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공원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해 한국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한 환경 단체들이 27일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며 ‘자연공원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소위원회 성명서에서는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 42항’을 인용, 자연의 보존이 개발의 논리에 밀리는 현대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인간의 삶도 위험하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교황의 회칙에서 지구는 피조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집”이라는 것이 환경 내용의 핵심이다.
또한 피조물들이 서로 의존적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연위에 군림하는 특권이 주어진 것처럼 행동해왔다는 반성을 담았다.
위원회는 한때 홍수와 가뭄 예방, 수질정화와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하겠다던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을 근거로 꺼내들었다. 녹조와 생태계 파괴로 결말이 난 ‘4대강 사업’을 통해 주교회의는 “아직도 반성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특히 대기업의 요구를 분별없이 받아들이는 이번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산으로 간 4대강사업”이라 비판하였다.
환경소위원회는 정부의 케이블카 사업 추진의 이유 중에 하나로 대통령의 명령을 꼽았다. “평창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라”라는 대통령의 명령이 정부 기관의 케이블카 사업에 열을 올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분석이다.
이후 성명서는 현재 케이블카 사업이 문제되고 있는 설악산으로 시선을 옮겼다.
환경소위원회는 이미 스키경기를 위해 가리왕산 500년 원시림이 무참하게 파괴되었음을 전하고 향후 설악산이 파괴의 대상이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수많은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보금자리인 설악산이 뚫리면, 다른 국립공원들도 줄지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가 주장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이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의 처지는 외면”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보였던 거짓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일축하였다.
성명서에서는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어떠한 세상을 남겨주고 싶습니까?(찬미를 받으소서 160항)”라는 질문을 통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삭막한 땅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울린다.
한편 환경소위원회는 낙후된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을 이야기하면서 ‘케이블카 환상’에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위원회는 주민들에게 “조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 함께 그 대안을 찾아나갔으면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환경적 협력을 호소했다.
환경소위원회는 정부에게 ‘관광활성화’를 내세워 전국의 산을 파헤치는 정책의 부당함을 경고하고 케이블카 사업을 당장 멈추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책 결정자들이 “자연환경이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공공재(찬미를 받으소서 95항)”임을 명심하길 바라며 성명서를 갈음하였다.