.


마니피캇 — 가장자리의 시선


회칙은 제목부터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Magnificat)」을 환기한다. 244항은 마리아를 "구속의 시인이자 예언자"라 부르며, 마니피캇을 "지금까지 발설된 가장 강력하고 혁신적인 송가"라 부른다.4) 이 노래가 세상을 위대한 이의 시각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의 눈으로 보게 하기 때문이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시고 미천한 이들을 들어 올리시며"(루카 1,52). 이 시선은 빅데이터의 시선과 정반대다. 알고리즘은 평균과 다수의 패턴을 따라 작동한다. 그러나 신앙이 가리키는 자리는 평균이 아니라 가장자리다.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한 사람, 통계 뒤로 밀려난 한 얼굴이다. AI 시대 영성의 첫 자리는 거기에 있다.


강생의 영성 — 몸으로 돌아가기


회칙을 떠받치는 두 번째 기둥은 강생(Incarnatio)이다. 232항은 단언한다. "하느님께 합당하지 않은 인간적 순간이나 조건은 없다."5) 몸을 가지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인간의 조건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거룩하다는 뜻이다.


이 신학이 오늘 무엇을 겨냥하는지는 분명하다. 2024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14세 소년 시웰 셋저 3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년은 몇 달 동안 캐릭터닷에이아이(Character.AI)의 챗봇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으로 깊이 의존했고, 어머니 메건 가르시아는 그해 10월 챗봇 개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6) 비슷한 시기 미국심리학회는 AI 챗봇이 상담사를 자처하며 취약한 이용자, 특히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조언을 하는 사례들에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연방거래위원회에 보냈다.7)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은 이미 2023년에 "외로움과 고립의 유행병"을 국가적 보건 위기로 선언한 바 있다.8) 정서적 유대를 나눌 몸이 곁에 없을 때, 사람은 화면 속 응답에서라도 그것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화면은 견뎌 주지 못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약속은 인간을 한계로부터 "해방"시키려 한다. 늙음ㆍ병ㆍ죽음ㆍ고독으로부터의 탈출이다. 그러나 강생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한계를 짊어지고 그 안에서 사랑하는 일이 곧 신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회칙 231항은 평화가 "작은 이들의 울음, 노인의 연약함, 희생자의 침묵 (…) 에 의해 우리가 만져지기를 허락할 때" 들어온다고 말한다.9) 영성은 데이터의 클라우드로 올라가는 일이 아니라, 살(carne)의 자리에 더 깊이 머무는 일이다.


K-Spirituality — 한국 영성의 자리


마지막 자리는 한국 천주교회의 자리다. 우리는 이 회칙을 그저 받기만 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 조선의 천주교회는 선교사를 받기 전에 평신도가 스스로 신앙을 찾아 세운 세계 유일의 교회다. 1784년 이승훈이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왔을 때, 그는 책을 통해 만난 신앙으로 한 공동체의 토대를 놓았다. 그 뒤 100년의 박해 속에서 한국의 신앙인들은 진리가 어떤 권력보다도 무겁다는 것을 자기 몸으로 증언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동료 순교자들이 남긴 가르침은 두 가지다. 진리에의 충실 — 어떤 거짓 정보의 시대에도 진리는 양도되지 않는다. 그리고 약자와의 동행 — 박해받는 자들 곁에 머무는 일이 신앙의 자리라는 것이다. 진리가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되고 약자들이 데이터의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오늘, 이 두 가르침은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 줄 수 있는 응답이다.


여기에 한국 영성의 또 하나의 자리가 있다. "한(恨)"이다. 한은 단순한 원망이 아니라 끝까지 견디며 의미로 변형시키는 영혼의 능력이다.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대에 "견딤"의 영성은 오히려 가장 첨예한 응답이 된다. 인간만이 무의미를 견디며 그것을 의미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 위대한 인간성을 향하여


8회에 걸친 여정을 마치며 회칙의 마지막 단어로 돌아간다. 「Magnifica Humanitas」 — 위대한 인간성. 인간성이 위대한 것은 효율적이어서도 강력해서도 아니다. 하느님께서 그 안에 거주하기를 선택하셨기 때문이다.10) AI는 인간 지성의 산물이다. 인간은 거기에 사로잡힐 이유가 없다. 결정을 외주하지 말고, 양심을 외주하지 말고, 사랑을 외주하지 말아야 한다.


연재 첫 회의 문장으로 마지막을 맺는다. "기계가 언어를 갖게 된 시대에, 인간은 다시 삶을 가져야 한다. 기계가 지식을 갖게 된 시대에, 인간은 다시 지혜를 배워야 한다. 기계가 답을 말하는 시대에, 인간은 다시 질문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지혜로. 더 빠른 응답이 아니라 더 정직한 동반으로. 더 강력한 통제가 아니라 더 너른 사랑으로. 그 길의 끝에 인간다움이 있다.



연재를 마치며


연재 여정에 끝까지 동행해 주신 독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회칙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과 문헌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두 문헌은 AI 시대의 인간학을 묻는 모든 이에게 깊은 길잡이가 된다. 이 연재가 두 문헌을 처음 만나는 분들께는 입구가 되고, 이미 읽으신 분들께는 한국 교회와 이 시대의 자리에서 다시 묵상할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기계가 답을 말하는 시대에, 우리는 다시 질문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 질문의 끝에 인간다움이 있고, 그 인간다움 안에 — 회칙의 마지막 문장이 청하듯 — "하느님께서 거주하시는 장엄한 인간성의 아름다움"이 있다.


미 주


[1] 회칙 Magnifica Humanitas, 99항.

[2] 공지 Antiqua et Nova, 5항. 프란치스코 교황, 제57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인공 지능과 평화」, 2024년 1월 1일 인용.

[3] 회칙 Magnifica Humanitas, 240항.

[4] 같은 문헌, 244항.

[5] 같은 문헌, 232항. 17세기 프랑스 신비신학자 피에르 드 베륄(Pierre de Bérulle, 1575-1629)의 강생 신학 인용.

[6] Megan Garcia v. Character Technologies, Inc. et al., U.S. District Court, M.D. Fla., 2024년 10월 22일 제소 ; K. Roose, "Can A.I. Be Blamed for a Teen's Suicide?," The New York Times, 2024년 10월 23일.

[7]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Letter to the Federal Trade Commission on AI Chatbots and Companion Apps, Washington, D.C., 2025.

[8] Office of the U.S. Surgeon General, 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 : The U.S. Surgeon General's Advisory on the Healing Effects of Social Connection and Community, Washington, D.C. :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23.

[9] 회칙 Magnifica Humanitas, 231항.

[10] 같은 문헌, 245항.


참 고 문 헌


1. 교황청 문헌 (원전)

• Leone XIV, Lettera Enciclica Magnifica Humanitas. Sulla custodia della persona umana nel tempo dell'intelligenza artificiale, Città del Vaticano, 15 maggio 2026 (특히 99항 · 229-245항 — 그리스도교 삶의 영적 여정).

• Dicastero per la Dottrina della Fede – Dicastero per la Cultura e l'Educazione, Nota Antiqua et Nova. Nota sul rapporto tra intelligenza artificiale e intelligenza umana, Città del Vaticano, 28 gennaio 2025 (특히 5항).

• Francesco, Messaggio per la 57ª Giornata Mondiale della Pace : Intelligenza artificiale e pace, Città del Vaticano, 1 gennaio 2024.


2. 한국어 공식 번역본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 인공 지능과 인간 지성의 관계에 관한 공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5년 7월 15일 공개.


3. 성경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경』,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5 (특히 루카 1,46-55 — 마니피캇 ; 요한 1,14 — 강생).


4. AI와 정신건강 — 실전 사례

• Megan Garcia v. Character Technologies, Inc. et al., U.S. District Court, M.D. Fla., Case No. 6:24-cv-01903, 2024.

• K. Roose, "Can A.I. Be Blamed for a Teen's Suicide?," The New York Times, 2024년 10월 23일.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Letter to the Federal Trade Commission on AI Chatbots and Companion Apps, 2025.

• Office of the U.S. Surgeon General, 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 Washington, D.C. :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23.


5. 한국 천주교 영성 자료

• 한국교회사연구소 편, 『한국천주교회사』 전5권, 한국교회사연구소, 2009-2014.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시복시성 자료집』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동료 순교자들 관련 자료).


6. 영성 신학

• Pierre de Bérulle, Discours de l'estat et des grandeurs de Jésus (1623), in : Œuvres complètes, Paris : Cerf, 1996 (강생 신학의 결정적 저작).





[필진정보]
지성용 :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 가톨릭관동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 (사)다시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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